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 프란츠ㅣ부스 : Q2-84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음악소설집》
매 해 도서전이 여름에 열리기 때문에 여름의 조온습과 휴가 주력 도서가 출간되는 건 이치에 맞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초여름’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어요. 고개를 들면 보이는 울창한 나뭇잎 실루엣 속지 위로 마치 고급 화과자 포장지 같은 소재의 지류로 소설의 제목, 소설가들의 이름, 출판사 이름이 금박으로 출력되어 있습니다. 안살 수가 없는 제목입니다. 저는 이 책 제목이 ‘집음악과 소설'이어도 구매했을 것 같습니다. ‘음악 앤솔로지’라는 콘셉트로 단편 소설을 작업한 저자들이 “고요와 소란 사이에서, 음악과 이야기 사이에서” 묻고 답한 짧은 인터뷰도 후반부에 실려 있습니다.
출판사 : 귤프레스ㅣ부스 : Q2-37
수신지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4》
2022년 언리미티드에디션에서 1편을 선보인 후, 언리미티드에디션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퐁당퐁당 시리즈의 신작이 공개 되고 있는 시리즈, 그 네 번째입니다. 거의 매 번 귤프레스 부스에 들르면, 자녀나 조카 앞으로 수신지 작가에게 친필 사인 요청을 하는 이모삼촌고모고모부엄마아빠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언젠가 작가 또한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시리즈는 처음으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그린 만화입니다. 그동안 주로 성인 여성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독자분들도 대부분 성인 여성이었는데 이 만화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 독자를 많이 만나게 되어 신기하고 반갑고 신이 납니다.”라고 소회를 밝힌 바 있는 것 처럼요. 만화문화연구소에서 ‘2023올해의 출판 만화’로 선정한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이번에 도서전용 스페셜 표지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울고 있는 하은이’가 추후 일반 판매 시에는 웃는 표정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해요. 여러 분 모두 우는 하은이를 가져!
출판사 : 문학동네ㅣ부스 : E17
마이아로즈 크레이그 《버드걸》
모든 기기들로부터 로그아웃 한 채로 도둑맞은 집중력을 찾기 위해, 디지털스럽지 않은 취미를 가지는 게 일종의 신유행처럼 해석되는 시기입니다. 대표적으로 조명되는 취미 중 하나가 ‘탐조’ 같은데요. 이 책의 저자는 11살에 ‘birdgirl'이라는 이름의 블로그에 탐조 기록을 담은 블로거입니다. 어머니의 정신질환을 다루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탐조인인 아빠의 주도 하에 온가족이 새를 관찰하기 위해 여러 대륙으로 떠났고, 그 사이 심각한 환경문제를 목도한 저자가 자연스레 환경운동에도 뛰어들게 됐다는 성장 과정에 이끌려서 사게 된 책이예요. 맨 처음 파란 표지에 이어지는 쨍하게 노란 면지는 저자의 국적과는 무관하지만 스웨덴 국기를 떠올리게 하고, 챕터를 구분해주는 장마다 몹시 아름다운 새 일러스트가 들어있습니다. (주변인들에게 이 책을 후루룩 넘겨서 보여주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와’ 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 작업을 위해 240여종의 조류명을 열심히 번역했다는 ‘조류 문외한’인 역자의 말부터 읽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출판사 : 문학동네ㅣ부스 : E17
와야마 야마 《가라오케 가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
이번주에 만화카페에 19,000원을 내고 5시간동안 눌러 앉아 있었습니다. 아메리카노랑 까르보나라 떡볶이를 옴뇸옴뇸 하면서요. 2023년 국내 서점가를 휩쓸었던 만화 베스트셀러 와야마 야마 《여학교의 별》 1-3권도 드디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다른 만화책도 구매해버린 것이죠.
