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 인기 프로젝트 1위! '콘서트 가방'을 만든 어버버 대표 인터뷰 덕후의 삶은 덕후가 혁신한다!
얼마 전, 롯데손해보험이 ‘덕밍아웃상해보험’을 출시했습니다. 이 보험은 콘서트 티켓, 포토카드, 피규어 등의 콘서트 굿즈 구매 사기 피해를 보상하고, 공연장에서 부상당한 피해자의 골절 수술비 및 깁스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게 하며 덕후가 마주하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정확히 보상의 대상으로 인정해준 사례였는데요.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는 콘서트가 열리는 날 해당 공연장에서 출발하는 타다에 탑승하면 10,000원을 페이백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근데, 이게 전부인가요? 세상에 덕후 마음을 알아주는 브랜드나 서비스는 왜 이렇게까지 찾기 어려운 걸까요?
현재 텀블벅에서 진행 중인 ‘오프에 진심인 덕후가 만든 [콘서트 가방]’ 펀딩은 목표 금액의 102,472%를 돌파한 모금액이 모이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오픈하기 전에 ‘알림신청’ 한 사람은 약 13,000여 명에 달했고요.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기 위해 오프를 뛰면 가방 속에서 모든 게 한 데 굴러다녀 당장 필요한 아이템을 찾지 못하곤 했다는 한 덕후가 자신처럼 ‘어버버(OvB)’하는 이들을 위한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Offline Version Bag(OvB) ver.1’을 기획한 오라희 대표(Xㅣ유튜브)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
|
펀딩 개시일 사흘 후, 텀블벅 전체 인기 프로젝트 1위에 등극한 어버버의 콘서트 가방
ㅎㅇ 펀딩 정식 개시 전, 공개 예정 페이지부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오픈일이 다가오기까지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OvB 오라희 대표(이하 'OvB') 정말 감사하게도 X에서 어떤 분이 올려주신 트윗이 화제가 된 덕분에 공개예정 페이지에서 급격하게 알림신청 수가 늘었어요. 예비 후원자를 포함해 많은 분의 반응을 하나하나 읽었는데요. 너무 오랫동안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되니 정말 ‘어버버’ 하게 되더라고요.
ㅎㅇ “오프 갈 때마다 생각했던 갖고 싶은 기능과 디자인이 없어 덕질을 위한 가방을 만들었습니다”라고 하셨어요. 사전 조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셨나요? OvB 한·영·일·중국어로 꼼꼼히 검색해봐도 콘서트에 들고 다닐 제가 원하는 기능이 담긴 가방이 없더라고요. 내부 기능들은 전부 제가 오프에서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외부 디자인인 PvC와 내부가방의 이중 형태는 일본의 이타백(전면이 투명해 굿즈로 데코레이션이 가능한 가방)을 살펴보며 아이디어를 얻었고요.
|
|
|
Offline Version Bag(OvB) ver.1ㅣ출처: OvB
ㅎㅇ 이 프로젝트를 실행으로 옮겨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은 언제인가요? OvB 2022년 말쯤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막내가 2023년 봄에 전역할 예정이었거든요. 오랫동안 완전체 무대를 기다려왔기에 ‘그 오프에 들고 가고 싶다!’ 라는 막연한 목표를 가지게 되었어요. 다른 건 다 제쳐놓고 이 프로젝트에 몰두한 건 작년 4월 즈음이었습니다.
ㅎㅇ 후원자들의 각종 문의를 받으며 기획 단계에서는 미처 챙기지 못했던 부분을 새로이 알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 OvB 이번에 선보일 가방은 물건을 쉽게 넣고 뺄 수 있도록 오픈식으로 만들고 버클로 고정되어 있는데요. 이 오픈 형식에 대한 문의가 꽤 있었어요. 혹시라도 ‘바 선생’이 들어갈까 걱정이 되신다는 거였죠. 사실 저는 살면서 그분을 본 적이 없었기에 크게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고 지금까지 테스트 시 벌레가 들어간 적도 없어서 개폐식 가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가방에 바퀴벌레가 왜 들어가지?’ 하는 대담한 생각을 했던 그날 밤, 한강으로 산책하러 가던 중 도심 한복판의 횡단보도에서 그분을 영접하고 기절할 뻔했습니다. 다음 버전 제작 시에는 반드시 개폐형으로 만들고자 해요. 그래도, 현재 버전 또한 PvC 소재니까 미끄러워서 그분이 기어오르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분을 만났을 때 테스트해볼 걸 그랬죠. 아쉽네요.
