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자회견을 '언어'를 중심으로 돌아보기
240425. 케이팝을 하는 내내 이 숫자를 자의적으로 잊기란 힘이 들 것이다. 어떤 팀의 데뷔기념일도, 최애 멤버의 생일도 아닌,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기자회견을 열었던 날 말이다. 돌이켜보면,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보았던 나는 '케이팝 좋아하는 사람' 외에도 그 위로 겹쳐지는 나의 여러 정체성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이 아는 선에서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고 가장 좋은 건 섣불리 말을 얹지 않는 것이지만, 그 기자회견을 둘러싼 개별적 관점과 시선들은 내게 각자 다른 문제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한 달여간 공개된 기자회견 분석 중에서 나누고 싶은 글과 영상들을, 민희진이 실제로 기자회견 도중에 사용했던 ‘말’을 중심으로 분류하고 소개할 것이다. 인터넷 밈 연구가, 기자, 대중음악평론가, 사회학 연구자까지 각자가 주목하는 언어가 달랐다. 원문 중 밑줄 치고 싶은 일부를 발췌 하였고, 나의 의견을 더했다. 여러분도 자신의 관심사를 따라가며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이미지나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원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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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이 #개저씨 #시바르세키
"밈 원정대: 민희진은 왜 밈이 되었을까?"
(2024.05.23, <비애티튜드>, 김경수 영화평론가·인터넷 밈 연구가)
•"그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초록색 스트라이프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파란색 LA 다저스 볼캡을 눌러쓴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이윽고 20분 가까이 정돈되지 않는 말을 쏟아냈다."
•"민희진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x발새끼는 단언컨대 x발새끼 중 가장 완전한 x발새끼일 것이다. 우리는 평소 민희진과 비슷한 톤으로 x발새끼를 일상에서 여러 번 외친 적이 있다. 다만 그 순간에 터져 나오는 한을 타인과 공유하긴 힘들다. 이 x발새끼는 그 순간을 공유할 수 있게끔 한다."
•"오히려 민희진의 기자회견을 관람한 사람들은 술자리 한탄을 들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런 친근함을 고도의 연극적인 성취로 간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 기복과 격정적인 표현으로 기자회견의 룰을 부순 민희진의 모습에 많은 대중이 해방감과 쾌감을 느끼며 그를 영웅시하고, 밈으로 승화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결과일지 모른다."
⇢ ㅎㅇ's comment "아니 개저씨들이", "들어올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같은 민희진의 어록에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반응 했고, “아니 이 X발 새끼들이”라는 말을 들은 일본 네티즌들은 “본고장의 시바르세키 생으로 처음 들었어”라고 감상을 보탰다. 영화평론가이자 인터넷 밈 연구가인 김경수는 이 기자회견이 본질적으로 ‘연극’과 유사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기자회견을 보면서 나의 첫인상은 "어떤 스크립트도 없이 10분 이상 이야기 하는 게 놀랍다…" 였다. 그가 기자회견 같은 중차대한 자리에서 전문가의 검수를 마친 정돈된 대본을 읽을 거라는 게 나의 첫 번째 착각이었다. 카카오톡 캡처로 나열된 PPT 슬라이드가 대본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기 전까지, 민희진이 하는 말들이 사전에 준비된 말인지, 돌발적이고 충동적인 기억들의 나열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기자회견은 '테이크가 하나' 라는 점 때문에 연극 같았으며, 이미 엎지른 말을 주워서 다시 15초 앞으로 감기를 하고는 다른 문장을 말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도 연극의 요건을 만족시켰다고 본다. "엄숙한 기자회견에서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합의한 암묵적인 룰을 위반하는 위험한 일"이지만 그는 기꺼이 그런 방식을 택했고, 연극의 관객이 돌려줄 수 있는 건 수많은 밈을 실시간으로 탄생시키거나 혹은 그 밈을 퍼다 나르는 것이었다. 민희진의 말에 반복되는 힙합 비트를 얹은 '프리스타일 리믹스 버전 비디오'는 채 하루를 넘기기도 전에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 수백만의 조횟수를 얻었다. 이 모든 건 특정 네티즌의 짖궂음이나 유머감각이 아니다. 그건 선택의 여지가 없던 우리들의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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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유니크 #기성화
