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9 - 2022.04.18 / 이서수 ‘헬프 미 시스터’와 영화 ‘날 용서해줄래요?’
•4/9(토) 스테이씨 '[YOUNG-LUV.COM] Live Medley'를 보고, 박서련 소설 《호르몬이 그랬어》를 읽었습니다.
•4/10(일) 김오키 신보 [안부]를 듣고, 여자아이들 'MY BAG' 안무연습영상을 보았습니다.
•4/11(월) 보아 일본 신곡 'DO THE MOTION (The Greatest Ver.)'과 온유 신보 [DICE]를 듣고, 온유 'DICE' MV와 아이브 'LOVE DIVE' 릴레이댄스를 보았습니다.
•4/12(화) 윤이나 에세이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를 읽고, DKZ 신곡 '사랑도둑'을 듣고, 아이브 'LOVE DIVE' 1theKILLPO를 보았습니다.
•4/13(수)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더 모닝 쇼> 시즌 1을 보기 시작하고, 신해경 신보 [리얼러브]와 제시 신곡 'ZOOM'을 듣고, 출근하는 독자들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feat. 계피)_ 팀장 효나니와 팀원 계피,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쿼카'와 '출판사 신입사원 특집_계피의 출판사 취업 분투기... 그리고 살아남기... 근데 이제 짠내를 곁들인..'을 들었습니다.
•4/14(목) 태용, 원슈타인 신곡 'Love Theory'를 듣고, 영혼의 노숙자 '고국방문기념 짜투리 토크 (feat. 드라마퀸)'을 듣고, 문명특급 '시도 때도 없이 윙크 쌔리는 원영이랑 07년생 금쪽이 이서가 치고 들어오는 숨 막히는 눈치 토크ㅋㅋㅋㅋ;; 우리 아이브가 대체 왜 그럴까아~?'와 '1,2,3 IVE EP7. ('eleven' recording video)'를 보고, 시스터후드 '역사가 우릴 망쳐 놓아도 [파친코]'를 들었습니다.
•4/15(금) 이서수 소설 《헬프 미 시스터》를 읽고, 뮤지컬 <데스노트>를 보고, 김혜리의 필름클럽 '축제의 여름'과 비혼세 '한녀 네버 다이 with 쌍도걸 짐송'을 듣고, 피콕 드라마 <걸스5에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4/16(토)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기 시작하고, 2022 코첼라 DAY 1 생중계를 조금 보았습니다.
•4/17(일)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시리즈 <모던 러브> 시즌 1을 다 보고,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별밤 초대석 with 수호 / 온유'를 듣고, 제시X라치카 'ZOOM' 릴레이댄스를 보고, 2022 코첼라 DAY 2 생중계를 조금 보았습니다.
•4/18(월)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기 시작하고, 영화 <날 용서해줄래요?>를 보고, 88rising 신보 [Head In The Clouds Forever]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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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만두어야 할 이유를 아주 조금 앞서는
계속하는 마음에 대하여,
이서수 소설 《헬프 미 시스터》
작년 이맘 때 즈음, 18년간의 기자생활을 1년차 플랫폼 노동자가 된 사람의 기록이 담긴, 김하영의 《뭐든 다 배달합니다》(2020, 메디치미디어)를 읽었습니다. 택배 물류센터 안에서, 음식 배달 콜을 기다리는 번화가에서, 대리운전 콜을 기다리는 사거리에서, 그는 처음 해보는 일과 겨우 익숙해진 일 사이에 파묻히는 대가로 사람들이 조용히 몰려드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궁금증을 상당부분 해소합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 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디어에서 종종 '일일 체험기' 같은 르포 기사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제 궁금증과 답답함을 풀기에는 부족했습니다."(《뭐든 다 배달합니다》, 서론 중에서.) 그 책을 읽고난 직후의 저는 택배와 배달 음식 주문을 잠시간 줄였다가, 다시 순간순간 편한 선택을 하는 쪽으로 돌아왔습니다. 기자였다가 플랫폼 노동자가 되었던 분이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실지 문득 궁금해지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제로인 날이 있고 플러스인 날도 있는데, 평균이 잡히지 않으니까 전업으론 힘들어."(《헬프 미 시스터》, p.153)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우재'는 자신의 일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평균치라는 게 있어서 전업을 꿈꿔 볼 수 있는 일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런 드림잡을 찾는 것 보다는, 눈 앞의 기회들을 이어 붙이는 것이 조금 더 손쉽게 느껴지는 때에 이 소설을 읽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스마트폰을 울려대는 알림들은 세상에 그만큼 일감이 많다는 사실을, 동시에 그들이 매순간 쓸만한 인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업의 귀천을 따질 시간에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바로 마주하게 만들어줍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수단인 것도 맞지만, 모든 일에는 좋은 부분과 싫은 부분이 섞여 있어서 그저 다 일일 뿐인 거라고요. 때로는, "널 좋아해"라는 감상적인 고백보다 "넌 쓸만해"라는 시장에서의 냉정한 판단이 오히려 더 위로가 되는 시기를 지나게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수많은 사람들을 정교하고 거대한 시스템으로 모이게 하는 유인책이 되었든, 그 속에서 계속하는 마음을 먹게 만드는 계기는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 마음들의 가짓수만큼, 《헬프 미 시스터》같은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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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중고서점 ver.
