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 2024.05.26 / with 생각의힘
지난 '민희진의 말말말.zip' 편은 예정된 콘텐츠가 펑크 나면서 이틀 내로 급히 방향을 수정해 쓰게 된 레터였는데요. "아니 이번호 유독 천재적이에요. 이런 기획도 가능하구나 싶어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모두에게 콘텐츠가 된 어떤 하나의 사건에 대한 ㅎㅇ님의 의견을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좋네요. 큐레이션의 정수,,,", "글을 너무 야물딱지게 잘써주셔서 몰입해서 잘 읽었습니다!", "이런 분석적인 글 사랑합니다. 아니 너무 좋아요! 이제 대체 무슨 일인지 심도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태까지 일차원 욕만 들어봤거든요!!!" 등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요즘은 도무지 균형잡힌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없게끔 천편일률적인 주장만 압도적인 양으로 쏟아지는 '언론 플레이'에 놀아나기가 쉽지만, 지난호에서 고르고 골라 인용한 기사와 칼럼들을 통해 저는 여전히 언론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지면을 통해 해내고 있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소란한 세상일 수록 꿋꿋하게 할 일을 하는 사람은 눈에 띄는 것 같아요. 이번주 목요일로 예정되었던 '영화처방사 미화리와의 영화 처방' 편은 더 좋은 콘텐츠 준비를 위해 6/13(목) 발행으로 연기 되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 드리며, 이번호도 시작해보겠습니다. -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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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머리에서 집중과 몰입을 가능케 하는 능력이 담긴 둑이 깨지는 소리가 나는 걸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거기서 새어나가는 건 (이젠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또 수많은 소셜 프로그램들이 판매하는 가치인) '그 순간에 있기'일 겁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딴짓과 딴생각을 일삼게 된 우리를 향해, 패멀라 폴의 저서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생각의힘, 2024)은 그 순간으로부터 우리가 얼마나 멀어졌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들려줍니다. <뉴욕타임스 북리뷰> 편집장, <뉴욕타임스> 출판 지면 담당자, 주간 북리뷰 팟캐스터인 패멀라 폴이 '이제는 없잖아!' 라고 말하는 것들 중에는 물건도 있지만, 원래부터 손에 잡히지 않았으나 분명하게 거기에 있던 어떤 상태들이 더 많습니다.
거리에서 퍼레이드나 콘서트장에서 공연이 펼쳐지면 우리는 정작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스크롤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건 급히 처리해야 하는 종류의 일이 아닌데도요. '그 순간에 있기'(57장)를 포기하면서까지,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의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는 순간은 이 책에서 "현장에 동참한 모든 이들과 함께하는 경험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던 이들이 이제는 그곳에 없는 모두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모인다."고 정의됩니다. 다년간 문화를 관찰하고 그 징후와 영향을 취재한 저널리스트다운 시선이지요. 우리는 "휴대폰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멍청이들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극장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86장)이라는 공간도 사실상 잃었습니다. 영화관의 지리적 조건을 알아도, 집에서 영화를 자꾸만 보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 이보다 시원한 진단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린 최근에 충무로의 '대한극장'을 잃었죠.) 뉴스레터를 쓸 때 수많은 배우와 뮤지션의 이름을 입력하는 작업을 하는 제가 공감했던 지점도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그 배우가 누군지 알아내기'(79장)를 잃어버렸다는 건데요. 이제 "아이들은 최신 마블 영화를 보다가 빌런의 부하가 등장했던 영화의 이름을 바로 떠올릴 수 없으면 다른 사람들처럼 구글을 검색" 합니다. 더 기이한 건 "옆에 앉은 남자의 화면에 비친 TV쇼의 반영 없이 기차 창밖을 보려고" 했으나, 결국 다른 사람의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을 몰래 감상하게 되는 일입니다. '창밖 내다보기'(46장)가 사라진 이동시간에 우리는 상대의 스크린을 바라보지만 정작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능력, 즉 '눈 맞춤'(69장)까지 잃고 말았습니다. "공유 공간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과 중얼거림은 같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화면 속 무언가에 대한 반응"이라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의 풍경이니까요.
꼭 찾아야만 하는 소중한 물건이 있을 때 분실물 서비스 센터에 문의 메일을 보내보지만, 지금의 제가 인터넷 때문에 잃어버렸던 줄도 모르고 잃어버린 것들을 찾을 방법은 요원해 보입니다. 이를테면 저는 '지난주에 개봉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주요 장면을 스포일러 당하지 않은 채로 선입견 없이 극장에 도착하기’라든가 '여의도에 간 김에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팝업스토어도 슬쩍 보고 올 수 있다는 기대' 같은 걸 잃어버렸습니다. (인터넷을 보니, 아침 9시에 현장에 도착해도 대기번호를 받아 저녁에 입장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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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멋진 부분은 자꾸만 스크롤을 내려 새로 고침을 하는 우리가 "그만 좀 해. 이제 없어. 넌 인터넷의 끝에 도달했어.”(1장 '지루함')라는 말을 듣게 되는 당혹감에서 시작해, “인터넷 자체가 끝이 없듯이, 온라인에서는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은 일이라도 끝이 없다.”(100장 '종결')면서 실제로 끝날 수 없는 인터넷의 속성을 깨닫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뉴스레터를 인터넷으로 읽고 있는 분들은 오늘 무엇을 잃었고, 또 무엇을 얻으셨나요?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을 읽으며, 벌써 희미해져 가고 있는 기억을 더듬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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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출판사, 교양인
"여기가 끝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절묘하게 섞이면 이 짓을 왜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밀려온다. 그래, 깔끔하게 그만두자는 심경으로 출근하는 월요일 아침. 다음 주 아이템을 내기 위해 개봉할 영화들을 쭉 살펴보고 있으면 지난 주말 괴로움은 싹 잊은 채 슬며시 차오르는 욕망. 아, 이거 한 번 써보면 재미있겠다."(p.7) 영화 주간 잡지 기자로 일해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 자꾸만 속아넘어가서 그만두지 못하고 무언가를 사랑하는 감각. 프롤로그를 읽으며 이게 무엇인지 알 것만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씨네21> 송경원 편집장님의 첫 번째 비평집입니다.
