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4 - 2025.03.31 / 혼모노, 협상의 기술, 식물스케일, 스우파3
안녕하세요. ㅎㅇ입니다. 어제(3/31) 늦은 오후에 스티비 서버의 점검이 진행되어, 부득이하게 레터 발행이 하루 지연 되었습니다. 3월 31일이라니 달력을 보며 저는 조금 골똘해졌는데요. 그 어느때보다 순삭된 듯한 2025년 1분기는 뒤로 하고, 새 분기의 시작도 힘차게 가보시지요.
01. 성해나 소설 <혼모노>
02. JTBC 드라마 <협상의 기술>
02. 박세미 에세이 <식물스케일>
04. 엠넷 서바이벌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1차 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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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혼모노
#성해나 #소설 #베테랑무당 #잡는 #MZ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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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ㅣ2025년 3월 28일 출간
‘나’는 자칭 시네필이었던 전 남자친구 때문에 예술에 도취된 사람들에게 반감이 생겼다. 그것이 지금의 남편인 길우를 사랑하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나’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한국인 영화감독 ‘김곤’의 골수팬들만 모이는 커뮤니티에 초대될 정도로 영화를 사랑한다.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사람. 카페에서 트로트나 CCM이 흘러나와도 무감하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 봉준호와 박찬욱을 혼동해도 눈치 주지 않는 사람. 어쩌면 그 둘을 구별조차 못하는 사람. 지루할지언정 유별나지는 않은 사람”인 남편 길우와는 나누지 못하는 종류의 대화를 이 커뮤니티 안에서 나누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영화감독 김곤은 아역 배우와 작업하는 철학이 유별난,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윤리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는 창작자다. 많은 사람들이 논란을 접하고 등을 돌리는 와중에도 ‘나’는 그의 팬으로 남기로 입장을 정한다. 여기까지가 성해나의 단편 소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속 이야기의 일부다. 이 단편은 소설집 <혼모노>에 실린 7편 중 첫 번째로 배치되어 있다. 소설집에 실린 첫 단편소설이란 사람으로 말하자면 첫인상을 의미하는데, 초장에 엄청난 기세가 전해져온다. 이야, 이 (런걸 쓴) 사람은 장난이 아니다.
티빙과 웨이브가 진짜로 합병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들려오는 와중에, 박정민 배우는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한 방이 있는 추천사를 남기며 OTT 시대에 소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소신 있게 밝혔다.* 물론, 추천사 전문을 보면 이 소설에 영화화하고 싶은 장면이 많다는 점, 그리고 배우인 자신이 시나리오 속 캐릭터를 해석하다 막히면 성해나 작가에게 전화해서 자문을 구하고 싶을 것 같다는 등의 부가적 요소가 곁들여져있기는 하다. 여기서 박정민 배우는 영화의 현주소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와 소설이 마땅히 지녀야 할 공통 분모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은 ‘재미’다.
또 다른 단편 「스무드」는 때로 누군가에게는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광장의 구성원들을, 「잉태기」는 남편도, 친정 엄마도, 가사 도우미도 아닌 사람과 “겨루듯 치열히” 육아하는 여성을 보여준다. 표제작 「혼모노」는 평생 먹고 살거라 믿었던 일을 하다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실수를 저지르고 동종 업계에서 ‘감다죽(감이 다 죽었다)’이라는 평판을 얻어 서러움에 휩싸인 고연차 박수무당을 주인공으로 앞세운다. 유튜브를 틀고 접신 연습을 하는 박수무당이 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민은 우리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 보이지만, “편의점 가판대 앞에서 바나나 우유와 바나나맛 우유는 뭐가 다른지 한참 고민”하는 그의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와도 통하는 지점이 있다.
아무튼,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 때문에 넷플릭스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혼모노? 그게 뭔데?’ 하며 이 책 주변을 기웃거리게 될 것이다.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헤이스팅스는 자신들의 경쟁 상대가 인간의 수면시간이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지만, 2025년에는 그 말을 이렇게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혼모노>다.”
☑️ 티빙과 웨이브는 이제 진짜로 합병할까? 그간 양사의 합병 가능성이 보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무산되길 반복했다. 최신 보도에 따르면, 4월 중 합병이 확정될 수도 있다. 이토록 복잡한 기업들 간 인수 합병의 작동원리가 궁금한 분들이라면 이어지는 드라마를 주목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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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협상의 기술
#12부작 #M&A드라마 #이제훈 #안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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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ㅣ2025년 3월 8일 - 4월 13일
어렸을 때, ‘만원 짜리 지폐를 바닥부터 천장까지 쌓아올려 지금 우리가 있는 방의 육면을 가득 채우면 총 얼마가 될까?’ 라는 퀴즈를 풀어야 했던 적이 있다. 경제적 감각과 공간 지각 능력이 동시에 필요한 이 퀴즈의 답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내가 돈에 대한 감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진작에 알았다.
