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장강명 작가의 에세이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입니다. 장강명 작가님이 소설가로 살다가 겪는 일들, 혹은 출판 관계자들을 만나서 겪는 소소한 헤프닝 같은 것들을 주제로 <채널예스>에서 동명의 연재를 하셨죠. 그래서 이 책에 담긴 글들을 보면, 제가 소설가였던 적은 없지만 소설가가 정말 이상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에디터리 소설가가 이상한 직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고를 읽으면서 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도 '우리 업계 정말 이상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죠. 반성이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채널예스에 연재 될 당시에도 ‘인세 지급' 관련한 부분에서 이슈가 있기도 했고요. 글을 써서 먹고 산다는 것, 전업 작가가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 우리는 막연히 궁금해 하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 가감없이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런 점에서는 집필 작업을 하는 다른 작가님들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들이 들어 있어요.
ㅎㅇ 그래서 초반에 보면, 이 책을 읽어야 될 주요 독자를 신인 작가, 이제 글쓰기를 업으로 삼기 시작한 사람이라고 호명해두셨더라고요.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덧붙임’일 텐데요. 이 책의 포맷이라고 해야 할까요? 연재 시 쓰여졌던 글을 싣고, 그 글에서 약간 시차를 두면서 장강명 작가님이 말 그대로 덧붙이는 글을 덧붙이고 있는 형식입니다. 어떤 챕터에는 ‘덧붙임 2’도 있어요. 하나가 아니고, 두 개! (웃음) 이런 포맷은 어떻게 결정하셨는지 궁금해요.
에디터리 연재 된 원고를 토대로 책을 출간할 때는 보통 2~3년에 걸쳐 쓰인 글들이 모이기 때문에, 책을 묶을 때가 되면 어떤 글은 좀 낡은 이야기가 되어버려요. 그럴 때 편집자는 글이 쓰였을 당시가 기준이었던 본문 속의 시점을 현재로 맞추는 등 전체적으로 개작을 해보자고 제안을 하는데요. 이 책 같은 경우는, 작가님이 지난 연재분을 모아서 읽고 깜짝 놀라셨던 거죠. ‘이 이슈에 대해 내가 왜 그렇게까지 뜨거웠지?’ 하고요. 개작보다는 글을 쓸 당시의 감정이 그대로 글에 들어가 있는게 맞겠다는 생각을 전해주셨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글을 그대로 두고 현재 시점에서 그 당시와 달라진 게 있으면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덧붙임'을 추가한 건데요. 그런데다가, 책이 한 번 출간 될 뻔 했다가 말았고, 다시 출간 될 시점이 오면서 여기서 또 덧붙이고 싶은 말들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처럼 생겨난 경우에요.
ㅎㅇ 고쳐 쓰기를 시도하는 대신 모든 글에 덧붙임을 도입하신 게 너무 재미있고 잘 하신 선택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 덧붙임이라는 게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고려해볼만한 좋은 작업방식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이런 방식을 취하면 자기 객관화가 되니까 좋고, 여러가지 변화된 흐름을 담기에 좋겠구나 싶어요. 어느 시점에는 글을 완성해서 내놓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이유가 계속해서 내 생각이 바뀌기 때문인 경우가 많잖아요.
에디터리 맞아요. 내 생각이 세상에 발표 되어 버리면 달라진 내 생각을 업데이트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있죠.
ㅎㅇ 특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낼 때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이 디테일하게 담겨 있는데요. 책의 제목을 짓는다든가, 표지 디자인을 정한다든가 하는 에피소드들이요. 그동안 장강명 작가님이 출간한 책들을 하나하나 거론하시면서 당시 협업 당사자들과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까지 담겨 있더라고요.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책의 제목이 <입금, 교정, 예의>여도 좋았겠다 라는 거예요. 본문에 있는 표현이죠. 《당선, 합격, 계급》의 저자이시기도 하고요.
에디터리 실은 '입금, 교정, 예의'를 이 책의 핵심 카피로 생각 했었거든요. 전체적인 콘셉트와 무드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밀려났죠.
ㅎㅇ 이 책의 제목을 지을 때 다른 후보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에디터리 장강명 작가님은 프롤로그 제목이기도 했던 <헌신할 수 있는 직업>이라든가, 다른 매체에서의 연재명인 <작가의 사생활> 같은 것들을 제안하셨어요. 그랬는데 저는 이 책이 정말 진실한 작가의 생활을 담고 있다고 느껴서 <작가 생활기>, <소설가와 생활> 등의 키워드를 떠올렸고요. 이 책에 장강명 작가님의 청소 스타일이 어떤지 담겨 있잖아요.
ㅎㅇ 너무 청소 스타일을 상세하게 써주셔서 그 집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어요. (웃음)
에디터리 맞아요. 북반구 청소. 남반구 청소…! 이 책에 담긴 소소한 에피소드들 중에 아내가 선물해준 회색 수면 양말에 대한 글이 있는데 그것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소설가와 회색 수면 양말>도 떠올려봤고요. 아니면, <냉장고 옆 테이블, 노트북과 엑셀> 같은 것도 후보에 있었어요.
ㅎㅇ 저희가 에디터리님의 에세이 제목이 정해지기 전에 비슷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잖아요. 저랑 에디터리님이 나눈 대화들을 오랜만에 복습 해봤거든요.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의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출판사가 제안한 제목 n개, 에디터리님이 제안한 제목 n개가 있었고 저의 첫 반응은 “뭘 그렇게까지 제목 후보를 많이 뽑아요?” 였던 것 같아요. 에디터리님의 원고가 어떤 내용인지를 듣고 나서 제가 굉장히 헛소리를 많이 했더라고요. <작가님 초고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거나 <작가님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메일 드립니다> 제목이 이러면 저는 그 책을 일단 사 볼 것 같다고요. 출판사 편집자의 생활을 담고 있는 책이다 보니, 작가와 커뮤니케이션할 때의 실제적인 입말이 들어가는 제목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던 건데….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국 제목은 정해졌어요.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
에디터리 그렇게 제목을 많고 다양하게 뽑아볼수록 좋아요. 후보들을 가지치기 하는 작업에서 그 책에 담긴 핵심적인 방향이나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는 카피들이 함께 정해질 수 있거든요. 표4(책의 뒷표지)나 띠지 등등 곳곳에 살리는 거죠. 추후 책을 내고 싶은 작가님들도 출판사 측에 책 제목안을 다양하게 제안해주시는 것도 좋아요. 편집자 입장에서는 ‘작가님이 우리 책을 이런 쪽으로(이런 키워드로) 바라보고 있구나'라는 걸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 되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