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가 그려 온 세계 속의 아이들 ㅎㅇ's comment :
영화 <괴물>이 개봉한지 꼭 한 달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하고, 사카모토 유지가 각본을 쓰고, 故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맡았다는 점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죠. 12월 28일 기준으로 누적 국내 관객수가 35만명을 기록한 <괴물>은 과연 이야기의 구조도, 삽입된 음악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른 해석을 내어놓는 엔딩까지도, 마치 ㄱㅗㅣㅁㅜㄹ로 분해해서 하나하나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그런 영화입니다.
<아무도 모른다>(2004)부터 <어느 가족>(2018)까지 어린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꾸준히 그려왔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는 이번 작품에서 같은 초등학교 같은 반에 재학중인 미나토와 요리가 "서로의 괴로움과 각자의 외로움을 쌓아 올"리는 곳으로 관객들을 초대하는데요. 이 영화를 보고난 후, 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그리는 세계 속의 어린이보다 오히려 각본 작업에 참여한 '사카모토 유지가 그리는 세계 속의 어린이'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콘텐츠 기획자이자, 제 SNS 타임라인에서 가장 많은 일드를 보는 분인 유정미 님에게 오늘의 '못다 한 이야기'를 청했습니다. 이번 호는 찐으로 2023년의 마지막 레터입니다. 이 글을 읽고나면 여러분의 신년 목표는 사카모토 유지 정주행 하기가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는 드라마 <콰르텟> 3화를 보는 중입니다.
🌨️ guest editor. 유정미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신경질적이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듭니다. 언젠가는 그런 시트콤을 쓰고 싶습니다. 소개는 늘 이렇게 하지만 사실 보는 이, 많이 보고 싶어 하는 이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사카모토 유지가 쓴 편지를 좋아하는데요. 그의 편지는 건조한 마음에 눈사태를 불러일으키는 신묘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기상이변 같은 작품도, 온갖 날씨를 부르는 대사도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절반도 이야기하지 못했는데도 글이 자꾸만 길어져 난감합니다. 어른으로 살기 챌린지 중 하나는 어린이들과 적당한 거리에서 친밀하게 지내기입니다. 어린이들이 수다쟁이가 되는 시기에도, 사춘기를 맞았을 때도, 난처하거나 기쁠 때에도 그런 어른으로 남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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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에 관해 쓰는 일
혹은 말하는 일
덜컥, 써보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여러 차례 찾아 온 덜컥이 저를 헤집고 있습니다. 이 조바심은 모두 "좋아한다"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이 얘기 저 얘기 갈피를 잡지 못해 딴 길로 새기 일쑤고, 평정심 잃은 수다쟁이가 되어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떻게 끝맺음을 지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이리저리 흔들릴 것에 대비해 가급적 쓰지도, 말하지도 말고 묻어두자' 그런 마음을 먹었는데요. 그 이후로는 일기도 쓰지 않고, 편지를 겸연쩍어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덜컥, 써보기로 했으니 약속을 하나 정했습니다. 솔직해지기로 했습니다.
극작가 '사카모토 유지(坂元裕二)'를 좋아합니다. 2년 전 즈음 웹 매거진에 드라마 <오오마메다 토와코와 세 명의 전 남편(大豆田とわ子と三人の元夫)>(2021)을 소개하며 그를 향한 마음을 마음을 탈탈 털어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덜컥, 하는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오고 갔는데요. 좋아하는 마음이 커다랗게 부풀면 어리석은 모양새로 펑 터져버릴까봐 차라리 입을 다물고 싶을 때가 더 많습니다. 저는 종종 이런 마음에 '경외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합니다. 사 선생님이(저는 사카모토 유지를 '사 선생님'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지닌 '필력'보다도, '일상 생활을 관찰하는 힘' 그 자체가 무시무시하여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그의 작품을 볼 때면 '이 사람 뭔데 나를 꿰뚤어 보지?'부터 '이 아저씨 또 나를 울리네!'까지 수만 가지 감정이 듭니다.
