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라스트디너파티, 블리처스, 정글, 88라이징퓨처즈, 크루앙빈
지난 호에 이어 현장에서 보면서 좋았던 코첼라 무대 10선 중 나머지를 소개합니다. 특집호는 이렇게 후다닥 마무리 하고, 저는 현생을 잘 살다가 이번주 목요일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혹시, 코첼라 통신 1호와 코첼라통신 2호가 아직이라면 함께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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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Gobi, 5:30PM
더 라스트 디너 파티 The Last Dinner Party
런던의 5인조 여성 록 밴드. “쾌락에 빠진 저녁 연회장 분위기”의 밴드를 만들려고 했다는데 무대는 한낮에 이루어졌지만 실제로 그런 분위기의 무대였다. (여기 꼬냑 한 병만 추가해주세요...) 밴드 기반 사운드에 클래식한 요소들을 곁들이고 있는 '바로크 팝' 장르의 음악을 추구하며, 음원으로 들을 때는 몰랐는데 무대를 보니 보컬 '아비게일 모리스'에게서 김윤아가 보였다. 그런데, 멤버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흥청망청 광기의 합은 또 자우림 팀 색과는 분명히 다르다. 영국의 음악 주간지 NME가 발표한 '2023년 최고의 노래들' 중 이들의 싱글곡 'Nothing Matters'(2023)는 그 해 무려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이곡은 이번 셋리스트의 엔딩곡이었는데 위의 클립에서 감상해보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매 해 음악계의 유망주 10팀을 선정하는 프로젝트 'BBC Sound of 2024'의 우승자로 등극하며 올 해를 활짝 열었다. (참고로, 이 리스트의 2위 '올리비아 딘'과 3위 '페기 구'는 모두 이번 코첼라 라인업에 포함 됐다.) 더 라스트 디너 파티의 내한 소식은 아직 요원하지만, 7월에 후지 록 페스티벌에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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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Mojave, 6:50PM
블리처스 Bleachers
지금은 공식적으로 (해체가 아니라) 활동을 중단한 밴드 FUN.의 멤버이자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잭 안토노프'의 1인 인디 팝 밴드. 잭은 테일러 스위프트와 지속적으로 협업 하며 정규 10집 [Midnights](2022)에서는 전곡을 테일러와 공동 프로듀싱 했고, 지난 주에 발표된 정규 11집 [TTPD](2024) 작업에도 참여했다. 라나 델 레이 정규 6집 [Norman Fucking Rockwell!](2019)에는 메인 프로듀서로서 크레딧을 올렸고, 그 밖의 수많은 뮤지션들과 작업해오며 그래미를 총 8번 수상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이력은 사후적으로 공부한 것이고 하나도 모르는 채로 무대를 봤다. 락스타로서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는데, 호른, 트럼펫 등의 관악기로 위트 있게 전체 러닝타임을 운영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블리처스 무대를 볼 때는 어쩌다 오른쪽 펜스 가까이에 서게 됐는데, 관객들이 계속 "T" 어쩌고 저쩌고 하며 계속 무대 측면을 힐끗거리기에 처음엔 잘못 듣고 "뭐? 티모시 샬라메가 왔어…?"가 되었지만 알고 보니 무대 장치로 가려져 스태프들이 서 있는 구간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있는 것이었다. 테일러는 무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그의 연인에게 안겨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고, 내 옆에서는 계속해서 테일러를 보기 위한(카메라로 찍기 위한) 인파들이 물 밀듯이 불어나면서 맨살이 접히고 쓸리는…… 페스티벌의 재미를 맛보았다. 어쨌거나 테일러 스위프트와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에서 블리처스의 음악을 듣고 있다는 그런 고양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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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Outdoor Theatre, 8:40PM
정글 Jungle
