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아이돌>의 윤혜은 작가와 함께 <장래 희망은 함박눈>을 읽으며 떠오른 음악들
회차정보 Potcast episode
w. <아무튼, 아이돌> 윤혜은 작가
일러두기 Guide to read
- 이번 호는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의
2021년 10월 12일자 에피소드 일부를
재가공한 버전입니다.
- YOUTUBE, VIBE 링크를 통해
소개 된 음악을 함께 들어보세요.
- 별도 페이지로 보시려면, 여기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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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윤이형, 박현숙, 김이설, 정은, 최진영
<장래 희망은 함박눈>(다림, 2021)
MUSIC
<장래 희망은 함박눈> MIXTAPE
ⓒ VIBE, MIXTAPE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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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캐릭터로 보는
윤이형 「자기만의 용」
게임에 빠진 중학생 '딸'
그런 딸을 고나리질 하는 '엄마'
1.
[윤혜은:] 총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 된 <장래 희망은 함박눈>에서 오늘 중점적으로 다룰 두 편의 소설을 선정했습니다. 먼저, 윤이형 작가의 「자기만의 용」은 중학생인 딸의 게임을 그만두게 하려고 엄마가 배틀을 신청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딸의 취미생활에 너그러웠던 엄마가 어느순간 헬리콥터맘이 되고, 딸은 당황하고, 모녀 사이에 충돌이 생깁니다.
[ㅎㅇ:] 그러니까, 딸이 게임 중독이라고 생각한 엄마가 그걸 해결하기 위해 딸과 같이 게임을 한다는 점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엄마가 캐삭빵을 하자고 했다."(p.8)가 이 소설의 첫 문장인데요. 사실 저는 속으로 '캐삭빵이 뭐지?' 라고 해버렸어요. 30대 독자인 제가 모르는 단어가 들어있는 문장을 만나니까 '아, 그래서 이게 청소년 소설인가?' 싶기도 했고요. 이 소설은 끝날 때까지 캐삭빵의 뜻 풀이를 해주지는 않아요. "캐릭터 삭제 빵"의 준말인데요. 패자가 계정을 탈퇴하는 것으로 게임의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아무튼, 청소년 독자분이라면 아마 딸에게 몰입하실 확률이 높을 것 같은데, 사실 저는 엄마의 입장에서 보게 됐던 것 같아요.
[윤혜은:] 저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소설 속 엄마를 보며 워너원의 '봄바람'(2018)을 떠올렸습니다.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이 발매한 마지막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아련하고 벅찬 멜로디가 인상적인 노래에요. 최근에 다시 들어보니 전체적으로 묵직하게 한음한음 힘을 많이 준 곡인 것 같다는 감상이 남았는데요. 딸과 충돌할 때마다 엄마가 자기 방, 부엌, 거실 어딘가에서든 혼자 곱씹으면서 이 노래를 들을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 다시 만나 / 봄바람이 지나가면 / 환하게 웃을게 / 봄바람이 지나가면"이라는 후렴 가사에서 반복되는 봄바람이라는 게, 엄마 입장에서는 마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딸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봄바람이 사실 매섭잖아요. 따뜻하지만은 않고요. 어쩌면 봄바람이 지나가면 우리는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는 모녀가 될 거라는 기대를 안고 엄마가 이 노래를 들었을 것 같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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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ollim ent.
2.
[ㅎㅇ:] 저는 인피니트의 '내꺼하자'(2011)가 떠올랐어요. "내꺼 하자 / 내가 널 사랑해 (어?) / 내가 널 걱정해 (어?) / 내가 널 끝까지 책임질게." 이 노래가 정말 명곡인데, '어?' 라는 의문사가 붙는 가사마다 손을 앞으로 뻗는 안무는 조금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고, 가사는 집착적인 구석이 있어요. 「자기만의 용」의 엄마가 딸을 지키려는 태도가 과도한 애정과 집착을 담은 이 노래의 가사와 닮아있습니다.
그런데, 캐삭빵을 하자는 엄마가 딸과 함께 게임을 하던 중에 공격 받는 딸 캐릭터를 향해 엄마 캐릭터가 '달의 보호막🌙' 스킬을 써서 동시에 두사람을 보호하는 장면이 있어요. '내꺼하자'의 마지막 부분에서 동우, 호야의 랩 파트를 보면, "걱정의 방패로 난 니 앞에 / 나는 달처럼 니 주위를 돌고 돌아" 라는 가사가 있거든요. 집착도 집착이지만, 상대를 보호하려고 취하는 행동적인 면을 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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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캐릭터로 보는
정은 「아이돌의 사촌」
아이돌의 사촌으로 오해 받는 '주영'
주영의 친구이자 춤스승인 '다움'
3.