* '일단 웃고 나면, 어떻게든 될 거야'(<월간 윤종신>,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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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기지를 만드는 아이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카모토 유지 각본 영화 <괴물(怪物)>(2023)을 방콕에서 보았습니다. 영화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우렁찬 스콜이 내렸고, 숙소로 돌아갈 때에는 후덥지근한 수증기에 땀을 줄줄 흘렸습니다. 마치 이 영화를 통과해 지나온 사람처럼요. 사카모토 유지가 쓴 드라마 <최고의 이혼(最高の離婚)>(2013) 속 편지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합니다. "애정과 생활은 늘 충돌해서, 뭐랄까. 제가 사는 동안 품고 가야 할 성가신 병이에요." 이 문장이 <괴물> 속 미나토와 요리, 두 소년이 겪는 혼돈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둘은 서로의 괴로움과 각자의 외로움을 쌓아 올려 비밀기지를 만듭니다. 제게 이 영화는 숲속 진흙탕 빗물이 도시 너머로 나부끼는 사랑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이국의 땅에서 복받쳐 오른 저는 그날 영화관 구석에 얼어붙어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랑에 빠졌지만 이 마음이 숨겨야 하는 비밀이란 감각을 알아버린 이가, 무겁고 무서운 마음을 후 불어버릴 줄 아는 이 되었을 때, 세계는 진실한 방향으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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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마메다 토와코와 세 명의 전 남편, 괴물, 최고의 이혼ㅣKTV, GAGA, Fuji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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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도 혼자가 되고 싶지만, 절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태어나 최초로 혼자가 되고 싶었던 순간으로 차츰차츰 거슬러 올라가 보곤 합니다.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부터 20대, 10대 후반, 유년기로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처함, 불안, 창피함, 배신감, 원망, 실패, 슬픔 같은 감정이 기쁨을 앞질러 있습니다. 동생이 처음으로 말을 한 날, 부모님이 싸운 날, 친구들과 멀어진 날, 주변의 죽음을 감지한 날, 불가항력적 자연재해를 본 날, 재난을 목격한 날, 좋아하는 애가 나 아닌 다른 애를 좋아하고 있단 걸 알게 된 날, 호되게 혼난 날, 일기장을 들킨 날, 바보 같은 실수에 내가 나에게 크게 실망한 날… "넌 어린애 치고 참 침착하다"라거나 "넌 또래보다 어른스럽다" 같은 말을 듣고 자란 이들이 있습니다. 아마 주변 상황을 빠르게 감지할 줄 아는 '눈치'를 지녔을 것입니다. 속마음이나 진짜 자신을 숨기는 데 능숙할 테고요. 저 역시 그런 어린이로 자라 농담이나 겉치레로 나를 꾸미는 어른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 기분일 때마다 울퉁불퉁한 생각들로 장식한 비밀기지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만큼 빼곡히 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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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울리는 사랑, 마더, 안녕 우리들의 유치원ㅣFuji TV, 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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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유지 작품 속 인물들은 이런 비밀기지를 품고 살아갑니다. 그가 쓴 대사에는 아동, 청소년은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고, 복잡한 세계를 지닌 개인이란 메시지가 언제나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 누구나 아이였고, 그때 겪은 일들에 크고 작은 영향을 계속해서 받습니다. 이 글의 제목 "넌 정말 질문이 많은 아이였어"는 쓰디쓴 과거를 젊어지고 도쿄에 상경한 젊은이들의 청춘 군상극, <당신을 울리는 사랑>(2016)의 주인공 '오토'에게 쓴 엄마의 편지에서 따왔습니다. 이 드라마의 원제는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いつかこの恋を思い出してきっと泣いてしまう)>인데요. 오토는 도쿄로 도망치는 길,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고속도로 위에서 어린 시절 하늘로 간 엄마의 사랑을 떠올리며, 눈물의 편지를 읽고 또 읽습니다.
