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의 호의적인 태도가

한없이 의아해…….

“제가 에밀리아 페레즈 보러 가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정보가 (1) 트랜스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2) 뮤지컬 영화다 이거 두 개였거든요. 전자가 대주제에 대한 거라면, 두 번째는 형식에 대한 거잖아요. 근데 이게 계속 고구마 줄기처럼 파생 주제들이 나오기 때문에 인지적으로 따라가기에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음악이라는게 더 중요했을 것 같고요. 감독도 새로운 주제들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뮤지컬 넘버라는 형식을 빌리는 게 좀 더 관객이 받아들이기에 수월하리라고 생각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에밀리아 페레즈 볼 때 가장 저를 찜찜하게 만들었던 지점이 음악이에요. 배경 음악으로서의 사운드트랙이든, 삽입곡이든, 아니면 멜로디라인이 없는 음향이든 이런 것들이 영화 전체에 대한 인상을 만드는 데 각자의 역할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노래, 음악(의 가사), 군무들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논란들에 대한 (임시적) 입장 정리해보기

일주일 전 즈음 인스타그램에 이런 포스팅을 올렸다. 

“최근에 몰아 본 영화들을 나란히 두어보니 이 영화들이 상영되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거론되는 2025년은 정말 뭘까, 싶다. 폴란드로 다크 투어를 떠나 이 여행이 ‘진짜 고통’(a real pain)을 느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3세대의 목소리를 담은 <리얼 페인>, 홀로코스트에서 탈출한 후 어렵사리 도달한 미국에서 ’잔인한‘(brutal) 삶의 일면을 목도한 헝가리 출신의 건축가가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가기를 택한 <브루탈리스트>, 50여년 전 올림픽 시즌에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가 이스라엘 선수와 코치를 대상으로 인질극을 벌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9월 5일: 위험한 특종>,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킨 뒤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망언의 주인공 트럼프의 전기 영화인 <어프렌티스: 트럼프의 탄생>까지.

영화 바깥에서 어떻게 복잡한 문제를 복잡하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는 계속 볼 수가 없다. 그렇게 됐다. 그렇지만 더이상 고민하기 싫어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 좋게좋게 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쉽게쉽게 흘러 가고 싶은 마음은 가끔 본능에 가까운 욕구 같다고 본다. 하지만 어렵고 복잡하게 갈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면 계속 그렇게 가봐야겠지.”

프랑스 사회학자 지젤 샤피로의 에세이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를 번역한 원은영 번역가 또한 나의 고민처럼 언제나 손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가지고 산다고 말한다. “작가의 도덕성과 작품 윤리를 분리할 수 있는가? 윤리적으로 또는 그에 더하여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를 저지른(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인간 ooo과, A라는 작품의 창작자 ooo을 구분할 수 있는가, 혹은 구분해야 하는가? (…) 관객, 독자, 청중은 그런 작품을 여전히 소비할 수 있는가? 작품을 선택하고 유통하는 문화 매개자에게는 어떠한 책임이 있는가?” 작가와 작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 책의 서문에서 지젤 샤피로는 이렇게 쓴다. “우리는 계속 그들의 작품들을 읽고, 보고, 듣고, 감상할 수 있는가? 동시대인을 위해 우리는 그 작품들을 계속 정전(canon)에 올려 두고, 그 작품들에 상을 줄 수 있는가? 그렇게 해야 하는가?”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들 중에는 잡음이 있는 작품들이 더러 있다. 이 내용들은 유력 수상작(수상자) 예측과 함께 연일 언론에 보도 되며 잡음을 증폭시킨다. 자, 이제부터 이야기할 작품들에 오스카를 비롯한 시상식들이 트로피를 쥐어주는 건 온당한 것일까? 아래 내용들은 모두 팟캐스트에서 간단히 언급했고, 며칠 더 묵힌 뒤 정리된 나의 입장도 정리해보았다.

1.

