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재능의 불시착>을 읽으며 떠오른 음악들
회차정보 Potcast episode
w. 에디터리
일러두기 Guide to read
- 이번 호는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의
2021년 11월 9일자 에피소드 일부를
재가공한 버전입니다.
- YOUTUBE, VIBE 링크를 통해
소개 된 음악을 함께 들어보세요.
- 별도 페이지로 보시려면, 여기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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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박소연 <재능의 불시착>
(RHK,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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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재능의 불시착> MIXTAPE
ⓒ VIBE, MIXTAPE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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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디터리의 PICK
「누가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졌는가」
"어떤 입력값을 넣어도 해결되지 않을 때는
미칠 지경이었다." (p.183-184)
[ㅎㅇ:]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 된 이 책에서 에디터리님과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단편부터 각각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에디터리:] 저는 남성 육아휴직 1호가 된 하대리 입장에서 쓰여진 「누가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졌는가」가 좋았습니다. '나는 이만하면 좋은 남편이지'라는 생각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 속 남편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그랬던 하대리가 육아의 실체를 구구절절 깨닫게 되고 한 편의 짧은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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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문제상황): 준우가 운다
입력값 1: 배가 고픈가?
→ 분유, 물, 과자를 준다.
(...)
→ 디버깅(문제 해결) 실패"
(p.183, <재능의 불시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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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하대리의 직업이 개발자인데요. 아이를 돌보는 장면을 마치 개발자의 일처럼 표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이가 우는 상황을 '버그 bug'라고 설정하는데 그 결과가 '디버깅 debugging'이에요. 버그를 잡지 못하고, 문제해결에 실패했다는 뜻입니다. 그게 계속해서 반복되죠. 사실 하대리가 회사에서 일 할 때는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자사의 서비스(웹사이트나 앱 등등)에서 발생하는 버그를 다 잡았겠죠. 하지만, 아이가 우는 상황은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아이가 무엇이 불편해서 우는 건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육아를 주인공의 본업에 빗대어 위트있게 표현한 구절이에요.
이런 하대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는 방탄소년단의 'anpanman'(2018) 입니다. 호빵맨의 일본어 독법(アンパンマン. / 앙판만)을 영어로 표기한 제목인데요. 방탄소년단이 2017년 'DNA'를 기점으로 국제적 인기를 얻고 난 이후에 발표 된 노래인데, 스스로를 호빵맨에 빗대고 있어요. 아이언맨도 아니고, 슈퍼맨도 아니고, 자신들은 어디에서나 친숙하게 볼 수 있는 새로운 히어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누가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졌는가」의 하대리도 히어로로서의 자격을 가졌거나, 아이를 아주 잘 돌보는 역량을 가지지는 않았죠. 하지만, 육아휴직을 쓰고 밤낮없는 육아에 돌입하잖아요.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주어진 상황 안에서는 나름의 작은 영웅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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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ㅎㅇ의 PICK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예민해서가 아니라
개소리를 들어서 억울해서 그래요." (p.200)
[ㅎㅇ:] 제목도 재미있게 느껴졌지만 읽고나서 저한테 여운이 가장 많이 남았던 작품은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입니다. 어린이집 교사 재영이 까다로운 학부모님을 만나면서 톡을 주고 받고, 통화를 하고, 대면도 하게 됩니다. 재영은 아이들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해서 아무 감정 없이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자기한테 주어진 일을 하는 그런 어린이집 교사죠. 그런데 과잉 보호를 하는 학부모를 만나면서 자신이 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이나 권리를 계속 침해받게 됩니다.
재영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로는 아이유의 '삐삐'(2018)를 골랐습니다. 이 노래는 아이유가 데뷔 10주년을 맞는 2018년에 발표된 곡이에요. 10년동안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서 아이유가 겪은 많은 부침이 있었을텐데, 그간 가십거리의 중심에 섰던 자기자신에 대해 홀가분하게 표현하는 노래입니다. "hi there 인사해!" 하고 밝은 노래처럼 시작하는데 중간에 "편하게 하지 뭐? 어 거기 너 내 말 알아들어?" 하면서 본심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식으로 반전되는 부분이 있어요.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의 마음의 소리 같았습니다.
[에디터리:] 저 이 노래 정말 좋아합니다. 한 때 저의 출근송이었어요.
[ㅎㅇ:] 특히 꽂혔던 가사가 있으셨던 걸까요?