JTBC 드라마 <협상의 기술>은 유서 깊은 대기업 '산인그룹'이 주거래은행으로부터 대출 만기 연장을 거절 당하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산인그룹은 당장 11조를 모아야만 부도를 면할 수 있다. 인사팀 대리 ‘임형섭’(이규성)의 말을 빌리자면 이 돈은 그냥 만들어질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야, 연봉 1억짜리가 10만 년 일해도 안 돼. 어? 원숭이가 1억씩 모으다가 인간으로 진화를 해도 11조가 안 된다고.”
11조를 조달하라는 막대한 과제를 풀기 위해, M&A(기업 인수 합병) 전문가 ‘윤주노’(이제훈)가 등장한다. 그는 소리 없이 움직이고 흔적도 없이 삼켜버리는 핏기 없는 흰 뱀 같아서, 혹은 백번 생각하느라 머리가 하얗게 새버렸다는 정설 때문에 업계인들 사이에서는 ‘백사’로 통한다. <협상의 기술>을 티빙에서 볼 때면 ‘[안경 달그락거리는 소리]’ 류의 지문이 자막에 여러번 등장하는데, 그건 윤주노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할 때마다 무테 안경을 만지작거리기 때문이다.
M&A 드라마는 경제 용어의 사전적 풀이에 그치지 않고, 지금 그 사업체의 매각을 성사시키거나 그 금액으로 인수에 실패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기업의 생리를 시청자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뭔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으면 참을성을 잃게 되니까. 맑은 얼굴의 인턴 ‘최진수’(차강윤)는 늘 시청자가 궁금해할만한 것들을 대신 물어봐준다. M&A 전문가 윤주노, 재무 담당 과장 ‘곽민정’(안현호), 기업 법률 전공 변호사 ‘오순영’(김대명)이 군말없이 대답해주는 덕에 <협상의 기술>은 에피소드가 누적될 수록 친절한 교양 드라마가 된다. 이들은 경제적 관념이 투철하지 않은 한 사업체 대표와의 대화 씬을 통해, ‘재무제표’라는 딱딱한 문서에서 ‘기업의 건강 검진표’라는 적절한 비유를 건져올린다.
협상을 위해서는, 온라인으로 총알택배를 주문할 수도 있는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이 과일 트럭에서 과일을 사야만 하는 입장을, 이제껏 어떤 유저도 발견하지 못한 ‘이스터에그’를 게임에 심은 게임회사 순정 개발자의 입장을, 객실을 1년간 장기 임대하며 돈을 축내고 있지만 재정 운영은 엉망인 리조트 대표의 입장에 한 번쯤은 서야만 한다. 입장 바꾸기의 백미는, 일본 출장길에 오른 윤주노네 팀원들이 ‘혼네’(진심이 담긴 속마음)와 ‘다테마에’(겉치레로 하는 말) 사이를 분별해나가는 에피소드다. 일본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란 실상 거절을 의미하므로, 그런 말을 들었을 땐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다른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협상의 기술>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우연과 운보다는 철저히 집단 지성에 기댄다. 네 사람이 5인분, 아니 10인분을 해낸다. 문제가 풀리는 과정 자체가 지적이다. 윤주노네 팀원들은 그들 주변에서 누구 하나 썩은 동아줄을 잡으려 하지 않는 사내 정치로부터 진공 격리된 상태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치열하게 정치적이다. 장현성, 오만석을 필두로 좌우 라인이 생기고, 김종태, 김학선, 정석용 등 중년 남성 배우들이 까딱하면 나락으로 갈 수 있는 사내 정치의 면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졸업>에서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을 무대로 했던 안판석 감독이 이번에는 대기업을 무대로 인간군상극을 만들었다. 전체 12부작 중 8화까지 멜로 코드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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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식물스케일
#박세미 #에세이 #건축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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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흐름ㅣ2025년 4월 5일 출간
“경칩이 올 즈음이면 뭐라도 좀 달라져 있지 않겠어요?” 입동(立冬)을 앞둔 늦가을의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그런 소리를 들었다. <식물스케일> 식으로 말하자면, “그 때 나는 꽤 오랫동안 진정되지 않는 감정의 양동이를 주체하지 못해 쏟아버릴 창구를 찾아 헤매고 있었고”, 그 때부터 내게 경칩(驚蟄)이란 단지 24절기 중 하나가 아니라 좋은 미래의 범위에 속해 있었다. 청명(淸明)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봄이 쉽게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이는, 파괴를 수반하는 일들이 지나가고나면 회복이 이루어지는 식으로 만사가 자동 순환되는 건 아니라는 걸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시를 쓰거나 건축 잡지 기자로 일해왔던 박세미 작가는 감동이 요동칠 때 식물 쇼핑을 했다고 한다. 바로크 벤자민 고무나무, 무늬 싱고니움, 화분 같은 것들을 사들이면서. 누구나 아름다운 화분을 가지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박세미는 SNS에서 우연히 본 화분을 구매하고 싶을 때 “다양한 모양의 판이 구조를 이루며 화분 공간을 구획하고 있었고”, “벽의 높낮이가 조절되며 사이사이로 바람길이 나 있는 집” 이었다는 건축적 의미부여를 한다. 그가 식물에 빠진 계기 또한 다분히 건축적이다. 2018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유칼립투스 묘목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었다. 초보 식집사였던 박세미는 유칼립투스에게 마음과 정성을 다했지만 그 유칼립투스는 머잖아 죽어버린다. 몇 해전만 해도 그런 쇼츠가 담쟁이 넝쿨처럼 알고리즘을 뒤덮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만 오면 식물이 죽는 세가지 이유. 1번 분갈이. 2번 과습. 3번 환기. 어떤 이유에서든 그것은 죽었다.
