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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막이라며, 너무 덥지 않나?
A. 코첼라는 매 해 4월에 2주간 동일한 아티스트, 동일한 셋리스트로 진행 된다. 이를 WEEK1, WEEK2라 부르고, 가끔 아티스트가 WEEK2에 미공개 신곡을 발표하거나 그 전주와 다른 피쳐링 게스트를 무대에 초대해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작년에는 WEEK2(2023년 4월 21일(금)~4월 23일(일))에 가서 평균적으로 낮 최고 온도가 35~36도였고, 정말 땀을 많이 흘렸다. (10여년 전에 코첼라에 다녀온 지인이 자기 때는 최고 온도가 40도 언저리였다고 했다.) 올해는 WEEK1(2024년 4월 12일(금)~4월 14일(일))에 다녀왔는데 놀랍게도 머무르는 내내 낮 최고 온도가 20도 후반대였다. 올 해는 오후 6시 전까지는 특별히 덥거나 습하지 않아서 관람 환경이 좋았는데, 문제는 해가 지고 헤드라이너 무대에 가까워지는 밤 시간대가 될수록 춥고 바람이 많이 분다는 데에 있었다. 너무너무 바람이 많이 불었다. 공들인 헤어 스타일링이 바람에 나부끼는 아티스트들을 많이 보았고, 페기 구 또한 1주차 공연이 끝난 후 자신의 SNS에 “바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wind was stressing me out a bit haha)"고 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돌아온 2주차 코첼라의 날씨는 다시 예년처럼 최고온도 35~36도라고 한다.
Q. 숙박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 숙소 컨디션은 괜찮나?
A. 코첼라에 가려면 최소 3박, 길게는 4박의 숙박이 해결되어야 한다. 작년에는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한국인 총 7인이 에어비앤비에 묵었다. 감사하게도 LA에 거주중인 한국인 분이 선뜻 총대를 메고 선결제를 했고, 거기에 마지막으로 한 명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내가 합류하면서 운 좋게 1인실+공용 공간을 쓰게 됐다. 코첼라 기간에는 대부분의 숙박이 1박당 50만원 정도에서 시작되고 공실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데, 에어비앤비에 머무르면서 숙박비용이 대폭 절감되었다. 그런데도 갈수록 에어비앤비를 사람들이 꺼리는 이유가 있는데, 코첼라 기간이 지역 관광의 대목 시즌인만큼 악덕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페스티벌이 가까워졌을 때 돌연 예약을 취소해버리고 더 비용을 올려 (정말로 잘 곳이 없는) 급한 사람들에게 팔아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올 해는 코첼라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한 호텔 패키지를 통해, 팜 스프링스에 있는 호텔 ‘Agua Caliente Casino Rancho Mirage’에 묵었다. 호텔 이름처럼, 1층에는 카지노판이 24시간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곳은 아마도 은퇴한 백인 실버 세대를 위한 휴양지처럼 보였다. 이 패키지 플랜에는 1) 3일간의 코첼라 입장권 2) 4박 숙박 3)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이용권 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 대비 100만원 이상을 지출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데, 팜 스프링스라는 휴양지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가 궁금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동시간을 절약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 코첼라 기본 지출 비용
- 2024년: 3,189,715원 (코첼라 입장권 + 숙소 + 숙소와 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 2023년: 2,029,480원 = 687,580원(코첼라 입장권) + 1,341,900원(숙소)
- 모든 숙소는 동일하게 4박 기준이다.
Q. 코첼라까지는 어떻게 이동 하는가?
A. LA 공항에서 코첼라로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대부분은 차를 렌트하는데, 나는 면허가 없어서 2년 연속 LA 공항 <-> 코첼라를 오가는 왕복 셔틀 버스를 이용했다. LA 공항부터 코첼라까지 자차든 버스든 평소에는 편도 3시간이 걸리는데, 문제는 대규모의 행사인만큼 이 시즌에는 늘 교통 정체가 있다는 거다. 작년에는 코첼라까지 4시간 30분만에 도착했지만, 올 해는 7시간이 걸렸다. 도로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너무나 많은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았지만 영원히 도로 위였다. 도중에 휴게소 같은 것도 없어…… 배고파……. 숙소에 내려보니 무성한 야자수들이 하나도 안보일 정도로 사위가 어두워져 있었다.
또 다른 이동은 숙소와 코첼라 행사장을 오가는 것이다. 작년에는 숙소에서 코첼라 행사장까지 편도로 1시간 정도를 걸었다. 거기서 또 ‘진짜 행사장 정문’에 입장하기까지 30분 정도를 걸었다. (왜 그랬는가하면, 그 진짜 행사장 정문까지 걷는 흙길이…… 번거로운만큼 코첼라의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이다.) 올 해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숙소 앞에서 바로 행사장 정문까지 오갔다. 숙소부터 행사장까지는 16마일(25.7km) 떨어져 있었는데, 셔틀버스를 타니 편도 25분 정도가 걸렸다. 결과적으로 많은 시간이 단축 되었지만 작년의 경우를 겪었다보니 이런 쾌적함이 어색한 것도 사실이었다.
Q. 워낙 스케일이 크다고 들었는데, 공연 관람 환경은 어떤가? (그 에너지를 차치하고, 음악 공연으로서의….)
A. 홍대라이브 클럽을 연상시키는 작고 알찬 ‘소노라(sonora)’부터 작년에 블랙핑크가 헤드라이너 무대를 섰던 ‘코첼라 스테이지(coachella stage)’까지 코첼라에는 규모와 성격이 다른 총 6개 스테이지가 있다. 올 해 에이티즈와 르세라핌이 무대를 섰던 ‘사하라(sahara)’는 가로로 무대가 넓어서 많은 댄서들이 아티스트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에 맞춤하고, 세모꼴로 자리한 대형 스크린이 있어서 무대에서 아티스트가 실연을 하는 것 외에도 스크린만으로 다양한 영상 연출을 시도해볼 수 있다. 즉, 케이팝 아티스트에게 최적화 되어 있다. (나는 한국에 이런 공연장을 가지고 싶다…) 두 번의 방문을 통해 가장 좋아하게 된 스테이지는 ‘outdoor theatre’인데, 어떠한 가림막도 없어서 주변의 야자수들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말 그대로 야외 공연장이다. 올 해는 여기서 정글과 크루앙빈 등의 무대가 열렸다.
공연 관람 환경이라는 것에 대해 음향 사고가 적을수록 더 좋다는 생각을 가지기 쉽지만, 코첼라를 보면서 한 번에 관객의 눈과 귀에 무엇이 쏟아져 들어오느냐가(그것을 소화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관람환경을 질을 결정한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자잘한 음향사고는 공연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덜 발생한다는 인상도 받았다. 규모가 작은 공연장(신인 아티스트가 서는 공연장)에서는 실제로 마이크 실수가 여러 번 있었다. 자본주의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더 커질수록 더 완벽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