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의 콘텐츠로 돌아보는 어메이징 2024년
12/27(금) today
2024 연말 결산 100 제 1탄
유튜브 / 팟캐스트 / 음악 / 공연 부문
juliaplaysgrooveㅣ나경 jessyㅣ배철수의 음악캠프 x 페기구ㅣ우런니 일주일 출근길 샌드위치 호다닥 도시락ㅣ웬디의 영스트리트 보이는 라디오ㅣ삐그덕 레코딩 비하인드ㅣ백종원 x 안성재ㅣ민음사TV 노벨문학상 생중계ㅣ철야 시위 브이로그ㅣ무비랜드 라디오ㅣ아메리카노 시즌4ㅣeternal sunshineㅣ히어로는 아닙니다만 OSTㅣLOOPㅣEmpathogenㅣSmall Girlㅣ푸른 산호초ㅣAAAㅣArmageddon CDPㅣ하늘, 손, 풍선ㅣDREAMSCAPEㅣROSIEㅣ코첼라 x 더 라스트 디너 파티ㅣ아시안팝페스티벌 x 미셸 자우너, 이민휘, 이랑ㅣ쿼드페스타 x 키라라
12/28(토) coming soon
2024 연말 결산 100 제 2탄
예능 / 책 / 영화 / 드라마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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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도중에 레터가 잘려 보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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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Youtube
'Standing next to you' Bass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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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 사는 유튜버 '줄리아 프르즈비즈'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뿔테 안경을 쓰고 머리를 질끈 맨 채로 정국 ‘standing next to you’의 베이스를 커버하는 영상이었다. 이 곡에서 정국이 마이크를 바닥에 두고 안무에 집중하는 댄스 브레이크 구간(음원 기준 2:35부터) 만큼이나 이 커버 영상의 동일한 구간에서도 그가 기타줄을 튕기는 손에서 본격적인 박진감이 느껴진다. 줄리아는 최신 팝송들을 주로 커버하는데 선곡 자체도 탁월하다. 베이스가 돋보이는 곡이든, 아니든, 그는 좋은 노래를 선곡한다. 줄리아가 9년 전 채널에 가장 처음으로 올린 베이스 커버는 뮤즈의 ‘Hysteria’였다. 2003년에 발표된 그 곡이 여러 의미로 사람을 돌게 만드는 건 분명하다. (1/15)
02. Youtube
아이돌 3세대 vs 4세대 뭐가 더 빡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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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에 들불과 케이팝 하는 여자들이 주최한 동명의 토크 프로그램 <케이팝 하는 여자들>에 패널로 참여했다. ‘케이팝 하는’ 이란 내가 무대에 서는 플레이어 즉, 여자 아이돌이 아닌 ‘아이돌을 좋아하는 여자 팬’임에도 성립될 수 있는 말이다. 2000년대에는 다음 팬카페를, 2010년대에는 독립된 호스팅을 구매해 팬페이지를 운영하고 시간이 흘러 2024년을 맞이한 나는 ‘아이돌 팬’인 동시에 ‘여자’이면 아이돌 팬이기만 하거나 여자이기만 할 때는 없었을 종류의 차별이 발생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팬이 아이돌 3세대와 4세대 중 더 빡쎈 쪽을 찾아보자고 할 땐 이게 다 웃자고 하는 소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웃으면서도 왜 이렇게 어떤 업계는 점점 더 빡쎈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4/23)
03. Youtube
세계라는 무대를 뛰어노는 DJ 페기구 배캠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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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전자음악 DJ 페기구가 올해 6월 첫 정규 앨범 [I Hear You]를 발표했다. 일찍이 페기구의 내한이 예고 되었지만, 한여름의 보일러룸 서울 공연은 안전 이슈로 중단 됐고, 선선한 가을날의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무대는 음향이 지나치게 작아서 아쉬웠다는 후기가 들려왔다. [I Hear You] 수록곡 중에서는 드럼 앤 베이스에 가야금 연주를 결합한 곡 ‘Seoulsi Peggygou(서울시페기구)’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첫 번째 트랙 ‘your art’에서는 페기구의 매력적인 저음을 들을 수 있는데, 그 목소리를 좀 더 길게 듣는 방법은 바로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한 에피소드를 듣는 것이다. (6/7)
