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8.11 - 2021.8.21 - 이번 호부터 '지난 10일동안 가장 좋았던 것들'의 후보를 노미네이션하고 짧은 감상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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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ination ① 시스터후드 [여성과 ADHD, '젊은 ADHD의 슬픔'] : 정지음 작가의 '젊은 ADHD의 슬픔'을 계기로 오래 미루어두었던 행동을 감행한 시스터후드 공동 호스트 윤이나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에피소드 입니다.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두 분이 서로 깊이 신뢰하는 파트너라는 점이 전해졌습니다.
•nomination ② 레드벨벳 신보 [Queendom] : 2019년 12월 'Psycho' 이후, 아이린-슬기 'Monster'(2020.07.), 웬디 'Like Water'(2021.04.), 조이 '안녕'(2021.05)을 경유해 무려 1년 8개월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레드벨벳의 신보입니다. 주로 이용하는 음원 사이트의 스트리밍 궤적을 보니, 제가 지난 6일간 레드벨벳 신곡을 총 144번 들었다고 나와있네요.
• nomination ③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 사고처럼 치이는 애정의 마음] : 책읽아웃의 격주 코너 '김하나의 측면돌파'와 '삼천포 책방'의 종영을 갑작스럽게 예고하면서도, 언제나처럼 책을 두고 이야기 나누는 에피소드 입니다. 끝을 알리는게 고작 그 날의 공지사항에 지나지 않고, 내년 이 맘 때도 좋아하던 코너들을 계속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달까요. •8/21(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체어] 시즌 1을 다 보고, 캐시 박 홍 에세이 [마이너 필링스]를 읽고, 윤한 수면음악 프로젝트 [Sleeping Science: THE DREAM]을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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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 오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체어]는 아이비 리그 펨브로크 대학에서 영문학과 최초로 유색인종-여성-학과장이 된 40대 중반의 여성 '지윤 킴'의 이야기 입니다. 지윤 킴은 자신이 한결같이 좋아해온 일 (시와 소설을 계속 가까이할 수 있는 영문학과에서의 가르침)을 지속할 수 있는 자리에서 버틴 결과, 조금 더 권한을 가진 자리에 앉게 되는데요. '지윤 킴'이라는 배역을 맡고, 이 작품의 제작에 참여하기까지, 산드라 오 배우가 통과해 온 긴 시간을 절로 헤아려볼 수 밖에 없는 드라마였습니다.
극 중에서 지윤 킴이 "잡것들 중 가장 우두머리 잡것"이라는 명패를 옛 동료에게 선물받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시리즈에는, 오래된 것과 새 것, 고인 것과 흐르는 것 사이에 얽힌 타래가 꽤나 복잡합니다. 그리고 그걸 푸는 리듬감이 좋았어요. 기본적으로는 지적인 코미디물 입니다. 학부 학생들이 소네트를 분석하려 하지 않고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라이팅' 수업만 기웃거린다고 교수들이 푸념하는 점, 태어나자마자 1세인 아이의 1년 꽉 채운 생을 기념하는 한국의 유구한 'Dol ceremony'(=돌잔치) 씬이 실감나게 묘사된 점 등이 재미있었습니다. (21/08/21)
더 체어를 보고난 후에는, 캐시 박 홍 에세이 [마이너 필링스]를 읽었습니다. 캐시 박 홍은 LA에서 자란 미국계 한국인 시인이에요. 자신의 분야에서 일견 성취를 이루었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신경쇠약적인 면모를 가졌지만, 유사한 이유로 신경쇠약적인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사정이 이만하면 나은 편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동시에 '소수자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정확하게 말하는 게 어렵다'고 말해요.
모든 게 신기할 정도로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극 중 '지윤 킴'은 한국계 캐나다인이고, 이 책의 '캐시 박 홍'은 한국계 미국인이니까요. 배우로서든, 에세이 저자로서든 그들은 열렬히 소수자성을 드러내고 있었고, 저는 무리 없이 그 이야기들을 흡수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요. [마이너 필링스]에서는 소수자의 삶을 소비하고 유통하는 대중문화계가 그들의 이야기를 '단일한 이야기(single story)'로 퉁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거든요. 다음은 제 마음의 소리인데요. 완전히 들통난 기분이었달까요. '내가 읽고 싶은, 대리 체험하고 싶은, 연대감을 맛보는 시늉을 하다가 일말의 안도감을 얻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런 거에요. 제 예상과 다르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부담스럽고 싫어요.' (21/0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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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선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 (포도밭출판사) : 교정교열 일을 하며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펴낸 저자가, 작년 여름에 일을 그만둔 후 이사와 더불어 세계 문학 전집 읽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약 8개월 반동안 70편을 읽었고 그 독서의 기록이 책으로 엮어져서 나왔다고 하는데⋯⋯. 이런 프로젝트는 내가 하면 괴롭지만 남이 하면 지갑 열고 인세에 보탬이 되는 식으로, 그렇게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 시리즈는 세 권으로 기획되어 있다고 하네요. (정말 전집을 읽으시나요⋯.)
•설재인 [붉은 마스크] (아작) : 당면한 재난에 관하여 연대와 공감을 길어내는 에세이가 있고, 재난의 사각지대를 포착하는 인문/사회과학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켠에는 더 실감나는 재난을 설정해서 다 뿌수는 SF 소설이 있죠.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수능 당일 외국어 영역 시간에 듣기 평가 문제를 풀던 중 어떤 불길한 소리를 듣게 되고, 원인 모를 끔찍한 전염병을 마주하게 된다고 합니다. 첫 문장부터 흥미로워요. "승조와 무슨 일이 있어도 수능이 끝나고 결혼하기로 했다."
•찬타 [사망 플래그 도감] (라이팅하우스, 이소담 번역) : 이 책의 부제는 '5,000편의 콘텐츠에서 뽑은 사망 플래그 91' 입니다. 영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죽는 91가지의 패턴을 정리했어요.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우리가 어떤 작품을 볼 때 '대화로 해결하려는 마을 촌장'은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소리의 정체가 익숙한 동물임을 깨닫고 마음을 놓는 사람'도 죽고, '전망 좋은 곳에서 연설하는 사람'은 당연히 죽습니다. 우연이지만, 이 책의 서문에 "이 사망 플래그 도감을 완성하면 결혼하겠다"는 저자의 말이 있어 어떤 평행우주를 그려놓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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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8/27(금)에는 김사월 신곡 [너만큼]이 발표 됩니다. 지금까지 "너만큼 사랑하고 싶은 건 찾을 수 없을 거야. 너만큼 아깝고 귀중한 건 흔하지 않을 거야." 라는 가사만 공개 되었을 뿐인데 또 감겨버렸어요. •drama ::: 8/28(토)부터 신민아, 김선호 주연의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방영됩니다. 이 드라마는 엄정화, 김주혁 주연의 영화 [홍반장]을 17년만에 리메이크한 드라마인데, 원작과의 유사점/차별점을 주요 관전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지는 않은 듯 해요. 바닷마을인 '갯마을'의 로케이션은 항구의 도시 포항입니다. •movie ::: 8/31(화)에는 음악영화 [코다]가 개봉합니다. 제목은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뜻하는 'CODA(Children of Deaf Adults)'와 악곡의 종결부를 뜻하는 음악용어로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주조연진에는 실제 농인 배우들이 캐스팅 되었고, [라 라 랜드]의 마리우스 드 브리스 음악감독이 참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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