<브루탈리스트>는 영화 속 인물들이 주고 받는 헝가리어 대화 중 특정 단어의 모음 발음과 악센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AI로 보정했다. 헝가리인 어머니를 둔 미국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와 영국 배우 ‘펠리시티 존스’는 이 영화 촬영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익히고 억양 코치 타네라 마샬과 두 달간 훈련했지만, 완벽하게 현지인처럼 대사를 소화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두 배우의 연기는 오롯이 그들의 것”이라 말했지만, “발음도 연기의 일부분이기에 AI 사용이 연기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화 <소피의 선택>에서의 메릴 스트립은 아우슈비츠에서 도망친 ‘소피 자모진스키’ 역을 연기할 때 폴란드 억양을 완벽하게 익힌 것으로 회자된다. <철의 여인>에서는 마거릿 대처가 가진 독특한 억양과 말투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나 메릴 스트립이 될 수는 없다. 사실 <브루탈리스트>가 AI의 도움을 받지 않길 선택했다고 해도, 헝가리어를 거의 모르는 내가 헝가리어 대사 연기를 보며 미묘하게 어긋나는 억양을 분별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정확한 발음과 억양을 보정하기 위해 AI를 쓰는 문제는 그 언어권에 속한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는가가 가장 중요하게 느껴진다. 다만, 사투리를 제대로 재현하지 않은 ‘미디어 사투리’가 한국 드라마판에 많아지기 시작했을 때 공감성 수치를 느끼던 주변 사람들이 떠오르긴 한다. 대표적인 예는 경상도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전라도 출신 이기광의 “내는 니 좋아했다꼬!”(<내 남편과 결혼해줘>). 

2.

<브루탈리스트>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일부 건축 도면과 건물을 AI로 제작했다. <브루탈리스트> 작업이 자기 인생 최고의 제작 경험이었다는 미술 감독 ‘주디 베커’의 인터뷰는 흥미롭고, 제작진은 영화 속 대부분의 건축물을 직접 제작했다고 전했지만, 동시에 브래디 코벳 감독은 AI 활용이 제작 과정에서의 시간과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나는 <브루탈리스트>를 둘러싼 두가지 논란 중에서, AI를 활용해 일부 건축 도면과 건물을 제작한 선택은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이 영화의 제작 기간은 7년에 달하고, 제작비는 960만 달러(약 138억원)로 알려져있다.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듄: 파트2>의 제작비가 1억 9000만 달러이고, <위키드>의 제작비가 1억 4000만 달러라는 걸 감안해보면 <브루탈리스트>가 저예산 영화임을 알 수 있다. 비용 절감에 관한 것 보다도 이미 7년이나 붙잡고 있었던 프로젝트의 제작 기간을 더 늘리지 않는 게 감독에게 중요한 문제였을 것 같아서다. 

3.

<에밀리아 페레즈>는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배우가 노래하는 장면에서 음역대를 넓힐 수 있도록 AI를 사용했다. 트랜스젠더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배우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음역대가 좁았던 탓이다. 특히, 이 영화의 음악을 공동 작업한 프랑스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카밀’의 목소리를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배우의 목소리에 입혀서 혼합했다는 다소 디테일한 AI 작업기도 공개됐다. 어째서… 이들은 AI로 노래를 작업하는 과정까지 알려준걸까? 이 사실을 알게된 이후로 나는 영화 사운드트랙을 들을 때 불쾌한 골짜기에 직면하고 있다. 

4.

<에밀리아 페레즈>의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배우는 아시안, 흑인, 이민자, 이슬람을 대상으로 차별적 발언을 했다. 2021년 오스카에서 윤여정 배우와 흑인 배우인 다니엘 칼루야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그가 자신의 SNS에 올린 “내가 아프리카-한국 축제(“Afro-Korean festival”)나 흑인 인권 시위(Black Lives Matter demonstration), 3·8 여성대회를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조롱조의 포스팅이 대표적으로 문제가 된 발언이다. <에밀리아 페레즈>의 북미 배급권을 가진 넷플릭스는 논란을 의식하듯, 오스카 캠페인 기간에 가스콘을 위한 항공권과 숙박비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가스콘은 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서, 칸 영화제에서 트랜스젠더 배우 중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던 가스콘의 오스카 수상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5.