"아이돌과 제작자, 누가 아티스트인가"
(2024.5.23, <시사IN>, 이상원 기자)
•"오랜 기간 한국 아이돌 산업은 ‘꼭두각시 놀음’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예기획사에 발탁돼 타인이 쓴 노래와 춤을 수행하는 이들을 과연 예술가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팬덤과 평단은 ‘협업’이라고 반박한다. 이들은 아이돌 공연을 연기에 빗댄다. 작가의 대본과 감독의 지시에 따르더라도 배우 개인의 고유한 재해석이 가미된다는 것이다. “춤을 추고 노래하는 사람들도 특정 부분의 장인이고, 예술가라고 볼 수 있다. 설령 어떤 곡을 원곡자의 창작 의도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구현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건 가수 자신의 노래다(최지선 평론가)."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은 아이돌 산업의 버팀목인 ‘협업론’을 흔든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민희진 스타일’의 독창성이 뉴진스의 성공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듯한 발언을 누차 했다. 협업론에 따르면 아이돌 아티스트의 고유한 퍼포먼스는 복제될 수 없고, 설령 누군가 따라 하더라도 ‘원본’의 가치는 하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 대표는 기자회견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카피가 나오잖아? (…) 이전에 있던 우리 브랜딩이 기성화가 돼요. 우리의 유니크함이 기성화가 된다고. (…) 그러면요, 다 100(퍼센트) 다 모두 뉴진스 돼. 그럼 뉴진스한테도 나쁘고 얘네들(따라 하는 그룹)한테도 나빠요. 장기적으로 이게 업을 망가뜨린다니까요?” 이 인식에 따르면 아이돌 그룹의 고유한 예술성은 설령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 아티스트의 개성은 충분히 복제할 수 있다. 상도덕을 지키는 업계 관계자들 덕에 보존될 뿐이다."
⇢ ㅎㅇ's comment 샤이니, f(x), 엑소까지 한 시절 SM 아이돌의 컨셉 포토와 영상, 실물 앨범 디자인을 보아왔던 사람이라면, 지상에 ‘민희진풍’이 존재한다는 말에 고개를 가로젓기는 힘들 것이다. 나 또한, f(x)의 [Pink Tape](2013)를 처음 보았던 순간을 다신 오지 않을 경이의 순간인 듯 고이 마음의 서랍에 간직하고 있다. 그가 이 앨범을 만들기 위해 사전 제작했던 목업 파일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집에 가지고 있다고 했을 때, 팬들 만큼이나 제작자 스스로도 자신의 작업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과연 뉴진스가 민희진의 요구와 바람을 잘 수행하는 ‘객체’인지, 아니면 그런 것들을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새롭고 놀라운 걸 보여주는 ‘주체’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것 같다. 자기가 부를 노래의 가사를 작사하는 아이돌만이 주체성(또는 진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아닌데 말이다. (가령,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직접 경험이 배제된 상상만으로 러브송을 만든 아이돌 멤버 A의 노래가 대중으로부터 연일 ‘가사가 너무 공감간다’는 반응을 얻는 상황에 대해 가정 해보자. 이 경우 우리는 뮤지션의 주체성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 글은 아이돌-제작자 간의 협업이 가능한가에 대해 질문한다. 여기서 ‘아니요’ 쪽으로 손을 드는 사람에게 있어, 뉴진스는 거칠게 말하자면 ‘발주 받은 바를 잘 수행하는 용역’일 뿐일지도 모른다. 제작자의 자아가 아이돌에게 그림자를 드리울 때 그들에게 남아있던 주체성이 사라진다고 보는 사람이라면, ‘아이돌=상품’이라는 공식을 고수하고 있을 것이다. 멀리서 보면 비슷비슷하게 생긴 아이돌들은 정말 자본주의 사회라는 매대에서 팔려나가는 상품일 뿐인 걸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만큼은 ‘아니요’라고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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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야근식대 #사회생활
"3주째 '을의 추앙' 받는 민희진...그러나 '우리 같은 을'이 아니다"
(2024.05.15, <한국일보>, 양승준 기자)
•"어도어의 경영자이자 연봉을 제외한 성과금만 지난해 20억 원을 받은 민 대표는 과연 ‘을’을 대표할 수 있을까."