04. Youtube
우런니 일주일 출근길 샌드위치 호다닥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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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맨날 샌드위치 만드는 걸 보고 있는 게 왜 좋을까? 성실하게 출석 도장을 찍게 되는 브이로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찾아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없지만 말이다. 자매 중 동생을 맡고 있는 유튜버 'Cream park'은 매일 아침 샌드위치를 싸는 언니의 모습을 찍고, 창문 바깥으로 출근하는 언니를 배웅한다. 그리고는 집에서 절반의 샌드위치를 맛보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출근길에 동생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언니의 착장을 보며 자연스레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여름부터 겨울까지 총 15편의 ‘우런니 일주일 출근길 호다닥 도시락’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7/18)
05. Youtube
방송 이틀만에 레전드 찍었다 킹키, 가비, 승헌쓰 보는 라디오 댓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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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웬디가 1년만에 SBS 라디오 <영스트리트> DJ 자리로 돌아왔다. 컴백 축하 사절단으로 첫 날 모인 게스트들은 웬디 솔로 활동곡 'Wish You Hell'의 안무 제작과 퍼포먼스 디렉팅에 참여한 댄서 ‘킹키’, 그의 절친인 댄서 ‘가비’, 그리고 가비와 신인팀 재쓰비 데뷔를 준비중이었던 ‘승헌쓰’였다. 공중파 라디오국의 보이는 라디오 카메라는 카메라 무빙이 제한적인데, 게스트들이 알아서 녹음실을 활보하며 공간을 워낙 넓게 써주는 바람에 재미있는 그림이 연출됐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 그 흔한 진리가 이 영상 속에 있다. (8/20)
06. Youtube
NCT 127 ‘삐그덕 (Walk)’ Recording Behind th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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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정규 6집 녹음을 앞두고 NCT 127 멤버들이 데모 음원들을 들으며 각자 의견을 나누고 녹음하는 장면을 담은 44분짜리 비하인드 영상이다. 허벅지 골절로 1년 가까이 활동을 중단했던 멤버는 이 앨범에서 음원 녹음, MV 촬영에는 참여하되, 완전한 회복을 염두에 두고 격렬한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 음악 방송 활동은 불참이 예정 되어 있었다. 컴백 후 한달이 지났을 즈음, 그 멤버는 성범죄 혐의로 형사 사건에 피소 되면서 팀을 탈퇴했다.* 영원한 활동 중단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있기 전, 으레 비하인드 영상이 공개되어야 할 타이밍에 공식 계정이 감감 무소식이자 팬들은 기획사의 업무 태만을 탓했다. 놀랍게도 공개된 결과물을 보니 해당 멤버가 등장한 장면이 전부 깔끔하게 편집 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 영상에 달린 베스트 댓글은 다음과 같다. “편집팀 수고하셨습니다.” (9/5)
*팀 탈퇴 당시에는 성범죄 혐의였으나, 이후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수준강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07. Youtube
흑백요리사 얘기할 건데 퍼트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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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에서 알랭 드 보통 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두고 “이케아에서 두 종류의 컵을 두고 벌이는 협상이 배우자가 화성 탐사를 갈 것인지 혹은 IS에 가담할 것인지를 두고 벌이는 협상만큼이나 까다로운 문제임을 아는 작가”라고 쓴 추천사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안성재 셰프가 게스트로 출연한 백종원 유튜브를 보며, 마치 요리사 버전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 속 두 심사위원의 치열한 다름, 그러면서도 상대를 나의 진영으로 포섭시키려는 욕심을 버린 여유가 지금의 <흑백 요리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역대 백종원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된 영상 중 최다 조횟수(1,432만회)를 기록중이다. (9/20)