<리얼 페인>의 연출, 각본, 주연을 겸한 제시 아이젠버그가 시오니스트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2014년, 제시 아이젠버그가 희곡 공연 차 이스라엘을 방문한 후 “이스라엘은 아름다운 나라”이지만 “팔레스타인은 안전하지 않아서 방문하고 싶지 않다”고 인터뷰를 한 것. 홀로코스트의 현장으로 가는 다크 투어가 소재라는 점에서, 제작자가 전쟁과 폭력을 바라보는 시각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이것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던 중에 ‘누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을 지지했는가’를 알려주는 한 웹사이트를 접하게 되었다. 이곳에 배우 (혹은 유명인)의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인물의 인터뷰 또는 SNS 포스팅 등에서 그가 친-이스라엘적인 발언과 행적을 보인 경우가 아카이빙 되어 있다. 증거들을 살펴본 나는 이것만으로는 제시 아이젠버그가 시오니스트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일단은) 결론지었다. 한 발 물러나 그 발언이 나오게 된 맥락을 언제나 세심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88세의 고령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 악화 뉴스가 들려온다. 2월 중순에 기관지염, 폐염 등으로 위중한 상태였는데, 2/27 기준으로는 교황의 건강이 약간 호전된 것으로 확인 된다. 교황의 건강 상태가 뉴스가 되는 이유는 그가 전 세계 약 14억명에 달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지주일 뿐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인 영향력 또한 큰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영화 <콘클라베>는 교황의 죽음 이후 새 교황을 뽑기 위해 ‘콘클라베’(선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단장으로서 선거를 총괄 진행하는 로렌스 추기경에게는 차기 교황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2/3 이상의 득표를 받은 후보가 없어 선거가 길어지는데, 로렌스, 벨리니, 트랑블레, 아데예미, 베니테스 추기경 등에게 매 번의 투표마다 표가 각기 다른 비중으로 쏠린다. 각자가 표심을 사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다른데, 그동안 로렌스는 어떤 후보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며 제보를 받기도 하고 점점 알고 싶지 않은 비밀을 알게 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프란치스코 교황 간의 관계를 실화에 기반에 다룬 이야기는 2019년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두 교황>에 잘 담겨 있다. <두 교황>을 보면서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콘클라베>를 보니 교황 선출 과정을 위해 시행하는 콘클라베가 매우 비효율적인 시스템처럼 느껴졌다. 만일 평소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 영화와 로버트 해리스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나란히 보길 권한다. 책 속에는 콘클라베라는 제도의 의의와 작동 방식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인물들의 욕망도 선명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어프렌티스: 트럼프의 탄생>은 지금 꼭 필요한 전기영화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아들인 트럼프가 승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걸 되게 만드는 로이 콘 변호사를 만나게 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우리의 윈터 솔져! 세바스찬 스탠은 허영과 근자감으로 점철된 도널드 트럼프를 거의 실존 인물에 가깝게 연기해낸다. 그러니까, 세상에서 제일 이해할 수 없는 남자를 연기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세바스찬 스탠의 트럼프, 그리고 황정민의 전두광…….

이 영화는 북미에서 2024년 10월에 개봉했는데, 알리 아바시 감독의 “11월 대선 전, 대선 토론회 기간동안 미국에서 개봉되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이 담긴 것이었다. 물론 그로부터 약 한달 후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해버렸지만. 영화 개봉을 앞두고 트럼프 측 변호사들은 이 영화가 미국 내에서 배급 되지 못하도록 압박을 넣었다. 명예 훼손이 두려웠기 때문에 이들은 배급사 찾기에 실제로 애를 먹었다고 한다. 결국 이 영화는 소규모 독립 배급사 ‘브라이어클리프’라는 곳을 통해 배급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홍보, 마케팅 등이 지연 되었다. 개봉일이 확정되자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 “이 영화가 폭싹 망하길 바란다”고 썼다. 영화 바깥의 논란은 이 뿐 아니다. 알리 아바시 감독은 골든 글로브 애프터 파티에서 익명의 한 남성 배우 대상의 성추행 혐의를 받았는데, 이를 인정했다. 그는 미국 에이전시 CAA와 매니지먼트 360으로부터 퇴출 당했다. 