•"하이브를 비롯해 SM, JYP, 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4개 K팝 기획사에서 여성이 수장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의롭지 않다고 판단되는 리더들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책임을 묻는 태도 등이 세대를 아울러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민 대표에 대한 열광은 그간 젊은 감각을 갖춘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입장 그리고 일하는 여성의 입장을 그렇게 통쾌하게 대변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지행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하는 K팝 산업에서 게임 업계 출신과 남성에 쏠린 하이브 경영진의 인력풀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과 민 대표가 뉴진스 등으로 보여준 생산이 대조를 이루면서 근본적으로 이 시장에서 더 필요한 능력이 경영 마인드인가 크리에이티브인가의 문제를 새삼 가시화 시켰다"는 걸 민 대표 신드롬의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
⇢ ㅎㅇ's comment 이 글은 기자회견에서 주목해야 할 3가지 포인트를 짚는다. 1) 계열사 대표로서 본사에서 하달되는 지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직장인의 설움을 끌어냄 2) 남성 임원 집단으로부터 배척받은 여성으로서의 분투와 차별을 호소하며 여성에게 공감대를 자아냄 3) 돈밖에 모르는 사업가가 아닌 기획자로서 K팝 산업의 부조리를 폭로함. 그 중에 앞의 두 가지는 ‘그게 뭔지 알 것 같다’는 감각을 내게 가장 빠르게 전해주었던 것 같다. “내가 실적이 떨어지길 해 뭐를 해. 너네(하이브 일부 남성 경영진)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마시냐, 골프를 치냐. 내 법인카드(사용 내역)엔 야근 식대밖에 없다”,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는 게 이렇게 더러운가 하는 생각도 든다”는 말은 ‘개저씨들’을 만나지 않는 게 모두 운의 소관으로만 해석되던 어느 날의 사회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중요한 건, ‘의사결정권한을 가지지 못한 사회초년생 여성’의 입장을 ‘(한 계열사의 대표로서) 어느 정도의 의사결정권한을 가지고 있을 여성’이 대변했다는 점이다. ‘주니어-여성’의 위치를 걷어내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조직과 리더에게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 그 안건이 기약없이 유예 되거나 구조적으로 묵살되는 경험을 떠올린다. 이것이 누군가의 사적인 기억이 아니라 집단의 공통 기억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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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가부장제와 싸우는 스타 프로듀서"
(2024.05.04, <파이낸셜 타임스>, Christian Davies)
•"상위 100대 기업에 여성 임원이 6%인 나라에서 민 대표의 분노는 남성 상사에 대한 비판에 고취된 젊은 한국 여성들의 흥미를 사로잡았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한 여성(31)은 "민 대표가 겪는 일은 남성 지배적이고 위계적인 기업 문화 속에서 우리도 매일 겪는 일"이라며 "민 대표가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은 우리가 꿈꾸던 일”이라고 말했다."
⇢ ㅎㅇ's comment 앞서 언급한 기사보다 약 열흘 먼저, 외신은 '케이팝 가부장제(the K-pop patriarchy)'라는 표현을 포함한 기사를 공개했다. 수많은 남성 아이돌의 여성 팬(혹은 여성 아이돌의 여성 팬)이 소비를 하고 있음에도, 케이팝이 얼마나 공고한 가부장제 시스템 속에서 굴러가는지를 지적한 것이다. 이는 <2021 공동체와 함께 하는 하이브 회사 설명회> 영상에서 하이브 리더진의 얼굴이 공개 되었을 때, 리더 11명 전원이 남성이었던 점을 근거로 둔다. 외신이 팩트 체크를 해 줄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통계(‘상위 100대 기업에 여성 임원이 6%인 나라’)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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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새끼 #산고
"이 여자가 유별나다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2024.05.10, <한겨레21>, 연혜원 <퀴어돌로지> 공저자·사회학 연구자)
•"많은 사람이 이러한 민희진의 언어 사용을 뉴진스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과 일에 있어서 ‘프로답지 못함’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또 무엇일까?"
•"자신을 뉴진스의 ‘엄마’라고 칭한다거나, 뉴진스 데뷔 과정을 이야기하며 ‘출산하는 것 같았다’ ‘산고를 느꼈다’고 한다거나, 과거 함께 일했던 이수만과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아빠 같아서 조언해드렸다’는 민희진의 가족 비유적 표현은 엇갈리는 반응을 불렀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공감을 샀으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로 기괴함을 느끼게 했다."
•"이는 케이팝 산업에서 새로운 방식의 언어 사용은 아니다. 팬덤을 비롯해 언론은 케이팝을 설명할 때 줄곧 가족의 언어를 사용했다. 아이돌을 ‘양육’ 한다거나 국민 ‘여동생’이라거나 ‘삼촌’ 팬, ‘할미’ 팬이라는 용어는 팬덤과 언론에서 일상적으로 쓰였다. 하물며 팬들도 ‘양육’하는 기분을 느끼는데, 실제 그 아이돌 기획에 가장 주도적으로 참여한 대표가 ‘산고’를 느꼈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제 처음으로 케이팝 산업에서 성공한 여성의 입으로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것에 가깝다."