"걸음이 빠른 내 뒤를 '괜찮아''그렇게 말하며 따라오는 작은 널 보며 항상 생각했어. 이 아이에게는 인생을 개척할 강한 힘이 있다고. 오토, 많은 사람을 만나. 자유롭게 보고 자유롭게 얘기하고 네 마음대로 살아. 그건 네가 마음에 품고 태어난 소중한 보물이라고 생각해…(중략)… 분명 사람이 외롭다는 마음이 드는 건 누군갈 만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때때로 인생은 괴롭지만, 사랑을 하고 있을 때는 잊을 수 있어. 사랑을 하렴…(중략)… 오토가 웃고 있을 때 엄마도 웃고 있어. 오토가 달릴 때 엄마도 달리고 있어." -<당신을 울리는 사랑>
이 편지는 오토가 자신을 잃을 것 같을 때마다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질문이 많은 아이였던 오토는 당면한 생존 문제 앞에서 잠시 질문을 삼키는 어른이 되었어도, 결국 스스로 딛고 일어나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갑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자유로워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을지라도요. <마더(Mother)>(2010)의 '레나'는 그 누구보다도 궁금한 게 많은 어린이입니다. 학대와 방치로 얼룩진 환경에서도 레나의 관심은 광활한 세상을 향합니다. "좋아하는 걸 얘기하면 즐거워져요!"라면서요. 레나를 유괴해 엄마가 되기로 한 나오는 레나에게 몇만 킬로미터를 자유롭게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레나는 꿈꿉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선택한 가족과 함께할 앞날을요. 단편 드라마 <안녕, 우리들의 유치원(さよならぼくたちのようちえん)>(2011)에도 어김없이 질문하는 어린이가 등장합니다. 유치원 같은 반 친구 히로무는 입원으로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습니다. 대신 '고흐'(별이 빛나는 밤)로 간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다섯 친구들은 히로무의 병문안을 위해 전철을 갈아타고, 또 갈아타고, 걷고, 걷는 먼 길을 떠납니다. "이어달리기 1등인데, 야채도 잘 먹었는데, 어째서일까? 어째서 밤의 장소로 가는 걸까?" 어른들이 꽁꽁 감춘 작별의 슬픔을 어린이들은 이미 알아채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른들 몰래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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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의 악마, 그래도 살아간다, 콰르텟, 아노네ㅣNTV, Fuji TV, 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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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수사물 <첫사랑의 악마(初恋の悪魔)>(2022)에는 청소년 가출팸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들은 한때 "인생에서 가장 멋진 건 멀리 돌아서 가는 거야"라는 말로 밤길을 빙그르르 걸으며 우정을 확인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가출팸 엄마 '리사'가 어느 날 갑자기 사건에 휘말려 감옥에 수감된 이후로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집니다. 주인공 세스나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머리가 좋으면서 올바르고, 지름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희 집에는 문제가 있다며 밀고했고, 문제가 있던 우리들은 하나둘 씩 끌려갔어요. 보금자리만 빼앗은 채 다음에 갈 곳은 알려주지 않았죠." -<첫사랑의 악마>
가해자 가족과 피해자 가족이 겹치고 엇갈리는 이야기 <그래도, 살아간다(それでも、生きてゆく)>(2011), 과거를 잊고 새로이 살아가고자 하는 네 사람의 현악 사중주 결성기 <콰르텟(カルテット)>(2017),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여성 청소년이 지폐 위조 사기를 도모하는 이들을 만나 대안 가족을 꾸리려는 <아노네(anone)>(2018) 등등 사카모토 유지가 쓴 여러 작품은 우리 사회의 ‘있을 곳’의 문제를 그리고 있습니다. 보통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통, 그러니까 평범한 일상은 사회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관계 안에서 자리를 갖춘 것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사각지대에서 자란 이들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들이 간신히 서 있는 곳에는 착취, 폭력, 방치 같은 위협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물을 비추는 이야기는 아동 청소년이 당면한 사회적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비로소 독해 가능한 이야기가 됩니다. 단순한 소재에 머물지 않을 것, 평소의 끈덕진 관찰과 관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날카롭게 말하고자 하는 분투가 그의 작품 안에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비밀이 많은 복잡한 어린이였단 걸, 어른들이 아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미 알고 있었단 걸, 유년의 사건이 매일의 감정을 요리조리 이끌어 간단 걸, 자라고도 여전히 나를 모르는 어른이란 걸 작품 마다마다 뾰족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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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어른 되기, 다른 어른 되기
친구들의 아이가 태어나 자라고 있습니다. 이들을 대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반말하지 않기. 둘째, 무심결에 귀엽다고 하지 않기. 셋째, '이모'라 불리지 않기. 유별난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닙니다. 저는 이들과 동등한 높이에서 무언가를 주고받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마음의 사회학》(문학동네, 2009)에서 "귀여움의 감정이 구성하는 관계는 이와 같이 본질적으로 권력과 관련되어 있다"고 분석합니다.