[윤혜은:] 다음으로 이야기 나눌 소설은 정은 작가의 「아이돌의 사촌」이에요. 별안간 아이돌의 사촌으로 오해를 받으면서 곤경에 빠지는 주영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 와중에 학교에서 축제가 열려요. 반마다 하나씩 축제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데 다들 ‘주영이 네가 무대에 서면 되겠다, 너는 아이돌의 사촌이니까 틀림없이 춤과 노래에 능하겠지’ 라고 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주영은 실제로 아이돌의 사촌이 아닐 뿐더러 춤을 정말 못춰요. 반의 운명이 걸린 무대에서 곤경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무대를 완성시키는 과정이 정말 신박하고 아름답게 이어집니다.
[ㅎㅇ:] 아이돌의 사촌으로 오해를 받는 주인공이라니 저는 그것마저 너무 부러웠어요. 여기서 주영은 같은 학교 친구인 다움을 찾아가서 춤을 좀 가르쳐달라고 하죠. 극적인데다 아름다운 결말까지 가는 과정에서의 고군분투가 있는데, 스테이씨의 ‘Complex’(2021)가 읽는 내내 떠올랐습니다. 노래 제목이 '컴플렉스'고, 스테이씨 멤버들도 거의 10대다보니, 뭔가 투정을 부리는 내용인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텐데요. 투정을 부린다거나 나약한 이미지의 노래는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자신의 컴플렉스를 계속 호명하는 듯한 곡이랄까요. 노래가 끝날 때쯤에는 지금까지 문제를 겪어왔던 사람이 거기서 좀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주영은 춤을 못 추는데다가 자신감이 없는 인물이고, 다움은 춤은 잘 추지만 무대 공포증을 가지고 있죠. 이 두 사람이 관계를 맺고 어떤 결말로 나아가는 게 이 노래에서 컴플렉스를 대하는 자세와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윤혜은:] 맞아요. 멜로우한 느낌에 랩도, 보컬 목소리도 좋은 곡이죠. 가사에 ‘컴플렉스’라는 단어가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는데요. 처절하다거나 비관하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그래 맞아 이게 내 컴플렉스야, 나 이런거 가지고 있어' 라고 말하는 듯해요.
[ㅎㅇ:] 보통 스테이씨를 히트곡 ‘ASAP’이나, 박남정 아저씨의 딸이 멤버로 있는 팀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요. 정말 실력 있는 4세대 걸그룹이에요. 그리고, 이 노래 'Complex'의 킬링포인트는 2분 40초 쯤 아이사와 제이가 후렴파트를 부를 때 시은이 돌고래처럼 애드립을 하는 부분입니다. (한국의 휘트니 휴스턴, 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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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윤혜은:]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곡은 프로미스나인의 'Weather'(2020)입니다. 굉장히 밝고 명랑하면서, 걷는데 발걸음이 막 가볍게 느껴지고, 살짝 뛰어보고도 싶은 곡이에요. 날씨가 좋은 날에 '내가 지금 이렇게 기분이 좋아, 어제보다 좀 괜찮아진 것 같아' 하고 자신의 달라진 모습에 대해 자신있게 보여주는 곡입니다. 「아이돌의 사촌」 마지막 장면에 주영과 다움이 각자의 한계를 딛고서 본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과 이 노래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마도 주영을 아이돌의 사촌으로 오해받게끔 한 그 남성 아이돌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을 것 같기는 한데요. 저는 그 장면에 어울리는 여성 아이돌의 노래를 선곡해보고 싶었고, 이 노래가 떠올랐어요.
"어떤 말로도 설명 못해 눈을 감아보면 나 혼자 아는 기분"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모두들 자기만 알고 있는 내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 미묘한 변화들이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타인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나 혼자만 뭐가 달라졌는지 알고 고무적인 기분에 휩싸이는 때요. 그런 기분좋은 자아도취의 노래를 주영과 다움 두 친구를 위한 배경음악으로 깔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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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팟캐스트에서 언급된 콘텐츠들
☑️ 이수영, '얼마나 좋을까' MV : 「자기만의 용」 속 게임 플레이 장면에 인피니트의 '내꺼하자'가 배경음악으로 깔려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혜은님의 오랜 기억 속에서 왜 게임 '파이널 판타지'가 잊히지 않는 게임이 되었는가를 이야기하다가 언급 된 MV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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