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재패니즈 하우스, 랭페라트리스, 사브리나 카펜터, 페기 구, 레이
현장에서 보면서 좋았던 코첼라 무대 10선을 소개합니다. (헤드라이너 얘기는 하나도 없음 주의!) 이번 코첼라 통신 특집은 3부작으로 마무리 됩니다. 코첼라 통신 1호를 놓치신 분들은 함께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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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Mojave, 4:30PM
더 재패니즈 하우스 The Japanese House
공식적으로 코첼라 일정 중 처음으로 본 무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앰버 베인이 이끄는 1인 밴드다. 여성, 남성 아티스트 통틀어 코첼라에서 관람한 아티스트 중 무대 의상이 가장 덜 과감했다. 가장 최근 발매작인 [In The End It Always Days](2023) 더러 NPR은 "당신의 무릎에 둥지를 튼 개만큼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욕망과 후회, 두려움에 대한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들로 가득 찬 거부할 수 없는 일렉트로 팝 음반"이라고 했다. 공식 굿즈가 아름답다. 왜 팀명이 'The Japanese House' 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미감. 아 참, 미셸 자우너의 'Japanese Breakfast'만큼이나 이 밴드는 재팬과는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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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Outdoor theatre, 5:25PM
랭페라트리스 L’lmperatrice
디스코와 신스팝 음악을 선보이는 6인조 프랑스 밴드. 키보디스트로는 한국계 프랑스인 '아늬 권(Hagni Gwon)'이 속해있다. 팀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몰라서 찾아봐야지, 찾아봐야지 하다가 코첼라가 끝날 때까지 읽지 못했다. 동행인과 "그 미쳐버린 프랑스… 디스코 밴드 있잖아요…"만을 반복했을 뿐. 연하늘색 아웃핏에 어깨 혹은 명치 쪽에서 가끔씩 불이 딸깍 거리며 들어오는 둥근 LED로 포인트를 주었다. 또 다른 키보디스트 ‘샤를 드부아스갱’의 본업은 음악 평론가였는데, 음악 창작 과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평론에 정당성을 느끼기 위해 밴드로서의 삶을 시작해서 어느덧 음악 활동은 12년차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어떤 갈증이 이런 결과물로 이어졌다는 게 놀랍다. 이 팀에 입문하려면, 춤추는 할머니를 모티프로 하여 코첼라 직전 주에 발표한 싱글 'Danza Marilù'이나 이 팀의 스포티파이 최다재생곡 'AGITATIONS TROPICALES'(2015)로 시작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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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Coachella Stage, 6:OOPM
사브리나 카펜터 Sabrina Carpenter
코첼라 메인 스테이지에 지어올린 2층짜리 건물, 그리고 그 건물 좌측에 부딪혀서 범퍼가 박살난 올드카까지. 무대 세트만으로도 제대로 된 걸 보여주겠구나 싶었던 무대였다. 2층 건물에서 문을 여닫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끊임없이 남-녀 댄서들이 동선을 만들어내고, 연인의 만남과 헤어짐을 둘러싼 스토리텔링을 노래 가사에 맞게 북미식 뮤지컬로 경쾌하게 풀어냈다. 그런데 사브리나 카펜터의 얼굴에 줌인이 될 때마다 그가 짓는 표정에서는 어쩐지 익숙한 케이팝의 향기가 나기도 했다. (사브리나 카펜터는 트와이스의 열혈팬이기도 하다.) 아휴, 정말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무대 중간중간 복고적인 코드를 넣어서 풀어낸 VCR도 인상적이었다. 코첼라 하루 전인 4월 12일에 싱글 'Espresso'를 발표한 사브리나 카펜터는 2023년부터 개최중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The Eras Tour>의 일부 공연에 오프닝 게스트로 서는 중이다. 단독 콘서트를 보면 볼 거리가 정말 많을 것 같은 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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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Sahara, 9:15PM
페기 구 Peggy Gou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전자음악 DJ. 본명이 구 씨는 아니고 김 씨다. 코첼라에서는 DJ가 높은 단상에 올라가 있고 댄서 여섯이 무대를 채웠다. 펜스에 가까운 쪽에 자리를 잡아서 댄서들과 같이 논다는 기분으로 공연을 보았다. 대형 스크린에는 자신을 꼭 닮은 애플의 미모티콘(Memoticon)이 디제잉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게 하거나, ‘구’ 라는 한글 타이포가 빙글빙글 돌도록 구현해두었다. 페기구는 작년에 발표된 히트곡 'It Goes Like(Nananaa)'(2023) 때만 댄서들과 같이 춤을 아주 조금 춰 주었는데 조금 더 춤을 춰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 어쩌면, 관객을 감질맛 나게 만드는 것 마저 그가 설계한 무대의 일부분일지도…. 올 해 6월에 첫 번째 정규 앨범 [I Hear You]를 발표할 것이며, 7월에는 내한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다.
*코첼라 계정에 공식 클립이 아직이다. 코첼라 분위기를 볼 수 있는 일부 영상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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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Mojave, 4:10PM
레이 RAYE
코첼라 끝날 때까지 라예라고 읽었지만 레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맨발로 등장해서 엄청난 여유를 보여주었던 레이의 무대는 사실 ‘thuy’를 보러 가던 길에 스테이지를 헷갈린 바람에 우연히 보게 된 것이었다. 동행인이 “건강한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보는 것 같다”고 했는데, 레이는 실제로 에이미 와인하우스, 아델, 제시 제이 등을 배출시킨 The BRIT school 출신이다. 가스펠과 알앤비, 재즈, 전자음악을 융합한 음악을 선보이는 런던 기반의 싱어송라이터이고, 정규 1집 [My 21st Century Blues](2023)으로 올 해 초에 개최된 브릿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신인 등을 포함한 총 6개 부문을 수상한 실력파 신예다. 사실 레이는 2016년에 데뷔했고, "앨범 4장을 발매하는 조건으로 레이블과 계약을 맺었지만, 데뷔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레이블을 떠나 독립적으로 정규 앨범을 발표 했다. 그는 “자아 성찰과 상담 치료, 용서와 반성으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고 그 후, 도망치듯 도착한 어느 오두막에서 정규 1집 열다섯곡 작업을 해냈다고 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는 정규 1집 앨범소갯말을 읽으면 앞으로 그의 행보를 더 응원할 수 밖에 없다.
*역시, 코첼라 계정에 공식 클립이 아직이다. 코첼라 분위기를 볼 수 있는 일부 영상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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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는 대중문화를 큐레이션 하고
목요일에는 못다 한 이야기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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