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 김지효 작가는 2020년에 석사학위논문 <20대 여성의 인생사진 문화 연구>를 발표했고, 3년 뒤에 이 논문 내용을 발전시켜서 책 《인생샷 뒤의 여자들》이 나온건데요. 논문을 위해 12명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고 하는데 저자가 만난 사람들이 누구인가부터 이야기를 해봐야겠어요.
일단, 인터뷰에 응했을 당시 전원이 20대 여성이었다는 공통점이 있고요. 그리고 '인생샷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책을 계속 읽어나가다보면 이중에는 계속 인생샷을 올리는 분들도 있는 반면, 더이상은 그런 행위를 하지 않고 다른 방식의 사진을 올리는 분들도 있어요. 제가 재미있었던 건, 저자가 인터뷰할 때 각각의 인터뷰이들이 자기 인스타그램에 올린 인생샷을 같이 보면서 대화를 나누었다는 지점인데요. 진짜 이거는 대단한 용기이자…… 항마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웃음)
지은 그래서 저는 저자의 인터뷰 실력에도 감탄하게 됐고, 동시에 그런 이야기들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풀어놓는 12명의 여성들이 굉장히 용기 있다고 생각 했어요. 이런 솔직함이 발현된 조건들이 뭘까? 궁금 했는데, 인터뷰이들이 다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했잖아요. 거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고요. 어쨌든 이런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에세이를 쓰는 사람으로서도 또 도움이 많이 되는 측면이 있었어요.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저는 항상 여성들에게 관심이 있는데요. 정확하게는 여성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을 가진 저자 중 한 명이거든요. 이렇게 여성들의 마음들이 충돌하는 현장을 그대로 담아놓은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 있었어요.
ㅎㅇ 프롤로그에서 전반적으로 셀카의 역사와 계보를 짚어주고 있잖아요. 저는 프롤로그가 진짜 너무 웃기더라고요.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이 아이러브스쿨, 버디버디,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처럼 셀카를 공유한 커뮤니티의 변천사가 있고요. 촬영할 때 쓰는 기기의 변천사도 말해주고요. 거기서 갑자기 하두리도 나오고요…. 그리고 셀카를 자주 올리는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불러왔는지도 정리 되어 있어요. 퀸카, 얼짱, 여신/인플루언서 순으로요. 프롤로그 읽는데 너무 여러가지 추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런데, 이 프롤로그의 마지막 장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이 책에서는 여성들이 실제로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셀카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셀카가 언제나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업로드외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셀카는 여성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연관된다."(p.48)
우리가 SNS라는 말을 관성적으로 쓰면서 이게 줄임말이라는 점을 아예 놓칠 때가 많은데, 사실 그 안에 '네트워킹(Networking)'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었어요.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스스로의 사진을 업로드 해왔던 매체들은 바뀌었더라도, 내 사진을 보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나의 사진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상정하고 있다는 게 잘 드러납니다.
지은 저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터뷰이가 모두 저 같았어요.
ㅎㅇ 12명 다요?
지은 네, 12명이 하는 말들이 조금씩 다 저같더라고요! 아무튼, 1장 '인생샷: 몸과 사진 사이'에 이런 말이 있어요. "한 사람이 디지털 자아를 구성하는 과정에는 성별 나이 지역 학력 소득 직업 소속집단의 특징 등이 개입한다."(p.63)라고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또 누가 이렇게 명문화 해주기 전까지는 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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