ㅎㅇ 총 5회의 샘플 수정이 있었다고요. 가장 해결하기 까다로운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OvB 가장 어려웠던 건 처음 샘플을 만들었을 때인데요. 25페이지의 작업지시서를 메일로 보내드리니 여러 업체에서 복잡하다고 거절하셨어요. 겨우 받아주신 한 업체에서는 작업지시서대로 가방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게 문제였고요. 포켓 크기가 물건을 넣기엔 너무 작거나, 폭을 늘렸더니 너무 헐렁하다거나 하는 여러 문제가 있었어요. 수정사항을 반영해 2차 샘플이 나왔는데 앞으로 해당 공장에서 생산이 어려운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다른 업체에서 거의 처음으로 돌아가 뜯어고치며 3-5차 수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
|
|
수정, 수정, 수정ㅣ출처: OvB
ㅎㅇ 어떻게 하면 작업지시서 분량이 25페이지가 될 수 있나요? (웃음) OvB 처음 해보는 일이고 제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작업지시서를 어떻게 써야 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가방 디자인은 정말 0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으로 ‘일단 가방은 입체니까 3D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지!’ 싶어서 아이패드 3D프로그램으로 구상도를 그렸고, 그 그림을 바탕으로 굿노트에 옮겨 선을 땄어요. 가방에 포함되어야 할 기능, 부자재, 작업시 주의 사항에 관한 내용까지 넣으니 많이 길어져 버렸죠.
ㅎㅇ 상품 기획 경험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OvB 전문적으로 상품을 기획한 적은 없지만, 중학생 때 포토샵을 독학해서 덕질하는 아이돌의 굿즈를 디자인하고 판매했던 경험은 있어요. 그때도 ‘아, 이런 걸 갖고 싶은데 아직 세상에 없네? 내가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제작을 했는데요. 그 시절의 작은 성공의 경험이 지금의 OvB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 듯해요.
ㅎㅇ 테스트 과정에서 막상 오프에서 잘 쓰지 않게 될 기능들은 과감하게 없앴다고 하셨어요. 어떤 기능들이 탈락 됐나요? OvB 가장 먼저 없앤 건 ‘케이블 홀더’인데요. 보조배터리는 가방 안에 넣고 케이블은 가방 밖으로 빼서 휴대전화에 꽂을 수 있게 하는 기능이에요. 그런데 가방이 오픈된 형식이다 보니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아이폰 이용자 분들이 요즘 워낙 맥세이프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게 됐고요. ‘가방 외부 뒷면의 키링을 거는 끈’도 제외했어요. 손 선풍기 같은 걸 자석 포켓에 넣었을 때 흔들리지 않도록 끈 중간중간에 박음질을 했는데, 앞면의 굿즈 자랑 존이 충분히 넓고 키링 고리가 많아서 좀 과하다 싶더라고요. 돌이켜보면, 활용도가 적다는 판단도 있었지만 미적으로 아름답지 않게 느껴지는 것들이 대부분 최종 탈락된 것 같습니다.