[에디터리:] "Yellow C A R D."요. 꼭 'C A R D'라고 해줘야 합니다.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에 받아쓰기 문제로 이 가사 구절이 나온적이 있는데요. 그 때 정확하게 알고서 더 좋아하게 됐어요.
[ㅎㅇ:] 그런데 옐로우 카드를 던진다는 것은 언젠가는 레드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에디터리님은 레드카드를 꺼내는 데에 있어 내적인 기준이 있으실까요?
[에디터리:]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의 명확한 기준이 있어서 그게 적립이 되면 '응 이제 안녕’ 하고 정리하는 쪽이에요. ㅎㅇ님은 어떠세요? 직접 말로 경고를 날리실 것 같진 않아요.
[ㅎㅇ:] 그게 문제의 원흉인데요. 저로서는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게 신호를 준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일할 때 표정 자체도 포커 페이스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문제가 벌어지고나서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상대 편에서는 경고를 감지했던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경고장 정말 많이 보냅니다.
[에디터리:] 조심하겠습니다. 갑자기 침을 삼키게 되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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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그래서 그걸 '일'로 하니까 어땠어?" (p.73)
[에디터리:] 마지막 단편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는 NGO에 다니는 혜진의 이야기입니다. 실무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지점들과 부딪히면서 힘들어하고, '도대체 내가 뭘 하려고 여길 왔지?' 라며 현실을 자각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꼭 NGO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 예를 들어, 출판계에 처음 들어왔을 때도 '좋은 책 많이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와봤더니 매출을 위해서 책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또, 미디어에서 여러가지로 보이는 것들이 중요한 시대가 되어서 (그동안 미디어에서 봐왔던) 업무가 내게 주어질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내가 하는 일들은 짜치는 것도 많고 제반 업무도 많은거죠. 현실과 이상이 부딪히는 경우를 잘 그린 소설이었습니다.
[ㅎㅇ:] 혜진을 보면서 원더걸스의 '2 different tears'(2018)가 떠올랐습니다. "너 때문에 난 기뻐서 울었고 슬퍼서 울었어."라는 가사 한 줄 때문에 골랐어요. 결국 좋아하는 일을 고른 것도 혜진이고, 이 일을 골랐기 때문에 고통받는 것도 혜진이죠. 좋아하는 일, 가슴 뛰는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되면 분명히 그 선택 때문에 기쁨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노래는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의 주인공이 겪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노래같아요. 눈물이 나는데 두 갈래로 눈물이 흐르는 상황이요.
그리고 원더걸스 노래를 아마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잊고 지내셨을텐데, 최근에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 2에 원더걸스 유빈 씨가 나오면서 BGM으로 종종 깔리더라고요.
[에디터리:] 아니 채리나씨가 나오다니요! 정말 이 섭외력 무엇.
[ㅎㅇ:] 케이팝팀 'FC 탑걸'에 정말 마음이 안 갈 수가 없어요. 채리나, 바다, 간미연, 아유미, 유빈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 2 너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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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TV, NETFLIX, SAMSUNG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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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팟캐스트에서 언급된 콘텐츠들
☑️ KBS2 드라마 <TV 손자병법> : 1987년부터 1993년까지 방영 된 '직장인들의 삶을 코믹하게 다룬 드라마'로 장장 6년 여간 방영 됐다고 합니다. 에디터리님은 극 중 조조로 분한 '장용' 배우를 좋아했다고 하네요.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볼드 타입> : 뉴욕의 유명 여성 잡지사 '스칼렛'에서 일하는 밀레니얼 세 여성이 등장하는 오피스물입니다. 연대도 못 잃고 사랑도 못 잃고 일도 못 잃는다니, 그런 조합 그런 시나리오는 이미 볼장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도 중간중간 기분좋게 비트는 작품이에요. 모든 걸 쉽게 쟁취하지 못하고, 잃어야할 건 과감하게 잃고, 스스로를 지키는 식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찾는 분들께 권합니다.
☑️ 애니콜 오마주 CF : 아이유의 '삐삐' 덕분에 통신수단 '삐삐'를 이야기해버렸고. 그러다가 그 CF 봤어요? 하면서 언급 된 광고 CF들 입니다. 1) 가로본능(이효리-이서진)을 오마주한 2PM 준호, 오마이걸 승희의 'Galaxy Z Fold3' CF와 2) 컬러재킷(전지현) 오마주한 러블리즈 미주의 '갤럭시 Z 플립 3' CF 입니다. 정말 시간의 흐름 어째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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