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5 - 2022.01.20 / 1월의 나에게, 드라마 <오오마메다 토와코와 3명의 전남편
일러두기 Guide to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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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 중에 같은 숫자가 세 번이나 들어가서일까요. 어쩐지 귀엽게 느껴지는 2022년입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어떤 다짐을 하셨나요? 저는 아직까지는 소소하게 지키고 있는 것들이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새해 다짐을 지키지 못하는 때가 오면 스스로에게 실망할 준비도 이미 마쳐 둔 상태랍니다. 그때그때 급한 일을 쳐내기 바쁘고, 중요해 보이면서도 꼭 해야 할 것 같은 일들이 짧은 호흡으로 바뀌는 현대인에게 있어 1월은 참 곤란하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타이밍일수록 읽고 보면 좋을 책과 영화를 골라보았습니다. 이달의 트렌드는 ‘새해의 나에게 건네고 싶은 것'입니다. 1월에 한 번 다짐하고, 앞으로 열두 달 동안 장기적으로 가지고 가야 할 테마라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기회를, 새로운 마음을, 건강한 생활을, 친밀한 대화법을 건네주고 싶습니다. 이를 위한 4편의 콘텐츠들을 소개합니다."
작년 11월부터 리디북스 인스타그램에서 월간 트렌드/테마와 관련해 함께 보면 좋을 콘텐츠를 소개하는 'Hi, OTT(ㅎㅇ의 on the trend)'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달의 주제는 '새해의 나에게 건네고 싶은 것' 이고요. 에세이 1권, 인터뷰집 1권, 드라마 1편, 자기계발서 1권을 골랐습니다. 리스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 RIDIBOOKSTORE INSTAGR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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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아직까지 소소하게 지키고 있는 신년 계획이 무엇인가하면, 매일 집에서 1시간씩 운동을 하고, 물을 1-2L씩 마시고, 저녁 식사 이후로는 야식을 먹지 않며, 스마트폰을 열심히 하다가도 자정 즈음에는 잠에 드는... 전형적인 새해다짐맨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마치 열반에 이를 수도 있을 것 처럼 일상을 전면 재조정 한 이유는 지난 해에 알게 된 (통증이라고는 전혀 없던) 건강 문제 때문이에요. 그동안 장수와 단명 그 사이 어디쯤이면 족한 생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바로 그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기 위해서라도 무던히 몸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더라고요.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일상이 바뀌었지만 신체에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 이 때에 저는 스스로를 향해 외칩니다. "너는 한번쯤은 3개년 계획을 세우는 공공기관 담당자처럼 살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은 이렇게 지내는게 지지부진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지만, 미래의 소소한 혜택을 입을 내가 고마워 할거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지요. 그렇게 유례없이 심심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는 요즘은 일드에 자꾸만 손이 갑니다. 웨이브에서 본 일드 <오오마메다 토와코와 세 명의 전남편>은 결혼을 세 번 하고, 이혼도 세 번 해버린 여주 오오마메다(마츠 다카코)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다룹니다.* 미묘하긴 하지만 서로 불편해하지는 않는 전남편들끼리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같은 그림을 만들다가도, 이 드라마는 예상치못한 지점에서 영화 <윤희에게>와 같은 카테고리에 속해버리고 맙니다. 만일 이 작품이 게 중 가장 답 없는 전남편을 공들여 택한 오오마메다가 그에게 복수하는 치정극이었다면, 지금의 제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고자극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이제껏 이렇게 재미있는 일드는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한편, 이렇게까지 재미있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저는 매일매일 단정한 일드 에피소드를 한편씩 복용하는 데에서 화들짝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요?