출판사 : 스위밍꿀ㅣ부스 : M12
김해인 《펀치》
뭐 이렇게 갑자기 일상에 만화를 들이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니고 이 책 때문입니다. 문학동네 만화편집부에서 근무하시는 김해인 편집자의 에세이에요. 실제로 만화 편집자이기 때문에 만화 편집자 쿠로사와가 주인공인 <중쇄를 찍자!>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을 숱하게 들어왔다는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단언합니다. “다른 만화 편집자분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몰라 내가 대표로 말할 순 없지만 일단 쿠로사와처럼 일하면 죽는다.”(p.26)
출판사 : 스위밍꿀ㅣ부스 : M12
김화진, 이희주, 박솔뫼, 정기현 《여름을 열어보니 이야기가 웅크리고 있었지》
유튜브 <민음사TV>를 ‘말줄임표’ 시절부터 즐겨보셨다면 반가워하실 그 이름, 문학편집자 콤비이자 소설가인 김화진, 정기현 두 사람이 눈에 띕니다. 특히, 정기현 님은 박솔뫼 저자가 참여한 에세이 《바로 손을 흔드는 대신》과 이희주 장편소설 《나의 천사》의 편집자이기도 하시죠. 그런데 이렇게 한 권의 책에서 공저자로 만나는 이런 연결고리와 조우, 멋지지 않나요? (민팁 많이 본 사람은.. 새삼 뻐렁침..) 이 책에는 네 사람의 단편소설과 산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공동으로 저자들을 한 데 묶는 기획들이 너무 많아져서 도무지 신선한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울 때 즈음, 또 이렇게 새로운 구성의 앤솔로지가 나와서 반갑습니다.
출판사 : 스위밍꿀ㅣ부스 : M12
금정연 《한밤의 읽기》
책 읽기처럼 본성과 관성을 거스르는 일이 또 있을까요? 도서전 하울레터를 쓰면서 그런 생각을 다시 한 번 합니다. 《한밤의 읽기》는 성인독서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2019년부터 2023년 봄까지 ‘읽기’를 테마로 두고 진행된 네 번의 강연을 엮은 책입니다. “혹시 XXXXX의 책을 한 권이라고 읽어보신 분 계신가요? 괜찮아요, 부끄러운 거 아니에요. 안 계신가요? (...) 손드셔도 질문은 안 하겠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라는 대목은 연사의 지목을 통한 주목과 답변 과정에서 탄로날 밑천의 바닥을 이상하게도 몹시 두려워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장의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합니다. tvN 드라마 <졸업>의 이준호 선생이 특히 좋아할 것 같은 책입니다. “읽는 방법을 가르칠 거예요. 텍스트로 일대 일로 맞짱 뜰 수 있는 근육을 키울 수 있는 방법밖에 없어요. (...) 애들 세상을 확장시키고 상상할 수 있게 1학년 때부터 어휘, 문장, 지문, 행간을 차례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면 신분이 바뀐다니까요?"(<졸업> 중에서)
입점명 : 작업책방 씀ㅣ부스 : I30
윤혜은 《우리들의 플레이리스트》(주니어김영사)
“10대의 일상을 꿈과 음악으로 촘촘히 엮는” 이야기를 담은 윤혜은 작가의 첫 소설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누군가의 외로움을 알아보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데요. 본문에는 7개 트랙이 중심을 잡고 있지만, ‘티저’, ‘히든 트랙’ 같은 타이틀을 달고 있는 목차를 다하면 전체는 총 14 트랙 구성입니다. 마치, 이제 막 데뷔한 케이팝 아이돌이 데뷔 앨범부터 디럭스 버전 앨범을 발매하는 걸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겨우 목차만 보고 있어도 느껴집니다.
이 책을 구매하는 전후로 윤혜은 작가와 나눈 대화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데 Cosmic이 저를 미치게 합니다"
“레드벨벳… 데뷔 10주년 이를 안 갈 수 X”
“내가 S면 넌 N이 되어줘 투어스는 이번에도 좋더라고요…”
“이거 팬들이 내가 ‘애쓰면’ 넌 ‘애인이’ 되어줘, 이렇게 듣는대요. 그냥 그렇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