08. Youtube
민음사TV 노벨 문학상 현장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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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그냥 순수하게 축하만 하면 되는거죠. (웃음)” 민음사 소속의 세 편집자는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 유력 후보로 각각 다와다 요코, 찬쉐, 앤 카슨을 밀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아무리 문학을 읽어도, 문학 작품을 읽는 일이 타인의 신발을 대신 신어보도록 하며 공감 능력과 상상력을 키워준다고 해도, 우리 대부분의 상상력이 미처 거기까지 뻗치지는 않았던 것이다. 10월 10일 오후는 올해 중 가장 순도 높은 기쁨으로 가득찼던 시간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일로부터 약 3주가 지난 후, 민음사TV는 ‘“사실 넘 부러웠어요…” 한강 책 없는 출판사의 노벨 문학상 발표 그 이후 이야기’라는 제목의 후속 콘텐츠를 발행했다. (10/10)
09. Youtube
철야 시위 브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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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1일 토요일에서 22일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에는 잠을 설쳤다. 따뜻한 집에서 잠을 설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 시각,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현 정부에게 거부당한 농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고 온 트랙터들이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인 남태령에서 경찰에게 가로막혀 있었는데, 지하철 막차도 끊긴 남태령에 시민들이 “(경찰은) 차 빼라”를 외치며 밤을 꼬박 새우는 중이었다. 그날 함께 하지 못한 사람들은 현장이 궁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소하게는 현장 분위기가 공격적이었는지 혹은 온건했는지, 그 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논스톱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동료 시민의 마음은 무엇인지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럴 땐 이 브이로그를 보시기를 바란다. 한 편의 영상을 통한 간접 경험이 어쩌면 여러분의 직접 경험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테니까. (12/24)
10. Podcast
무비랜드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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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의 메카 성수동의 골목 안쪽에 올해 1월 작은 영화관 ‘무비랜드’를 연 모베러웍스는 매 달 한 명의 큐레이터가 선정한 그의 인생영화들을 상영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형성한 작품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최신작이 아닌 구작인데, 이것은 관객이 잘 들 것 같은 영화를 재개봉 하는 자본의 논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들은 팟캐스트 <무비랜드 라디오>에 큐레이터를 초대해 상대가 그 영화를 인생영화로 고른 이유를 시간을 들여 듣는다.* 그 중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디자이너인 '디자이너 듀오 신신' 편은 늘 궁금했던 디자이너의 사고 방식에 대해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움이 컸다. 대한극장이 66년만에 문을 닫고, 멀티플렉스 극장의 직원들이 텅텅 비어 있는 시기에, 모베러웍스는 이 라디오라는 이름의 팟캐스트에서 오프라인 영화관을 새로이 열고 운영하는 일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6/3)
*<무비랜드 라디오>는 고정 카메라로 촬영 후 유튜브 <MoTV> 계정에는 영상을, 팟캐스트 플랫폼에는 오디오로 공개하고 있다. 나는 주로 오디오로 들었기 때문에 콘텐츠의 성격을 팟캐스트로 분류했다.