*현재 웨이브에서는 서비스 종료 되었으며, 도라마코리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KANSAI 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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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동물은 실수하는 동물입니다. 2년차 프리랜서인 저는 리베카 실의 《솔로 워커》를 읽으며 그동안 제가 저지른 실수들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1. 가장 크게 저지른 실수는 매 주 6일에서 7일간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자유 자재로 일과 유착될 수 있는 게 프리랜서 입니다. 실제로 어느 지점부터는 단 0.5일 정도를 줄이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작년 여름 휴가 때는 4인용 승용차의 뒷좌석에도 일을 했습니다. 저같은 사람들은 노트북을 어디에나 가지고 다닌다는 점에서 ‘디지털 노마드’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그 단어에는 필요 이상의 로망이 깃들어 있습니다. 프리랜서가 혼자 일하면 과로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이유를 이 책에서는 "아주 설득력이 뛰어난 배우자나 동거인과 함께 살고 있지 않는 한, 과로로 넘어갈 위험을 막아줄 장벽이 훨씬 더 낮기 때문"(p.81)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지난달부터 주 5일간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에는 <콘텐츠 로그>에 적힐 수 없는 분야의 일, 그러니까 완전히 상관 없는 일을 합니다. '보늬 밤 조림'을 만든다던가 하는 것을 말이죠.
2. 창의적인 비교대상을 찾아 헤메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배송 받은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붙인 스마트폰으로 스크린타임 12시간을 기록하는 사람들 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은 SNS에 쓰입니다. 2017년의 하버드대학교의 한 연구 결과는 SNS에서 바빠 보이는 사람들일수록 사회적 지위가 더 높고, 더 부유하며, 고용 시장에서 인기가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반조리 음식 배달서비스나 7분 운동법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할 만큼 바쁘다는 사실을 널리 알림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p.78)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인데요. 프리랜서가 되고나서 인간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남과 나를 비교를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까무라칠 정도입니다. 저는 줄곧 비문을 쓰면서 잘 나가는 사람과 저를 비교 해왔습니다. 비문을 쓰는 사람은 다른 영역에서 저보다 훨씬 탁월할지도 모르는 데 말입니다. 그래서 신년 다짐으로 “비문 쓰면서 잘 나가는 사람 너무 아니꼽게 보지 않기”를 정했습니다.
3. 한글날부터 식목일 사이에는 산책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4월부터 10월까지는 하루 2만보씩 실컷 산책을 하는 편이지만, 한글날이 지나고 식목일이 오기까지는 거의 동면하는 동물처럼 주로 집에서 생활하는 편입니다. 추위는 싫고 더위를 좋아한다는 계절적 선호도에 따른 것일 뿐이지만, 그 결과 여름에는 일하는 내가 유능하게 느껴지는 반면 겨울에 계약하고 착수한 일들을 하면서 망해간다는 기분을 느끼고는 했습니다. 즉, 어떤 계절이든 최소한의 일조권을 확보하는 것은 일하는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미칩니다. 업무 공간이 창가쪽이라 햇빛을 받는 편이라고 하더라도, 업무 공간 내에서 걷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사무실 설계자 에마 몰리는, 규모가 큰 사무실을 설계할 때 직원에게 개인 쓰레기통을 지급하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움직인다는 것이죠.
