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 구글에서 2017년도에 ‘미니멀리즘’ 검색 횟수가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해요. 카일 차이카는 이런 현상이자 패턴에 재미를 느껴서 이런 책을 작업하게 됐던 것 같고요. (...)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단순한 열망》의 전체 형식이자 목차 이야기를 해야겠죠? 목차에 사각형의 아주 반듯한 격자무늬가…
아키 거의 엑셀로 만든 표처럼 구조적인 형식을 가진 목차인데요. 이걸 보고 좀 놀랐기도 했고, 이 책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ㅎㅇ 목차에 대해서는 서문에서 지아 톨렌티노가 안내를 해주고 있는데, 전시장을 거니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보면 좋겠더라고 하고 있어요. 이 목차가 마치 미술 전시장에 있는 안내문 같다는 거죠. 그래서, 다 읽고 나니 꼭 1장부터 4장까지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 반듯한 사각형 안에는 총 4개의 키워드가 있는데, 줄임, 비움, 침묵, 그늘 이렇게 있어요. 저자가 제안하는 미니멀리즘의 특징들입니다. 그럼 흥미로웠던 지점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아키 저는 특히 1장 ‘줄임’ 파트가 많이 공감됐어요. 책을 읽다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찍어서 한 페이지를 올렸는데 DM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이거 무슨 책이냐고요. 제가 흥미롭게 본 구절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미니멀리즘은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경험한 세계의 반영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소유하는 게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공유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으로 문화가 변하고, 그에 걸맞게 미니멀리즘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진짜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그저 판매되는 라이프스타일 중 하나일 뿐이다고도 말하고 있고요. 평소에 제가 ‘이건 뭔가 께름직한데?’라고 느꼈던 부분을 잘 긁어주는 지점들이었어요.
ㅎㅇ 이런 구절이 있어요.
"제한된 선택권 안에서 고른 작고 세밀한 부분에 자부심을 느낀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완전히 뒤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더 나은 기분을 느끼는 방법이다.”(p.57)
소비에 관해서는 우리에게 그렇게 선택권 자체가 많지 않은데도, 어떤 취향과 안목이 있으니까 그 안에서 좋은 걸 고른 것처럼 전시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이 되는 것 같아요.
아키 맞아요. 그래서 두 가지 감정이 다 드는데요. 이를테면, ‘오늘의 집’에 접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방을 보면 다 비슷비슷하게 작고, 그래서 몰개성해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애잔한 거죠. ‘우리 모두 애쓰고 있구나 이렇게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취향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으니까 작은 포인트가 되는 무엇을, 저렴하지만 좋은 조명 같은 걸 사곤 하잖아요.
ㅎㅇ 근데 그 조명이요. 저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조명 욕심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요. 그 어떤 조명 기기를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때가 있었죠.
아키 버섯같이 생긴 거죠….
ㅎㅇ 네, 그 버섯…. 되게 비싸던데요.
아키 맞아요. 그리고 저희가 조금 전에 같이 갔던 카페에서도 그 조명 기기들이 가득했잖아요. 루이스폴센이라고 하는 것이요. 모두에게 그것이 선망되는 것이 된 상황은 좀 웃기기도 하지만….
ㅎㅇ 그래서 자꾸만 1장을 읽으면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나 봐요. 도입부에 보면 저자가 미니멀리즘 강연에 갔다가 ‘앤더슨'이라는 사람을 알게 됐다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앤더슨은 어느 날 구글에 스트레스 해소법을 검색했는데, 그 해소법으로 미니멀리즘을 알게 됐다고 하죠. 그래서 미니멀리즘에 심취해서 그 주제에 대한 모든 책과 팟캐스트를 섭렵하고, 당시 페이스북 그룹에도 속해서 미니멀리스트들과 교류했는데……. 그 후에 저자는 앤더슨이 그 페이스북 그룹에서 나왔다는 걸 보게 돼요. 그러니까 미니멀리즘을 탈덕한 앤더슨! 그 일련의 루트를 보여주는데, 이것도 너무 저 같았어요. 어떤 개념에 심취하면 그것에 대한 모든 정보를 흡수하고 그러다 보면 이것이 부질 없구나를 깨닫고 멀어지게 되는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