11. Podcast
아메리카노 시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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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요긴하게 도움을 받았던 팟캐스트 '아메리카노(AmericaKnow)'가 4년이 지나 대선 시즌에 맞추어 돌아왔다. 지난 7월,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유세 도중 암살 시도가 있었고, 첫 번째 TV토론 후 조 바이든 후보는 강력한 사퇴 압박을 받아 대선 후보에서 물러났다. 카밀라 해리스가 새로운 후보로 등장했지만, 대선 레이스의 결승선까지 남겨진 시간이 결코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유혜영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교수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이 진행하는 아메리카노는 이 모든 혼란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오디오 콘텐츠다. 미국 정치가 아사리 난장판이 될수록 호스트들은 바빠졌다. 나는 매 번 엉키고 꼬인 실타래를 푼다는 마음으로 이 팟캐스트를 들었다. 또 다시 트럼프의 시대. 세상이 나에게 신 레몬을 준다면, 맛있는 레몬에이드를 만들면 된다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하다면, ‘시즌4 20화, 대선 결과 분석’ 편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11/5)
12. Music
Ariana Grande [eternal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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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가 ‘사랑에 체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인물이 올해 둘 있었다. 하나는 드라마 버전의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10 여년간의 연애사를 보여준 고영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리아나 그란데 정규 7집 [eternal sunshine] 속 화자인 아리아나 그란데였다. 아리아나는 이 앨범에 실린 13곡 전곡을 작사했다. 누군가는 이 앨범이 그를 둘러싼 불륜 루머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는데, 특히 선공개곡을 릴리즈한 타이밍이 그러했다. '걔는 내꺼야'와 '우리는 더이상 친구가 될 수 없겠지만 (네게 다음 사랑이 찾아오길 빌어)' 사이에서, 새로이 다가오는 사랑과 떠나 보내는 지나간 사랑 사이에서, 아리아나는 부른다. ‘ㅇㅇ… 그래서 뭐?’* 외할머니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13번 트랙 ‘ordinary things (Feat. Nonna)’ 까지 듣고나면, 사랑 얘기를 하는 이 앨범의 모든 곡과 결국 사랑에 빠져버린다. (3/7)
*8번 트랙 제목이 ‘the boy is mine’이고 10번 트랙 제목이 ‘we can't be friends (wait for your love)’다. 이 두 곡 사이에 9번 트랙이자 이 앨범의 선공개곡인 ‘yes, and?’가 배치되어 있다.
13. Musi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사운드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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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나는 유튜브 <요정재형>에 올라온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챙겨봤다. 그는 파리 올림픽 시즌에 맞춰 파리로 떠났고, 작업실에 놓을 가구와 소품을 쇼핑하는가 하면, 늘 그랬던 것처럼 게스트를 위해 제철 요리를 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으로 드라마 음악 작업에 처음 임해봤다는 정재형은 이 작업으로 인한 피로감과 부담감을 유튜브에서 여과 없이 드러냈는데, 과연 음악이 정말 좋다.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OST와 사운드트랙의 기틀을 잡기 위해 정재형은 먼저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가 20세기에 태어나 전자음악을 한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 결과 클래식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합친 독특한 곡들이 탄생했다. (5/4)
14. Music
