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으며 떠오른 음악들 - 이번 호는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의 격주 코너 <ㅎㅇ의 믹스테이프 픽션>의 A/S레터 입니다. 에피소드의 일부를 재가공하였고, 소개된 노래와 영상들을 보실 수 있도록 모아서 보내드려요. - 해당 에피소드 청취 후 읽어보시면 더욱 좋지만, 레터만 보셔도 큰 무리가 없으시도록 편집했어요. - 별도의 페이지로 보시려면, 여기서 읽어주세요.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총 2권 (팩토리나인, 2020-2021) X ⓒ VIBE, MIXTAPE FICTION ⚫ 한 줄로 말하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 "잠든 사람들을 위한 꿈을 판매하는 백화점에 판매직으로 입사를 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페니의 이야기." 1. <달러구트 꿈 백화점> 속 인물들은 백화점에서 꿈을 구매하고는 꿈 속에서 느낀 감정에 따라 후불로 꿈값을 정산 합니다. 이런 설정을 말로만 들었을 땐 모호하게 느껴지실 수 있을텐데요. 1권 초반에 '한밤의 연애지침서'라는 에피소드로 예를 들어볼게요. 여기에는 3명의 인물이 등장 합니다. '아영'과 '종석'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회사 일로 마주치는 사이인데요. 상대에게 약간 관심이 있어 보이는 아영은 꿈 백화점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을 구매합니다. 종석은 원래 '옛 애인이 나오는 꿈'을 계속 구매해왔는데, 그러다 둘이 실제로 사랑에 빠져요.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있는 '아영의 친구'는 '예지몽'을 구매하고요. 아영의 친구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잘 풀리지 않던 시나리오를 완성 합니다. 모두 잠이 들면 꿈 백화점에 가서 각자 다른 꿈을 구매 하는데, 결국 현실세계와 꿈 속에서 다 이어져 있는 설정이에요. 하고 많은 로맨스의 전개이기도 하지만, 이런식으로 이 세계가 작동 한다는 걸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김사월의 '접속' (2015)은 실생활 속에서 좋게든 나쁘게든 마주치는 사람들, 계속 무의식 중에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꿈에 나오는 장면을 드러내는 곡이에요. 다음의 가사들은 마치 세 사람처럼 현실과 꿈에서 원래 알던 관계가 자연스럽게 융합이 되는 걸 보여줍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속도로 심장이 뛴다면 당신의 꿈속으로 접속할 수도 있겠죠" -"당신의 꿈 속으로 신호를 맞춰 봤어요." ☑️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코멘트 : 매 년 연말이 되면, 한 해동안 꿈 제작자들이 만든 수많은 꿈들을 결산하는 '꿈 그랑프리' 행사가 있습니다. 이 행사의 1회 수상작은 킥 슬럼버가 제작한 '범고래가 되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꿈'이에요. 그런데, 이 꿈의 1번 구매자는 꿈 속에서 대서양에 빠져들더니 갑자기 자신이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각하면서 약간 불편해합니다. 이걸로 결국 민원을 제기하기도 해요. 그가 범고래가 되어본다는 게 드넓은 대양을 즐기는 이미지는 아니기 때문에, 이 꿈을 꾸기 시작하고 불편함을 느끼기 직전까지의 꿈의 도입부는 어떤 느낌이었을까를 떠올려 봤습니다.
보아의 '공중정원' (2005)은 'Girls on Top'이 타이틀곡이었던 앨범의 수록곡이에요. 이번 기회에 찾아보니 이 곡이 '애시드 팝'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처음 들어보죠? 애시드 팝이 뭐야, 그런 장르가 어떤 스타일이야? 라고 할 때 '롤러코스터'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아의 '공중정원'은 롤러코스터가 지향했던 음악 같은 보아의 곡이구나 하고 이해를 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곡을 들을 때 전반적으로 깔리는 베이스가 있잖아요? 그게 너무 좋아요. 저는 거의 베이스를 배우는 소녀가 될 뻔했어요. 베이스 외에도 이 도입부에 다양한 악기가 나오는데 그게 갓 대서양에 빠져드는 이 꿈의 도입부의 정서와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영상 : GMF에서 보아가 세트리스트의 첫 곡으로 다 뒤집어버린 '공중정원' 라이브 무대 (2018.10.) 3. 이 이야기 속에는 백화점이라는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한 편에는 불면증을 겪거나 잠을 깊게 들지 못하는 손님들이 있어요. 소설 속에서는 눈꺼풀 저울의 눈금 기준으로 'REM 수면'에 접어들지 못하는 사람들이요. 아마도 잠에 관련한 문제를 겪고 계시는 분들, 또는 SNS에서 마약베개 광고를 봤을 때 혹한 적 있으신 분들이 아주 깊은 생각 없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제목만 보고도 '이 책을 읽어볼까?' 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트와이스의 'UP NO MORE' (2020)는 잠에 관한 문제를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이 자기의 이야기를 담아서 만든 노래에요. 트와이스 멤버 지효가 이 노래의 가이드버전(가사가 정해지지 않고 멜로디만 있는 버전의 음원)을 듣고나서 이런 분위기라면 불면증을 소재로 가사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사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둠이 짙게 깔린 이 밤 홀로 아직도 환한 내 하루를 끄지 못하고 있어." -"머릿 속에 비중 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주인공도 없는 테마도 뭣도 없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필요 없는 이야기를 또 all night." 보컬 외에도 채영과 다현의 랩 파트가 있는데 "손발이 차가워지고"로 시작하는 조금 섬뜩한 가사들도 있어요. 랩 파트를 통해서는 가위 눌린 장면을 연출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결국, 백화점 측이 꿈을 많이 판매하려면 손님들이 숙면을 취해야 하는게 맞지만, 이 소설의 메시지는 '수면=행복'입니다. 달러구트는 고객들이 다들 행복하고 안온한 일상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아보여요. 그러니까 'UP NO MORE'는 비지니스와 사회공헌사업의 중간에 있는 달러구트의 마음, 현대인의 안 좋은 수면의 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로도 들립니다. ☑️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영상 : * 'UP NO MORE'를 작사한 지효의 코멘터리는 0:27-2:09에서 보실 수 있어요. 📙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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