유년 시절부터 친구사이였고 자라서는 음악을 만드는 공동 프로듀서가 된 톰 맥팔랜드와 조쉬 로이드-왓슨의 2인조 밴드. 라이브 공연을 위해 보컬, 세션으로 객원 멤버들을 초대한다. 두 사람은 아트와 비주얼에 관심이 많아, 감각 있는 안무가 또는 영상 제작가와의 원테이크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데에 공수를 들여왔다. 그래서 쇼츠나 릴스를 통해 이 팀을 처음 접하게 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올 해 2월에는 'Back on 74'(2023)로 패션 브랜드 GAP과 '린넨 무브즈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내용은 언젠가 레터로 따로 풀고 싶었는데, 태민이나 텐처럼 젠더-프리하고 퍼포먼스에 특화된 케이팝 아이돌도 패션 브랜드와 이런 식으로 협업을 해주시면 몹시 감사할 것 같습니다...) 'Back on 74' MV를 보고나서 이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원테이크로 촬영했는지 보여주는 비하인드 씬 영상을 이어서 보는 데에는 8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참, 그래서 코첼라에서는 퍼포먼스가 있었느냐고? 없었다. 그래서 아쉬웠다. 다만, 발을 움직이게 만드는 리드미컬한 음악과 세련된 무대 셋팅에 완전히 사로잡혔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정글은 오는 5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국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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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Mojave, 5:20PM
88 라이징 퓨처즈 88 Rising Futures
아시아계 아티스트들의 매니지먼트하는 미국의 레이블 88 라이징. 국내 뮤지션으로는 (여자) 아이들, 서리, 비비가 소속되어 있고, 홍콩 국적의 뱀뱀(갓세븐) 또한 있다. 지난 해에 투애니원과 에스파가 이 레이블을 통해 초청된 것을 계기로 국내에도 레이블의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진 것 같다. 이번 코첼라 무대를 보자마자 나는 "호기심 때문에 주문한 비빔밥 리필해서 싹싹 먹고 나온 기분"이라는 메모를 남겼는데, '아시아계 뮤지션'으로 묶기에는 너무나 다종다양한 무대들이 쏟아지는 걸 보고 사실상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셋리스트는 타이거 JK와 윤미래가 장내를 장악하는 랩으로 시작되었고, 지난 2월에 하루종일 들었던 비비의 '밤양갱'도 드디어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 요아소비와 아타라시이 각코!의 에너지 넘치는 'IDOL'(2023) 콜라보 무대를 보고서, 그 후로 계속해서 제이팝을 듣고 있다. 그렇게 코첼라와는 아무 상관 없는 요네즈 켄시의 'Lemon'(2018) 까지 내침김에 뒷북으로 듣고 있다는 소식. 그나저나, 왜 아타라시이 각코! 만이 뇌리에 남는 것일까. (팀에 대한 설명을 포기한다. 6월에 아타라시이 각코! 가 첫 번째 내한 공연을 하는데 갈까 말까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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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Outdoor Theatre, 7:50PM
크루앙빈 Khruangbin
크루앙빈은 '비행기'라는 뜻의 태국어다. 이들이 하는 음악에는 늘 이국적이라는 형용사가 따라붙고, 아예 '태국풍 펑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스스로의 작업이 어떤 지역성에 묶이는 걸 온건하게 거부한다. 어느 블로거가 직접 번역한 한 인터뷰에서 크루앙빈의 베이시스트 로라 리가 "미국에서는 월드뮤직이라고 하면 서양 음악이 아닌 것을 통틀어 일컫는 게 현실이고, 부르는 방식이 공정치 않다고 느낍니다. 차라리 어스 뮤직(Earth Music)이라고 불러야 겠죠." 라고 하는 걸 보면, 북미의 한가운데에서 열리는 코첼라 마지막 날 무대가 이들에게 어떤 의미였을지를 짐작해보게 된다. 크루앙빈은 과연 초고수였다. 화려한 퍼포먼스나 관객 몰이 없이도 스스로의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전개해냈다. 주어진 60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로라 리가 처음으로 마이크에 대고 관객을 향하여 생존 신고를 하듯 '꺅'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 후로도 자리를 옮겨 DJ Snake와 도자 캣 등의 무대를 보았지만, 심정적으로 올 해의 엔딩은 크루앙빈이었다. '휴가'라는 이름에 가장 알맞은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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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는 대중문화를 큐레이션 하고
목요일에는 못다 한 이야기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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