이브 'LOOP (feat. Lil Cherry)'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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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이달의 소녀 멤버 전원이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의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했다. 이후 삼삼오오 멤버들이 모여 루셈블, 아르테미스 등의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브(Yves)’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확실히 존재를 각인시킨 쪽이다. 5월에 첫 번째 EP를, 11월에 두 번째 EP를 발표했는데, 이 음반들을 듣다보면 내가 이달의 소녀로 활동할 적의 이브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국현미(국립 현대 미술관)에 온 것 같다"는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Viola’ MV도 좋지만, 그전에 아티스트와 댄서들의 춤선과 어우러지는 에너지를 맛볼 수 있는 ‘LOOP’ MV로 이브의 세계에 입장하길 권한다. (5/29)
15. Music
WILLOW [Empatho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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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의 딸’이라고만 하기엔 윌로우(WILLOW)는 정규 앨범을 여섯 장이나 낸 뮤지션이다. 누군가는 그를 ‘네포 베이비’라는 멸칭으로 부르겠지만, 윌 스미스의 딸이라는 이유로 지금이라도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면 좋은 일이다. 당신이 들을 수 있는 윌로우의 노래가 100곡 정도는 쌓여 있으니 말이다. 윌로우의 노래들은 힙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곡마다 레이어를 겹겹이 쌓는다. 구성을 꼰다. 한 곡 안에서도 장르를 변주한다. 도무지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앨범은 윌로우의 역대 앨범 쟈켓 중 가장 밝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D) 앨범 타이틀인 ‘암페토겐(Empathogen)’이 공감을 유발하는 화학 물질, 약물임을 생각해보면 의미 심장하다. 진짜 웃겨서 웃는 것인가, 아니면 무언가의 힘을 빌려서 웃는 것인가?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인간의 모든 감정이 윌로우를 경유해 음악으로 표현되었으면 좋겠다. (6/20)
16. Music
이영지 'Small Girl(feat. 도경수)'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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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락실의 뛰뛰빵빵>과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이영지는 주로 말하고 노래할 때 성량이 커서 오디오 감독님을 곤혹스럽게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풍부한 성량은 관객을 마주하는 공연을 업으로 삼는 뮤지션 이영지에게 분명한 강점이 된다. 그리고 그는 ‘큰 목소리’만큼이나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큰 키’에서 출발한 자작곡을 작업했다. 이 노래는 “키가 큰 내가 정말 자랑스럽고 좋지만 연애할 때 언젠가 한 번 쯤은 작아 봤으면 어땠을까?”라는 귀여운 상상에서 시작 되었다. MV에서는 다른 스몰 걸과 시간을 보내는 스몰 보이(도경수)를 바라보는 빅 걸(이영지)의 시선이 점차 걷잡을 수 없는 악몽으로 번지는 장면이 펼쳐진다.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랑 받겠다는 이 곡의 메시지는 NG인지 아닌지 분별하기 어려운 MV의 엔딩으로 닿는다. (6/21)
17. Music
하니 ver '푸른 산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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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도 아니고 국회도 아닌 곳. 2024년의 뉴진스를 상징하는 한 장면을 택해야 한다면, 다른 곳도 아닌 관객 앞에서 음악하는 그들의 모습을 공들여 고르고 싶다. 5월에는 [How Sweet], 6월에는 일본 데뷔 앨범 [Supernatural]을 발표하며 쉴 새 없이 활동을 이어갔고, 혜인이 부상 당했을 때는 대신 자신들의 팬덤을 상징하는 ‘토끼’(버니즈)와의 무대를 꾸렸지만, 뭐니뭐니해도 도쿄돔 팬 미팅에서 하니가 선보인 마츠다 세이코 ‘푸른 산호초’ 커버 무대가 가장 강렬한 한 순간으로 남는다. 이 무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본 적도 없던 걸 그리워하는 요상한 마음을 알게 해주었다. 무대 공개 당시 현장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고 이는 니혼TV의 대표 음악 프로그램 <the music day>에서 앵콜 무대로 이어졌다. (7/6)
18. Music
