•XXL / 영파씨

“일년 내내 계속되는 다이어트. 아이돌? 데뷔? 이제 지친다… 에라 모르겠다 fxxx my diet!”라는 소개글과 함께 데뷔곡 ‘마카로니 치즈’(2023)를 들고 나왔던 5인조 걸그룹 영파씨가 제대로 한방을 보여주었습니다. 올드스쿨 힙합 장르의 곡에, 서태지와 아이들 '컴백홈' 안무를 오마주 한 것인데요. (그 시대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멤버들은 "부모님으로부터 조언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XXL’은 가사 있는 라이브 버전과 팀의 힙 to the 합 바이브에 집중하기 위해 가사 없는 블랙&화이트 퍼포먼스 버전을 번갈아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저는, 영파씨가 힙합 크루 울플러로부터 타이틀곡 코레오그레피 시안을 받는 날까지 오늘부터 존버합니다!

•칼 / 김사월

이 곡을 들으면서 <헤드윅>의 넘버 ‘The Long Grift’가 떠올랐습니다. 정규 4집 [디폴트]로 돌아온 김사월은 총 열두 트랙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에서, 전반부에는 자신을 펄펄 끓이고 후반부에서는 세공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해요. 저는 후반부에 해당하는 미니멀한 포크 장르의 7번 트랙 ‘칼’에 꽂혔는데요. 듣고 있다보면 시간을 멈춰버리게 하는 김사월의 허밍과 간주 이후에 이어지는 "널 슬프게 하는/널 힘들게 하는/세상을 베어버릴게”라는 노랫말에서 느껴지는 굳건한 비장함까지 덜어낼 부분이 전혀 없이 짜임새가 완벽한 곡입니다. 뮤지션의 의도대로, 전반부와 후반부 간의 전환감을 느끼기 위해 가능하다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또는 6번과 7번 트랙을 이어서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Welcome to the Show / 데이식스

55초에서 원필이 “Show!”를 외칠 때 무대 위로 컨페티가 터져나오는 그런 상상 저만 한 것은 아니겠지요. 엠넷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는 엠카운트다운 컴백무대를 기념하여 드러머 포지션의 도운만 4분동안 볼 수 있는 ‘드럼캠’을 공개해주기도 했는데요. 드럼에 집중해서 들어보면 또 한 번 에너지가 솟구치는 곡입니다. Keane의 'on the road'(2012)나 Fun의 'We are young(Feat. Janelle Monáe)'(2012) 처럼 저의 올타임 출근송인, 명랑한 옛 브릿팝들과 함께 들어도 좋을 곡입니다.

•Spring is coming with a strawberry in the mouth / Caroline Polachek

이번주에 저는 유채꽃을 보러 갈 예정입니다. 그래서 봄 플레이리스트를 위해 디깅을 하다가 발매된 지 약 한 달 정도 된 이 노래에 다다르게 되었어요. 지난 해 여러 외신에서 캐롤라인 폴라첵의 정규 2집 [Desire, I Want To Turn Into You]는 올 해의 앨범으로 꼽혔는데요. 신곡을 일부 포함해 디럭스 버전이 발매되었더라고요. 이 곡은 제목에 '봄'과 '딸기'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계절감을 초월한 제 3세계로 우리를 데려다놓습니다. 

•로버트 바이런 《옥시아나로 가는 길》

결코, 벽돌책을 잘 읽어내는 편은 아닙니다. 가장 최근에 종이책으로 읽었던 벽돌책은 총 688쪽이었는데요. 새파란 아라비아 문양의 표지를 가진 600쪽 분량의 이 책은 구매하는 즉시 벽지의 일부처럼 제 방을 차지할 것만 같지만, 그럼에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의 공기를 알고 싶을 때 이따금씩 펴보게 될 것 같은 책입니다. 100여권의 책을 번역 작업한 김명남 번역가는 “아시아를 내려다보지 않고 또한 함부로 치켜세우지도 않는 산뜻한 시선으로 페르시아 건축을 답사한 이 여행기가 21세기 여행 유튜버나 블로거의 기록이 아니라 약 100년 전 영국인의 글이라고? 바이런은 (...) 감상에 젖지 않지만, 낭만을 즐긴다.”라는 추천사를 더했습니다. 

- 3/25(월) 오늘 아일릿의 데뷔앨범 [SUPER REAL ME]를 발매 됐습니다. “슈퍼 이끌림”과 “여잔 배짱이지”라는 타이틀곡 ‘Magnetic’ 가사가 귀를 맴도네요. 

- 3/25(월) 오늘 NCT DREAM 미니 5집 [DREAM( )SCAPE]도 발매 됐습니다. 타이틀곡 ‘Smoothie’는 “나를 향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스무디처럼 갈아 마셔버리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힙합 댄스곡입니다.

- 3/26(화) 보아 싱글 '정말, 없니?(Emptiness)’가 공개 됩니다. 1분기에 레드벨벳 웬디, 에이핑크 김남주, 오마이걸 유아, 청하 등 여성 솔로 아티스트들의 컴백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 3/29(금) 제이홉 스페셜 앨범 [HOPE ON THE STREET VOL.1]이 발매 됩니다. 동명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또한 앨범 발매 하루전, 티빙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공개 될 예정인데요. 팝핀, 하우스, 힙합, 락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트리트 댄서들과 교감하는 제이홉의 모습을 조명합니다.

야마모토 소이치로의 인기 만화가 3월에 드라마화, 5월에 일본 현지에서 영화화를 각각 앞두고 있습니다. 먼저 드라마는 옆자리의 상대에게 늘 장난을 치는 타카기 상과 항상 놀림을 당하는 니시카타의 사이를 그린 하이틴 로맨스 코미디에 집중하는데요. 특히, 놀림을 당하는 니시카타 역으로는 영화 <괴물>(2023)에서 무기노 미나토 역으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쿠로카와 소야 배우가 등장하니, 그새 성장한 미나토 본체가 궁금한 분들은 이 드라마를 체크해두세요. (쿠로카와 소야, 루이 츠키시마 등 출연ㅣ이마이즈미 리키야 연출)

온라인 여론 조작에 대한 제보로 ‘댓글부대'의 존재를 알게 된 기자 '임상진'이 그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실체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범죄/스릴러물입니다. 기자 출신인 장강명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이 영화화 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닌데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 되었던 고아성 주연의 <한국이 싫어서> 또한 연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출연ㅣ안국진 연출ㅣ109분)

<드라이브 마이 카>(2021)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이자, 2023년 제 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초청작입니다.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작은 산골 마을에 글램핑장의 설명회가 열리고 도시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타쿠미'와 그의 딸 ‘하나'에게 작은 소동이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씨네21> 전문가 한줄평에서는 대다수 10점 만점에 9점-10점 사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타쿠미 역의 ‘오미카 히토시'는 본래 배우가 아닌 하마구치 감독의 전작 <우연과 상상>(2021)의 스태프 였다는 비화가 흥미롭습니다. (오미카 히토시, 니시카와 료 등 출연ㅣ하마구치 류스케 연출ㅣ1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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