•아리안 샤비시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어떤 콘텐츠를 추천할 때 저는 '캐릭터의 대사나 그의 선택이 성차별적이거나 인종차별적이지는 않은지, 연출가가 나아가는 이야기의 결론이 구조적 불평등을 합리화하고 있지 않은지,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PC하지는 않은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올바르려는 제작자의 의지만 느껴지고 유머나 리듬감은 거의 없는 건 아닌지, 아니... 추천할 수가 없잖아?' 같은 사고 회로를 종종 돌리고는 합니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라 자주 하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이렇게까지 빠듯한 기준을 적용해본 후에도 남겨진 것들이 매우 소수라는 걸 알게 되면 최소한의 비판적 사고를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하는데요. 철학과 천체물리학을 공부한 이 책의 저자는 "간단해 보이는 주제를 복잡하게 발전시키고, 난해해 보이는 주제를 명쾌하게 만들어보려고 한다"는 포부와 함께,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문화 전쟁'의 장으로 나아갑니다. 양극화되고 있는 공론의 장에서 우리가 쓰고 있는 편견과 혐오의 언어들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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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엔터테인먼트, 모어비전, 해피송, 올랄라스토리, 넷플릭스
•5/27(월) 오늘 에스파 정규 1집 [Armageddon]이 공개 됐습니다.
에스파 세계관의 새로운 챕터를 예고하는 '수퍼노바', 강렬한 신스 베이스 사운드와 올드 스쿨 느낌의 힙합 댄스곡 '아마겟돈'을 포함해 총 10곡이 수록된 에스파의 정규 앨범이 공개 됐습니다. 오늘 오후의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닝닝이 "각자 아티스트들이 색깔과 매력이 있으니까 (누구와 누구를) 비교할 수 없고 대체할 수도 없는 것 같다"는 코멘트를 해준 것이 인상 깊네요.
•5/28(화)에는 박재범 싱글 'Jay Park Season 2'가 공개 됩니다.
F&B 브랜드의 대표이사도, 기획사의 수장도 아닌, 아티스트로서 음악에 집중하는 2024년을 보내겠다고 선언하며 지난달 'Jay Park Season 1'을 발매한 박재범이 한 달만에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키스 오브 라이프의 '나띠'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TAXI BLURR'가 공개되며 새로운 케미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5/29(수)에는 영화 <정욕>이 극장 개봉 합니다.
“나는 지금도 ‘다양성’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걸 말로 뱉었을 때 느끼던 상쾌함은 영원히 사라졌다. 이 소설에 빼앗겼다. (...) 이제는 아픔과 괴로움, 끔찍함을 수반하는 의미로 다양성이라는 말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니시 가나코 작가) 일본에서 출간 후 누적 판매 5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동명의 원작소설 《정욕》(리드비, 2024)이 영화화 됐습니다. 영화 예고편에서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무사히 죽기 위해 사는 기분이야."라는 등장인물의 대사가 귀에 들어오는데요.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다섯 명의 인생을 교차시키며 ‘바른 욕망’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이야기는 제 36회 도쿄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 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나가키 고로, 아라가키 유이, 이소무라 하야토 주연ㅣ134분)
•5/29(수)에는 영화 <드림 시나리오>가 극장 개봉 합니다.
‘어느 날, 지구상 모든 인간이 한 남자의 꿈을 꾸기 시작 했다면?’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한 이 이야기는 미국 영화 배급사 A24와 <유전>(2018), <미드소마>(2019)의 연출가 아리 에스터가 공동 제작에 참여한 신작 코미디물입니다. 학생들에게 그닥 인기 없던 생물학 교수 ‘폴’이 모두와 꿈에서의 만남으로 낯이 익어버린 얼굴 때문에 전세계인이 알아보는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인데요. 그는 어떤 유명세를 감당하게 될까요? 로튼 토마토에서는 신선도 지수 91%, 관객 스코어 68%를 기록중입니다. (니콜라스 케이지, 줄리안 니콜슨 주연ㅣ102분)
•5/30(목)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에릭>이 공개 됩니다.
1980년대의 뉴욕, 9세 아들 ‘에드거’의 실종으로 절망에 빠진 아버지 ‘빈센트’. 어린이TV쇼의 제작자인 그는 아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푸른 괴물 인형 ‘에릭’을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면 아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에릭>은 이러한 믿음이 집착이 되면서 펼쳐지는 감성 스릴러 드라마입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 및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가비 호프만, 매킨리 벨처 3세 주연ㅣ6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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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는 대중문화를 큐레이션 하고
목요일에는 못다 한 이야기를 보냅니다.
지금까지 5,632분의 구독자와 함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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