4. 싫어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 반드시 좋아하는 일부터 했습니다. 저는 매일매일 일감을 재편성할 수 있습니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을 TV에서 재방송 하거나 OTT에서 푸시 배너를 띄워주는 것처럼, 프리랜서는 이따금씩 좋아하는 일을 더 먼저 하거나 그것을 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쓸 수도 있는 것인데요. 좋아하는 일부터 하면 능률이 붙어서 이어지는 고되고 짜치는 일까지 잘 할 수 있을거라 여겼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애슈퍼트 교수는 프리랜서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전제 하에 이렇게 말합니다. "하기 싫은 일을 먼저 처리한 뒤에 조금 쉬었다가 휴식이 끝나면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보상하자. (…) 참고로 그 반대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한 뒤에 싫어하는 일을 진행하는 방식은 싫은 일을 더 싫게 만들 뿐이다."(p.118-119)
5. 내가 나의 인사 담당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한 일을 내가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초조함은 프리랜서를 홍보 실장의 마인드로 무장하게 만듭니다. 다음 일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때때로 남이 하는 일 홍보가 지겹게 느껴지는 순간을 감수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나의 일 홍보를 해야만하는 순간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홍보 실장일 뿐 아니라 인사 관리자이기도 합니다. 무조건 (고용 시장에서) '이용 가능한 자원'이 아니라, '충전, 재충전, 삼충전이 필요한 사람'이기도 한 것이죠. "오로지 재정 책임자의 입장에서 스스로에게 '내년에 수익을 두 배로 늘립시다'라고 말한다면 인사 관리자이기도 한 나는 이렇게 대응해야 합니다. '현재 인력 충원은 불가능합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직원을 쥐어짜야 합니다. 이 방식이 지속가능할까요?'"(p.172) 이제부터는 다음에 해야할 일을 결정할 때 마치 팀 미팅을 하듯 스스로 1인 3역을 해 볼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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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분들께,
리베카 실의 《솔로 워커》를 권합니다.
이 책에는 총 세 가지의 미덕이 있습니다.
1. '솔로 워커'가 그럴듯한 영단어가 아니라, 현재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정확하게 지칭하는 용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지금까지 편의상 일하는 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던 '프리랜서'를 이 책에서는 '솔로 워커'라고 지칭합니다. 이는, 고용 형태가 자유롭고(프리 워커), 의사결정이 독립적인(인디펜던트 워커) 일면 보다는, 혼자서 많은 것을 선택하느라 과부하가 오는 상황에 처한 사람을 더 잘 묘사한 용어로 느껴지는데요. 저는 간절히 원했다기 보다는 이렇게 사는 편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라는 마음으로 솔로 워커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한 일의 빗금을 지우고 다음에 할 일을 정렬하는 건 회사를 다닐 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일을 해도해도 영 미덥지 않은 솔로 워커의 '미쳐버릴 것 같음'이 있습니다. 높은 자유도만큼이나 미치기에 가장 취약한 것이 혼자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2. 이 책의 저자인 리베카 실은 솔로 워커로서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입니다. 이 책을 쓰느라 삶에서 전반적으로 과로 중이었던 저자가 업무 코치 냇 리치에게 가서 자신이 쓴 투 두 리스트 27가지에 대해 상담받는 에피소드(p.147)는 묘한 위로가 되는 지점입니다. 그는 문제에 대해 초연하지 못한 채로, 실제로 여러 방법론적 이론을 스스로에게 적용해나가면서 책을 완성시킵니다.
3. 우리가 그동안 일하면서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모든 순간에 대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마치지 못한 일을 마음 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Ziegarnki effect)'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일하는 사람으로서 나의 기분이 우발적이거나 충동적인 게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호명할 수 있는 이름을 찾아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회사에 다니면서 일하다가 자주 섬이 되는 사람들, 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이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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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9(수)에는 넷플릭스가 2022년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 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공식 포스터가 없는 상태인데요. 작품별 분위기를 읽도록 작품명 레터링을 보고 싶은 분들은 공식 영상을, 라인업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기사를 확인해보세요.
•1/26(수)부터 예스24에서 만드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요즘 것들의 사생활' 이혜민 님의 수요일 코너 '요즘산책'이 추가로 편성 됩니다. "우리 곁의 새롭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나다운 삶에 대한 힌트를 얻는 방송"이 될 거라고 하네요.
•1/29(토)부터 2/2(수)까지 설연휴 기간동안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씨네큐브 영화신년🌞🐯'을 개최합니다. 그 중, 1/30(일)은 <해피아워>(러닝타임: 328분)와 <드라이브 마이 카>(러닝타임: 179분)을 관람한 후 정성일 평론가와의 GV가 이어지는 하마구치 류스케 DAY가 긴히 마련되어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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