ㅎㅇ 제 지인들에게 펀딩 상세페이지를 보여주었을 때의 공통점은 다들 중간중간 탄성을 지르며 끝까지 읽는다는 거였거든요. 끝까지 읽히는 상세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어떤 포인트를 신경 쓰셨나요? OvB 가방의 겉 디자인과 내부 기능 중 어떤 걸 더 강조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후자 쪽에 좀 더 비중을 두었어요. ‘오프에 갔을 때 어버버 가방과 함께하면 편리할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펀딩 제품을 누가 만들 것인가도 중요하게 여겨지잖아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상세페이지에 최대한 담아내려고 노력했는데, 덕질 하면서 한이 쌓였는지 글이 너무 길어지고 가독성이 없어지더라고요. 결국 다 지우고, 제 덕질 스토리와 가방의 기능이 하나하나 연결되도록 방향을 잡아나갔습니다. 실은, 상세페이지만 만드는 데에 4달 정도 걸렸어요. 열심히 읽어주셨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ㅎㅇ ‘머글도 출근할 때 데일리 가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안내 사항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더라고요. OvB 학교나 회사에 가는 동안 PvC와 결합하지 않은 가방을 멘 사람이 어떻게 보일지 상상하며 디자인을 했거든요. 오프가 아닐 땐 무난한 가방처럼 보이는 것 또한 중요하니까요. 겉은 평범하지만 속은 절대 평범하지 않은 기능들이 담겨 있는 겉바속촉이랄까요?
ㅎㅇ 2억 화소의 카메라 스펙으로 유명한 ‘갤럭시 s24 울트라’를 ‘덕후 필수폰’이라고 명명하시면서, 덕후 필수폰이 들어갈 수납공간이 있다고 알려주시는 디테일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오프 공연에 갈 때 꼭 챙겨야 할 아이템, 한 번 훑어주신다면요? OvB 일단 스탠딩으로 간다면, 손목 발목 테이핑은 필수입니다. 해외직구한 12센치 플랫폼슈즈(일명 스탠딩화)도 시야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고요. 스탠딩은 주로 밖에서 30분 이상 대기줄을 서야 되기 때문에, 더운 날 공연에 가신다면 양산이나 큰 부채로 그늘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눔 받은 걸 넣을 수 있는 파일, 콘서트 옆자리 앉은 분들께 드릴 작은 간식 같은 것도 챙기면 좋고요. 콘서트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을 대비한 휴지도 빼놓을 수 없죠. 인증샷을 위한 인형, 탑꾸한 포카 뿐 아니라, 주문제작한 응원봉 리본이나 스티커를 붙인 응원봉도 챙겨 가야 합니다. 요즘은 응원봉 건전지가 충전식으로 나와서 C타입 충전도 가능하더라고요. 무엇보다, ‘가꾸’(가방 꾸미기)가 빠질 수 없는데요. 굿즈로 예쁘게 꾸민 OvB 가방에 제가 말씀드린 콘서트 필수템을 넣어가면 정말 최고겠죠!
|
|
|
가꾸는 전면 뿐만 아니라 사이드까지도ㅣ출처: OvB
ㅎㅇ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나 브랜드를 기획 중인 기업 담당자가 이번 펀딩을 예의주시할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들이 우선으로 뭘 고려하면 좋을까요? OvB 가장 먼저 덕후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와 다른 걸 좋아하는 지인들과 덕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최애에 대한 애정 가득한 이야기를 제외한다면 거의 대부분 하소연이거든요. 어느 분야를 덕질하든 누구에게나 서러운 일들이 참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앞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밤샘하며 한정판 굿즈의 대기줄을 서는 덕후를 위한 웨이팅 서비스 앱 같은 게 있으면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제가 제작하려고 했는데, 여기서 공개해도 되나요? (웃음)
ㅎㅇ 콘서트 티켓 비용은 자꾸만 오르는 중이고, 실제로 덕후들은 무언가를 즐기기 위해 계속해서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는 구조에 처해 있습니다. 최근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케이팝 씬의 모습이 있나요? OvB 덕후들의 인권이 자꾸만 하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걸어 다니는 ATM’이라든가, ‘최애 찍는 카메라’ 같은 식으로 물건 취급을 당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공연 주최 측이나 시큐리티 측에서 덕후를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씬의 공급자가 어엿한 소비자이자 고객인 덕후들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덕후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한 명의 사람으로 대우하고, 정상적인 일처리를 해주길 바랄 뿐이거든요. 이조차 실현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ㅎㅇ 지금까지 누구의 덕후인지 말씀해주시지 않았는데요. 사실 상세페이지에서 응원봉 수납 예시를 보여주실 때 ‘샤팅스타’(샤이니 공식 응원봉)가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이 가방 제작자가 샤이니 팬이라는 걸 알게 돼버렸잖아요. 입덕 썰을 듣고 싶어요. OvB 2009년에 제가 살던 동네에서 열린 축제에 샤이니가 온 적이 있어요. 살면서 처음으로 본 아이돌이었는데요. 그때는 신기한 마음으로 샤이니가 출연한 예능들을 보는 정도였던 것 같아요. 저는 덕질을 위한 트위터 계정을 판 순간이 본격적인 입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시간이 많이 흘러, 2017년에 어느 샤이니 홈마 분이 제작한 시즌 그리팅 굿즈를 사고 트위터에 가입도 하게 됐습니다.