영화 <날 용서해줄래요?>
회사에서 새벽 3시 30분까지 위스키를 홀짝이며 다른 사람이 써 놓은 걸로 보이는 글을 교정교열하는 '리 이스라엘'(멜리사 맥카시)은 곁에 친구를 두기 힘든 유형의 인물입니다. 한 때, 다른 사람의 삶을 요약 서술하는 전기작가로서 짧은 유명세를 맛보기도 했지만, 회사에서는 갑자기 해고를 당하고 차기작 또한 요원하므로 생활고에 시달립니다. 궁지에 몰린 그의 선택은, 또 다시 다른 사람의 삶을 빌려오는 것입니다. 바로, 역사상 영미권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유명 작가들이 생전에 주고 받았을 편지를 위조하기로 하는 것이죠. 없던 사실을 지어내기 위해, 유명했던 작가들의 전기를 참고해서 캐릭터를 파악합니다. 그 사람이라면 이런 유머를 썼을 거야, 그 사람이라면 이 타이밍에서 내면을 다 보여줬을 거야 하고요. '리 이스라엘'은 이렇듯 각종 모델의 타자기를 동원해 편지를 쓰고, 편지지 하단에는 유명작가들의 친필서명을 똑같이 그려넣은 후, 오븐에 살짝 종이를 구워서 빛 바랜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시대적 미감까지 고스란히 재현해냅니다. 그리고, 그 편지들을 귀중한 수집품을 취급하는 중고서점을 돌아다니며 고가에 판매 합니다. 때마다 가격 흥정도 잊지 않고요.
그 어떤 범죄 영화 속 금고털이범보다 <날 용서해줄래요?>의 '리 이스라엘'이 작은 스케일의 거짓말쟁이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엔딩크레딧에 흐르는 자막을 보니 그는 유명작가들의 편지 400통을 위조했을만큼의 상습범이었더라고요. 가상의 이야기를 400번 정도 쓰다보니, 그게 결국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실존인물 '리 이스라엘'이 집필한 회고록 <날 용서해줄래요? - 편지 위조의 추억> Can You Ever Forgive Me?: Memoirs of a Literary Forger)의 초안이 되어 주었다는 역설도 놀라웠습니다. 꼭 써야하는 초안을 쓰기 싫을 때마다, 애처롭고 귀여운 이 영화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연쇄사기꾼 리 이스라엘 만큼 대범하지는 못하므로, 그저 눈 앞의 할 일을 하겠지만요.
© Fox Searchlight / Dis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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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유스케 《책의 엔딩 크레딧》(북스피어): 일본 작가 안도 유스케에게는 분명한 작품 기획 의도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십여 권의 작품을 집필하면서도, 원고를 보내고 나면 정작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3년 넘게 인쇄업계를 취재하여 쓴 소설"이라고 해요. 제목이 다 한 것 같지만, 제목을 보자마자 영화 뿐 아니라 책에도 엔딩 크레딧이 있다는 것을(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효과 또한 있습니다.