혁오, 선셋 롤러코스터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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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는 혁오의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혁오의 보컬 오혁은 선셋 롤러코스터의 노래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보면 두 팀의 만남이 전혀 조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국경을 가로지르며 두 팀이 8곡을 공동 작업하는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혁오와 선셋 롤러코스터의 프로젝트 팀 'AAA'가 발표한 동명의 앨범은 39분 23초짜리로 이루어진 하나의 곡인 것처럼 물 흐르듯 흘러간다. 가끔 스마트폰에 지금 듣고 있는 이 앨범의 커버가 뜰 때면 내가 산악인 동호회의 주제곡을 듣는 것 같아 흠칫 놀랐을 뿐이지만. (7/10)
19. Music
에스파 [Armageddon] C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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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노바'와 '위플래시' 사이, 지난 6월 에스파의 단독 콘서트에 다녀왔다. 공연장에서 “수수수! 수퍼노바!”를 떼창하는 순간 상반기에 누적 됐던 모든 고난과 근심이 날아갔다. 정글짐 같은 구조물을 유려하게 쓰는 ‘마인’, 무대 비주얼이 시선을 쓰는 ‘리코리쉬’와 ‘롱 챗’, 쇠맛 에스파의 계보를 퍼포먼스로도 충실히 잇는 ‘셋 더 톤’, 공연 내내 들끓게 만들다가 한김 식히며 노랫말을 곱씹게 만드는 ‘프롤로그’와 ‘목소리’, 이 여자들이 떠나자고 하면 아무리 J여도 “아무것도 묻지도 말고 빨리” 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썸머송 ‘바하마’와 락페처럼 관객들과 놀고 싶었던 카리나의 바람을 담은 KB콜라보송 ‘Live my life’까지. 정규 1집 전곡이 알찬 셋리스트로 꾸려진 공연이었다. 그리고 에스파는 이 앨범을 14만원 상당의 CD플레이어 버전으로도 발매했다. '앨범이 14만원이라니 조금 비싸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며 결제 버튼을 클릭했다. 이 CD플레이어는 블루투스 연결 기능도 제공 했지만, 세기말부터 케이팝을 들어온 나는 이참에 집에 굴러 다니던 줄이어폰을 사용해서 음악을 들어 보는 일을 놓치지 않았다. (7/19)
20. Music
구름 [하늘, 손, 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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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은 사랑보다 더 많은 힘이 들어”(잠), “대답하지 않을 인사가 필요해 / 웃으며 안녕-하는 것은 불가능해”(다신 보지 말자-라는 뜻의 안녕), “주지 못한 것에 마음에 없는 화가 나요”(babylion), “난 네가 그토록 싫어하던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 안아줄 팔다리가 없는데도 말야”(하늘, 손, 풍선) 밴드 더 발룬티어스를 탈퇴한 구름이 지난 가을 자신의 솔로 앨범 [하늘, 손, 풍선]의 발매를 하루 앞두고, 전 소속사와 겪은 갈등을 폭로하면서 동시에 밴드 소속 멤버를 저격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렸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보고나서도 이 앨범을 기꺼이 좋게 들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구름은 이 앨범을 통해 자기 속도대로 살풀이를 하고 있다. 누군가의 고통 혹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오해 앞에서, 나는 이 노래들의 출발점과는 전혀 상관 없을 사적인 기억들을 포개어 제 멋대로 앨범을 들었다. 정말로 미움은 사랑보다 더 많은 힘이 들기 때문이다. (10/15)
21. Music
NCT 드림 [DREAM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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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한 컬러를 앨범 커버의 전면에 내세운 엔시티 드림의 정규 4집. 11곡으로 꽉 채워진 앨범을 듣기 전까지는 혹시라도 음악이 너무 네오할까봐 지레 겁을 먹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최신 신스사운드부터 80년대 사운드 기반의 신스팝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청량, 산뜻, 몽환적인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앨범을 듣는다면 신스라는 토대 아래 그 범위를 무한히 변주하고 확장할 수 있을 거다. 그중에서도 8번 트랙 ‘하늘을 나는 꿈 (Heavenly)’은 한없이 아름다운 곡이다. 엔시티 드림은 지난 11월 말의 단독 콘서트에서 공연장에 설치된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면서 이 곡의 무대를 선보였다고 한다. “헤븐리”와 “더 멀리”처럼 영문과 한글의 라임을 맞춘 조윤경표 가사도 인상적이다. (11/11)
22. Music