⇢ ㅎㅇ's comment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민희진의 <유퀴즈> 출연분부터 한 달 전의 기자회견까지 민희진이 관성적으로 ‘가족 관계 용어’를 쓴다는 점을 짚는 글이다. 케이팝 산업이 가부장적일 뿐 아니라 혈연 기반의 가족과도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숙소 합숙 생활을 하는 케이팝 아이돌들은 지금 옆에 있는 멤버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연습생 시절을 보냈더라고 회고하기도 한다. 거의 가족 같은 것과 진짜 가족은 무엇이 다른가? 그러나, 연혜원 연구자의 말처럼 우리들 사이에는 “암묵적으로 이러한 가족 비유는 비공식적이야 한다는 감각”이 있다. 민희진은 의혹이 불어나 궁지에 몰린 자신을 걱정하는 가까운 이들 중에 뉴진스 멤버들이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애들이 밤에 막 전화해서 20분 내내 운다. 대표님 불쌍해 죽겠다고”라는 말을 했는데, 이는 자식을 더이상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동시에 앞으로 잘 풀릴 일만 남았을 뿐인 자식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은) 엄마의 입장을 암시하는 것러머 들렸다. 한편, 이 말을 두고 40대 여성이 10대 여자 아이들 품에 안겨 위로 받는 일의 기이함에 대해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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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레이블 #포뮬러 #군대축구
"민희진 내부고발은 '음반 밀어내기'..한계 온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민낯"
(2024.05.05, <교양이를 부탁해>,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
•"레이블이라는 게, 보통 해외 선진국 사례 같은 경우에는 자생적으로 소규모로 레이블이 시작 되어서 커져가는 구조이고. 그러니까 보통 그 레이블만의 색깔이 10년, 20년 쌓인 레이블들을 인수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레이블들의 색깔과 레거시가 있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케이팝이란 건, 아이돌 댄스 그룹 중심인 거 잖아요. 음악 장르가 그렇게 다채롭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사실 레이블별로 뚜렷한 색깔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희미해졌고, 서로의 차별성을 보장하기도 힘들어졌어요. 오히려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갖추게 된 이후, 각자의 색깔이 더 돋보이도록 장려하는 게 하이브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지향만 했지 아직까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죠. 그게 어떻게보면 이런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는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설사 그게 농담이나 장난이라 할지라도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큰 것 같아요. 좀 건강하고 쿨한 시장이라고 하면, 에스파 안 밟아도 되거든요. 그냥 자기 음악 내고 그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을 확장시켜서 장기적으로 보고 가면 되는 거죠. 하지만 지금 케이팝 시장은 슈퍼 IP에 모든 걸 몰아줘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인기 있는, 예쁘고 멋진 아이돌 멤버들에게 모든 빛을 다 쏘아주어야 해요. 그래서 팬들이 그들에게 종교적인 충성을 다 하고 과도한 소비를 하고 그렇게 해서 매출을 증가시키는 게 거의 유일한 방법처럼 됐어요."
⇢ ㅎㅇ's comment 방시혁 대표의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 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 되면서, 우리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수장이 경쟁력 있는 걸그룹을 출범시키고 싶어 했고 거기에 비뚤어진 의지가 섞여 들어 있었음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민희진은 “레이블마다 개성이 다 달라야 멀티레이블 인데”, “근데 문제는 (하이브 산하의 다른 레이블이) 우리의 제작 포뮬러 자체를 너무 모방했다는 거예요.”라며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한계를 주장했고, 레이블 간의 위계를 “무슨 군대 축구하듯이, 골을 병장한테 다 몰아주는 것 처럼” 하고 있다고도 묘사했다. 그러니까 케이팝이란, 처음부터 한정된 파이를 나누어 먹는 것이었을까? 아무리 ‘잡덕’(본진 없이 이팀 저팀을 좋아하고 케이팝 자체에 관심이 많은 박애주의적 팬)이 많아도 엔터테인먼트 회사 입장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걸까? 다시 최신 밈으로 돌아가 본다. "에스파 밟으실 수수수 수퍼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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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두 번째 단행본, 구구 ‧ 서해인 《작업자의 사전》(유유히, 2024)가 곧 출간 됩니다. 정식 출간일은 2024년 6월 7일이지만, 다음주부터 장바구니에 넣으실 수 있을지도………! 여러분이 자주 들르는 온라인 서점이나 가까운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 하신다면, 저와 출판사를 태그해서 알려주세요!
⇢ @browneyed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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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는 대중문화를 큐레이션 하고
목요일에는 못다 한 이야기를 보냅니다.
지금까지 5,625분의 구독자와 함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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