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 2002년의 '나'는 모두가 월드컵을 보고 있을 때에 혼자 금성무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있는 '윤도'를 보며 사랑에 빠져버려요. 윤도는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하는 짧은 말들 몇가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이곳에 누군가를 데려오는 건 처음이야.” (p.118)
- “우리도 같이 이과수폭포에 가자.” (p.263)
- “너랑 사귀는 애는 되게 좋겠다.” (p.293)
이런 말들을 할 때 윤도의 진심 vs 그냥 던져보는 것 중 어느 쪽의 비중이 컸을까를 계속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결과적으로 저는 윤도의 말에 좀 화가 났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팟캐스트 녹음 앞두고 스크립트에 "입닥쳐 도윤도"라고 쓰고 말았습니다.
[구구:] 제가 의아했던 건, 축구를 좋아하는 윤도가 왜 월드컵 대신 영화를 보고 있었을까라는 점이에요. 윤도가 밀당을 하듯이 나를 대했던 건 실은 자기자신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윤도도 나처럼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자기만의 그릇이 있는 친구였지만, 메이저 세계에 편입하기 위해서 축구를 활용했던 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ㅎㅇ:] 그렇네요. 중학생 소년에게는 축구라는 게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장이었을테니까요. 정말 자기자신을 잘 몰라서 가까운 남에게도 멋대로 군 것일 수도 있었겠구나 싶네요.
[구구:] 소설 속에서 '윤도'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적은 편이에요. 그런 윤도가 어째서 이런 취향을 갖게 됐을까? 어째서 나와 어울리게 됐을까? 라고 의문이 생겼고요. 그래서 윤도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읽어야 할 것 같았고 저는 결국 <1차원이 되고 싶어>를 두 번 읽었습니다. 안 그러면 윤도가 좀 억울할 것 같았거든요.
[ㅎㅇ:] 하지만 이 책을 딱 한 번 읽은 입장에서 저는 "입닥쳐 도윤도"를 키워드로 준비한 음악을 소개해볼 게요. 데이식스의 ‘Love me or leave me’(2020) 입니다. 이별을 앞두고 있지만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만 못 들어서 답답해 죽어버리겠는 상황을 담고 있는 노래에요. 윤도가 자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얘기해줬으면 어땠을까요. 그런데 계속 알 수 없는 말을 함으로써 주인공을 힘들게 만듭니다. 저는 이 노래가 주인공 '나'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 처럼 들렸어요.
-“끝이 날 건지 아닌지는 너의 말 한마디로 결정돼"
-“숨을 죽이고 너의 대답을 기다릴게 / 턴을 너에게 넘긴 채로 / 만약 아니라 하더라도 말해줘”
(데이식스, ‘Love me or leave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