로제 [Ro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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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T’ 열풍은 대단했다. 고작 세음절로 전세계가 술렁였다. 술 먹을 때 게임을 잘 안 하고 술 마시기에만 집중하는 나는… 아무튼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게임”에 그렇게 스며들었다. 채영이면서, 로제이고, 동시에 로지인 그는 절친한 친구들과 가족들이 부르는 애칭인 ‘로지’를 이번 앨범의 타이틀로 정했다. 그가 앨범 전반에 걸쳐 치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 내용물보다도 ‘아이돌이었던 그가 진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음’이라는 외형적 현상 자체에 감탄하는 과도기를 지나치고 있는 것 같다. 혹은 뉴욕 롱아일랜드의 올드 웨스트버리 가든을 배경으로 하는 MV의 미감에 집중한다거나. 그러나, ‘Toxic till the end’를 듣는 나는 일시적으로 로지가 되어 유해한 사랑에 빠져 감정이 소모되는 경험을 3분 간격으로 반복한다. 망할 체스 게임 같은 건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12/6)
23. Live Performance
The Last Dinner Party, 코첼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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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024년 두 해 연속 코첼라를 다녀오니 혹한의 이맘 때마다 코첼라 사막에서 불어오던 건조한 모래 바람을 떠올리게 된다. 매 년 가기 전에 기대가 컸던 무대와는 별도로 올해의 발견이 있는데 2023년의 그것이 ‘웻 레그(Wet Leg)’였다면, 2024년은 단연 ‘라스트 디너 파티(the last dinner party)’ 였다. 두 팀의 공통점이 영국 기반의 여성 록밴드라는 점이 아주 묘하게 다가오는데, 이제껏 나도 모르고 있던 나의 취향을 뚜렷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 일정한 패턴으로 확인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평소의 나는 밴드 음악을 비교적 덜 디깅하는 편이고, 그래서 아는 팀이 별로 없는데, 어떤 계기로든 알게 되면 금사빠가 된다. 라스트 디너 파티는 라이브를 한 번 밖에 보지 못했지만 구성원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준 합이 무척 좋았다. 아직 정규 앨범은 한 장 밖에 안 냈다. 떡잎부터 다르다. 대성할 팀이다. (4/13)
24. Live Performance
미셸 자우너 + 이민휘 + 이랑, 아시안팝페스티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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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이자 재패니즈 브랙퍼스트의 보컬 미셸 자우너는 아시안팝페스티벌에서 요즘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중이라고 전했다. 동료 뮤지션 이민휘, 이랑과의 커버 무대를 마련한 건, 그가 얼마 전 한드 <나의 아저씨>를 보다 ‘백만송이 장미’라는 명곡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무엇보다 이렇게 마디당 음절이 많은 곡을 커버한 그의 대담함이 놀라울 따름이었다(“그립고/아름다운/내 별나라로/갈 수 있다네”는 총 17자다). 그저 애잔한 음악이라고만 여겼던 곡을 세 사람이 각기 다르게 재해석한 것도 좋았다. 이후, 세사람은 권리 중심 중증 장애인 맞춤형 공공 일자리의 해고 노동자 복직투쟁 연대 공연 <우리의 노래 연결의 노래>에도 함께 올랐다. (6/23)
25. Live Performance
키라라, 쿼드 썸머 페스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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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라가 “비디오와 조명이 음악과 싱크로나이즈 되는 연출”을 선보인 날, 공연을 보고와서는 간밤에 총천연색으로 섬광이 번쩍대는 꿈을 오랫동안 꾸었다. 무대장치와 관객석의 자유로운 조립과 분해가 가능한 블랙박스형 극장 정면에 키라라가 서 있었고, 키라라의 정수리 위로는 LED 스크린이 있었으며, 360도로 관객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키라라는 자신의 정수리 위에 깔린 스크린에 음악의 비트에 맞게 색상이 초단위로 전환 되는 영상을 재생해두었는데 공연을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내가 전자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가 키라라의 음악에 입문하게 된 건 백예린의 ‘0415 (KIRARA Remix)’부터였다. 당시 음원과 함께 공개된 작업 후기에서 키라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누가 이 아름다운 싱어송라이터와 나를 섞어놓을 생각을 했을까?” 이 작업 노트는 ‘나다워도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원곡자에 대한 감사의 말로 맺어지는데, 그런 계기가 있었다니 다행스럽다. 올해는 그가 ‘키라라다움’을 잃지 않은 결과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해이기 때문이다. (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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