•김호경 《플레이리스트》(작업실유령): 저는 매 주 음악 플랫폼에서 플레이리스트를 선곡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큐레이터로서의 저는 세상에 좋은 음악들이 끝도 없이 많다는 사실을 마주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플레이리스트를 듣던 사람이 어느 지점에서 중도이탈을 하든 무방한, 그 한없는 자유로움이 가끔은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좋은 화두를 던져줄 책이 나왔는데요. 클래식 음악 전문 기자로서의 이력을 담아 《아무튼, 클래식》(2021, 코난북스)을 집필한 김호경 저자가, 이번에는 '플레이리스트'에 대해 썼습니다. 저자는 '플레이리스트'를 동시대에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최적화된 도구로 정의하면서 이 도구의 사회적 맥락을 다루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저자 분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your light', 김재환 '어떤 날엔', 산들 '만져져' 등 유수의 아이돌 노래를 작사하셨다는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금정연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북트리거): 해가 갈수록, 신조어의 의미를 풀이해주는 SNS 카드뉴스와 트렌드 도서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신조어 체크리스트 문항은 '이 중 절반 이상의 뜻을 알고 있다니 아직까지는 온전한 옛날사람은 아닌 것 같군요!' 라는 결과페이지를 내어 주고는, 결국 안도 섞인 웃음을 짓게 만들기도 하고요. '국룰', '스불재', '많관부', '뇌피셜' 등 있다가도 없어질 유행어와 신조어의 근원을 찾는 책이 나왔습니다. 단, 이 책에 수록된 단어들은 2022년 기준으로 아주 생경하게 다가오는 말이 아니고, 꾸준히 사용되면서 조금씩 의미가 닳고 있는 단어의 모음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첫 번째로 수록된 단어는 '존버' 입니다. 존버의 근원을 찾는 챕터는 이렇게 시작되어요. "처음에는 '존버'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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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9(화) 오늘 핫펠트 신보 [LEFT]가 공개 됐습니다. 싱어송라이터 핫펠트의 유기적인 앨범 구성 역량을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됩니다. '콤플레스'에 대한 4가지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이 앨범의 첫번째 트랙 'Left'는 열등감, 불안으로 상징되는 자신의 왼쪽얼굴을 뜻한다고 합니다. 유튜브에 선공개 된 후, 팬들의 꾸준한 발매 요청을 받았던 4곡을 엮었습니다.
•🥊 2분기에 도라마코리아에서 볼 수 있는 일드 소식입니다. 4/21(목)부터는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아라시TV <미래를 향한 10카운트>가 방영 됩니다. 학창시절 복싱 4관왕을 딸 정도로 실력이 좋았던 선수가,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모교의 복싱부 코치를 맡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드라마입니다. 4/22(금)부터는 NTV 드라마 <악녀 ~일하는 게 멋없다고 누가 말했어?~>가 방영 됩니다. 우연히 대형 IT 기업에 취직했지만 비인기 부서인 비품관리과에 배정된 주인공이 수수께끼의 선배를 만나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인데, 그 선배 역으로 '에구치 노리코'가 출연합니다. 주인공보다 선배가 어떻게 일할지 더 궁금합니다.
•👑 4/29(금)에는 제인 폰다, 릴리 톰린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그레이스 앤 프랭키>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공개 됩니다. 시즌 7은 총 열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년 8월에 네 편이 깜짝 공개 되었는데요. 나머지 여덟 편을 끝으로 2015년부터 시작되었던 시리즈의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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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관리 및 네트워킹 서비스 '헤이버니(heybunny)'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주어진 플랫폼을 연결하고 확장해 나가는 사람들이 저에겐 좋은 모델이 되어줘요.
앞서 팟캐스트 이야기를 했지만,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일의 첫 단계가 '팟캐스트 스크립트를 뉴스레터로 발행해보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영국의 팝스타 두아 리파가 올해 초 뉴스레터 <Service 95>를 창간하면서 동명의 팟캐스트를 런칭했는데요. 해외에는 그런 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플랫폼은 뭐든 다 활용하고 연결 지으며 확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이 제게 좋은 모델이 되어줍니다.
저는 구독자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콘텐츠 로그>를 지인이라 생각하고 1:1로 관계를 쌓거나, 숨어있고 싶은 만큼 숨어서 애정을 키워주셔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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