"귀여움이란 전형적으로 강자가 약자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다. 그것은 성인이 아동에게, 부모가 자식에게, 그리고 인간이 (특정)동물에게 느끼는 감정이다…(중략)… 귀여운 존재와 귀여워하는 존재 사이에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극복할 수 없는 힘의 불균형이 개입한다. 강한 자의 상징적, 물질적 권력에 의해 포섭된 것, 지배된 것, 길들여지거나 사육된 것 혹은 정복된 것들이 귀여움의 대상이 된다." - 김홍중 「삶의 동물/속물화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귀여움」, 《사회비평》 제36권(나남출판사, 2007),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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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교과서, 태양과 바다의 교실ㅣFuji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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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를 여러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드라마 <우리들의 교과서(わたしたちの教科書)>(2007) 변호사, 'Can't Take My Eyes Off You'가 흐를 때면 생각나는 학원 드라마 <태양과 바다의 교실(太陽と海の教室)>(2008) 열혈 선생님처럼 강인한 어른이 되기에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꼭 친구들의 아이들이 자라나 "정미!"하고 제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는 어른이면 좋고, 이왕이면 다른 어른도 되고 싶습니다. 돌이켜 보니 아이가 있는 친구들에게 《어린이라는 세계》를 건네는 일이 부쩍 늘었네요. 언젠가는 어린이 친구들과 TV 속 다른 세계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린이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가장 외로운 어린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모습을, 함께 노는 즐거움을, 다양한 가족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가족이 아니어도 튼튼한 관계를, 강아지와 고양이를, 세상의 호의를 보여주면 좋겠다. 세상이 멋진 집이라고 어린이를 안심시키면 좋겠다."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 2020), p.101-102
인터뷰나 다큐멘터리만 보고서 그가 나와 닮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만, 가끔 제 자신을 사카모토 유지에게, 그가 만든 인물들에 저를 집어넣어 보고는 합니다. 얼마 전 동료가 "사람 싫어, 사람 좋아"라고 적힌 엽서를 선물해 주었는데요. 그렇습니다. 저는 까탈스럽고 예민한 인간이라 언제든 <청소광 브라이언> "I Hate People" 짤을 남발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못마땅한 게 너무 많은 제 스스로가 성가실 지경입니다. 동시에 인간이 무척 궁금합니다. 상대방에게 알리지도 않고 곁을 내줬다가 상처받고 돌아서기도 합니다. 쓰지 않은, 부치지 못한 편지를 수백 장 품고 살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선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아서 탈입니다. 왜 그럴까요. 어쩌면 난장판 요지경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간을 사랑… 하긴 하나 봅니다. 그래서 사는 동안에는 두 눈을 부릅뜬, 안광이 번쩍이는 상태이고 싶습니다. 어설프고 부족해도 못난 것에 반기를 들고 싶습니다. 낮은 것, 흉측한 것을 기꺼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그것들의 깊숙한 곳을 치밀하게 파고들어 툭 하고 길어 올리는 명민한 무언가를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 주로 보는 이이자 듣는 이지만 단지 구경꾼에만 머무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건 옳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바꾸고 싶습니다. 언제나,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사카모토 유지의 새 작품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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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언급된 '사카모토 유지'의 작품들
(국내에서 시청 가능한 경로. Wv 는 웨이브, Wc 는 왓챠, N 은 넷플릭스, T 는 티빙을 뜻함. 그 외 별도 표기 하였음.)
•<오오마메다 토와코와 세 명의 전 남편>(2021): Wv
•<괴물>(2023): 극장 상영중
•<최고의 이혼>(2013): Wv Wc T
•<당신을 울리는 사랑>(2016): Wv Wc
•<마더>(2010): Wv Wc
•<안녕, 우리들의 유치원>(2011): DVD
•<첫사랑의 악마>(2022): Wc
•<그래도, 살아간다>(2011): Wv Wc T
•<콰르텟>(2017): Wv Wc N
•<아노네>(2018): Wv Wc T
•<우리들의 교과서>(2007): 일본 방송국 '후지 테레비' 스트리밍 서비스 FOD
•<태양과 바다의 교실>(2008): 현재 공식적으로 볼 수 있는 경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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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는 대중문화를 큐레이션 하고
목요일에는 못다 한 이야기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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