마감 노동자로서 식물과 관계 맺는 방법도 책 곳곳에 드러나있다. 그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원고를 쓰기 위해 작업실에 은둔하기 직전에 근처 꽃집에서 검붉은 작약을 사서 화병에 꽂아두었다고 한다. “글을 얼마나 썼을까. 며칠이나 지났을까. 모니터 화면에 눈이 달라붙은 것 같다고 느껴질 때쯤, 어디선가 투두둑ㅡ 하고 새의 날갯짓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 두리번거려보니 만개한 작약이 흘린 빨간 눈물이 식탁 위에 흥건했다. 그리고 연이어서 또 울기 시작했다. 후드득후드득 소리를 내면서.” 꽃잎이 떨어지는 일상의 장면이 이렇게 호러스러울 수 있는가? 그런가하면, 해야할 일을 미처 다 끝내지 못하고 도착한 이국의 호텔에서 자신을 맞이하는 웰컴 플라워, 보라색 튤립 한 다발을 보고도 무감해지기도 한다. 마감 때문에 가슴에 큰 돌이 얹혀져 있을 때는 꽃잎의 아름다움이고 화병의 아름다움이고 나발이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노란 메인컬러가 돋보이는 표지 썸네일을 봤을 때, 봄이 왔음을 천연덕스럽게 알리고 있는 ‘시즌성 신간’(봄이니까… 식물 책이 어울리는 계절이니까… 화사하다고 나쁠 건 없으니까…) 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임에도 이 책을 홀린듯이 주문했다. 그건 순전히 개인적으로 폐허 뒤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 봄의 도래에 대한 염원이 담긴 무의식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책의 실물 디자인은 영롱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구석이 있다. 16,000원으로 이렇게 영영 시들지 않을 식물 같은 책을 집에 들여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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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리정부터 #노제까지 #썸네일부터 #저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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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Choomㅣ2025년 3월 25일 릴리즈
5월, 엠넷의 스트릿 파이터 시리즈가 몸집을 불려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돌아온다. 유튜브를 통해 무대를 공개한 크루는 총 6팀으로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는 독특하게도 도쿄팀, 오사카팀까지 두 크루가 보인다. (설마, 한국에서도 메기처럼 도중에 한 크루가 더 등장하는 거 아닐까? 벌써부터 괴로운데 즐겁다….) 이들이 소화한 첫 미션 주제는 '케이팝'인데, 매 영상 도입부마다 들려오는 진행자의 필수 멘트 "더 뛰어난 월드 크루에게 투표해주세요"는 오른 귀로 듣고 왼 귀로 흘려보낸다. 모두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각 크루 별로 지향하는 색깔이 뚜렷하고, 에스파와 지드래곤과 제니의 기존 안무가 무엇이었는지 떠오르지 않게끔 언니들이 재해석해 내어 놓는 새로운 버전의 안무를 보는 맛이 있다. '위플래시'에서 뒷목을 잡는 대신 냅다 단체로 상모돌리기를 해버리는 오스트레일리아 팀, 단단한 코어가 즉 자존심이 되는 뉴질랜드 팀, 2024 올림픽에서 브레이킹 (댄스) 종목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미국 팀의 비걸 댄서 '로지스틱스'가 선보이는 화려한 윈드밀, 오사카 팀에서 벌써부터 시선을 자로잡는 연두색 머리 걔 '미나미', 딱 봐도 리더 하려고 태어난 것 같은 도쿄 팀의 수장 '리에하타' 까지……. 모든 게 거대한 도파민 월드의 입구다.
한국 팀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1의 리더들이 다시 뭉쳤다. 이들은 제니의 곡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도중 '비녀'를 활용해 액자의 프레임을 만들어 '효진초이'를 순간적으로 가두고, 곧 그것을 양반의 곰방대처럼 태운다. '아이키'를 주축으로 현란하고도 분절된 스텝이 이어지는데, 무대가 끝나고 나면 역시 (가수로 데뷔도 해 본) 가비의 표정이 남는다. 댓글이나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보면, 한국인이라고 해서 한국 팀을 덮어놓고 응원하는 게 아니다. 경쟁자들의 실력과 매력이 워낙 쟁쟁하니 분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사실 여기서 끝이 아닌데, 프로그램 티저에 의하면 이번에 공개된 국가 외에도 프랑스, 브라질,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르헨티나, 필리핀, 가나, 인도, 멕시코, 중국까지 도합 15개국에서 댄스 크루들이 참가할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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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7. 🤳 WEEK 11. 마츠시게 유타카 X 윤상 라디오,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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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wildwan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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