2부작을 마무리하며 미화리 님과 주요 부문 수상을 예측해보았다. 말하면서 깨달았지만 '왜 이 작품이 탈 것 같은지'에 대한 근거를 찾기는 까다롭다. 그래도 내가 밀어주고 싶은 작품이 아니라 2025년에 오스카 심사위원들에게 최대한 빙의해서 재미로 예측을 해보았다. 

내기를 했다... 누가 더 많이 맞추는지...

올해 주요 시상식에서의 결과들과 나의 예측을 나란히 보면 다음과 같다.

참고: 골든 글로브 어워즈는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의 경우 드라마 부문, 뮤지컬/코미디 부문을 별도로 수상한다. 미국 배우 조합상의 '아웃스탠딩 퍼포먼스 바이 어 캐스트상'은 사실상 다른 시상식들의 작품상과 같은 위상을 가져서 작품상으로 구분했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브루탈리스트>를 재미있게 봤다. 인터미션을 포함한 3시간 45분이 지루하지 않았고, 인터미션을 운용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미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는 눈을 가지고 싶었고, 일단은 모르는 말들이 흘러나와도 아는 척을 했던 어떤 젊은 날의 자리들도 떠올랐다. 그렇게 가지지 못한 걸 가져야만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서 다행이지만…. 근데 미화리님은 남우조연상을 받아야 할 배우로 “작정하고 천박한 연기”를 하는 <어프렌티스>의 제레미 스트롱(로이 콘 변호사)와 <브루탈리스트>의 가이 피어스(해리스)를 두고 깊이 고민하다가 결국 가이 피어스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그래서 <브루탈리스트>는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가져갈 것 같다. AI는 지금 헐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데, 제작진이 어떻게 이 문제에 대응하는가가 중요하게 느껴진다. 브래디 코벳 감독은 침묵 하는 대신 함께 논의 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 끊임없이 업계 관계자들과 대중을 대화 상대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태도가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장장 3시간 45분의 이야기를 이끌어간 데에는 에이드리언 브로디라는 배우의 공이 가장 크게 느껴져서 남우주연상을 무난하게 탈 것 같다. 또, 이번 오스카에서는 두 번째로 최다 부문에 후보로 오른 <브루탈리스트>가 결과적으로도 다양한 부문을 휩쓸 것 같은데 그 중 하나가 에르제벳 역의 펠리시티 존스 배우에게도 주어지지 않을까 싶다.

작품상을 <에밀리아 페레즈>가 탈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해보이지만 이번 오스카에서 최다 부문(13개)에 후보로 올랐고 이 영화를 이루는 개별 요소들(각색, 촬영, 편집, 분장, 음악)에 상을 주기엔 경쟁작들이 매우 치열하다. 그래서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에밀리아 페레즈>가 국제장편영화상 또는 작품상 중 하나를 받을 거란 생각을 했다. 부분을 보면 아쉽지만, 오히려 그것들을 다 합쳐놓은 전체에 대해서는 상을 줄 수 있달까? 말하고 보니 정말 궤변 같지만…….

<리얼 페인>에서 키에런 컬킨은 모르는 사람들과 패키지 여행을 떠났는데 약간 염치 없이 굴고 자기 본능에 충실하게 움직이면서 ‘물가에 내놓은 애’ 역할을 하고 있는 걸 내 가족(혹은 내 친구)을 바라보는 입장을 상상해보게 하면서 이 영화를 보는 나에게 진정한 ‘리얼 페인’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그 정도로 실감나는 '물가에 내놓은 애' 캐릭터 연기에 감탄했다는 의미로 <리얼 페인>의 키에런 컬킨은 남우조연상을 두 번 받고도 남는다. 끝으로, 국내 관객 50만명 돌파 소식이 들려오는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에게 여우주연상이 확실히 주어질 것 같다. 골든 글로브상에 이어 또 한 번의 레전드 수상 소감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