|
|
|
OvB 콘서트 가방의 주요 기능들ㅣ출처: OvB
ㅎㅇ 내가 쓰고 싶은 걸 직접 만드는 게 기획자로서의 추진력이라면, 좋은 걸 나누려는 건 덕후로서의 애정이잖아요.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기획자 vs 덕후 간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유지한 것 같으세요? OvB 가방을 만드는 동안은 덕후 정체성이 525%였는데, 펀딩 프로젝트를 오픈 하면서 50:50이 된 것 같아요. 칠칠이(‘콘서트 가방’ 후원자 애칭) 여러분이 기대해주신 만큼 만족스러운 가방을 전달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어서 기획자의 정체성이 더 커진 것 같고요. 사실 제가 추진력이 훌륭한 기획자라고는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작년부터 거의 매달 최애의 오프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가방의 필요성을 점점 더 크게 느꼈고 더는 미룰 수 없는 순간까지 오게 된 거죠.
ㅎㅇ 정말 바쁜 덕생을 보내신 것 같더라고요. 국내외 주요 공연장 7여 곳의 좌석 사이즈를 재서 가방 사이즈를 설계하신 것도 놀라운 지점인데요. 관람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공연장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OvB 저는 체조경기장(KSPO DOME)이 제일 좋아요. 콘서트는 시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곳 3층 시야는 다른 공연장 3층보다 훨씬 좋은 편이에요. 샤이니가 대부분의 국내 콘서트를 이 곳에서 열기도 했답니다.
|
|
|
가방 사이즈를 설계중인 과정ㅣ출처: OvB
ㅎㅇ 후원자 반응 중에 “9월에 예매해둔 콘서트가 있어서 정말 아쉽지만 저에겐 다른 장르 덕질도 있기에 고민 없이 구매했습니다”라는 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혹시 다른 장르 덕질도 하고 있으신가요? OvB 아뇨, 전 샤이니에게 인생을 바친 사람입니다. 제 최애는 오직 하나예요. 그래도 귀여운 건 다 좋아합니다. 디즈니 캐릭터도 좋아하고, 샘플 가꾸에 등장한 ‘쿠로미’를 비롯한 산리오 캐릭터들도 좋아해요. 테스트 겸 덕질투어로 일본에 갔다 왔는데 산리오 천국이라 너무 행복했어요. 일본에는 이타백을 들고 다니시는 분이 많아서 ‘이런 식으로 가꾸를 하는구나’ 하고 많이 배울 수 있었죠. 또, 작년에 샘플 테스트를 위해 야구장에 처음 방문해보았는데요. 우천 취소를 당한 적도 있지만 제가 응원하는 팀이 역전승하는 상황이 짜릿하더라고요. 유니폼과 응원 배트가 필수인 야구 응원 문화와 케이팝 응원 문화의 유사한 면도 볼 수 있었고요. 현재 2개 구단의 유니폼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언젠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10개 구단 홈에 가보고 유니폼도 전부 모으고 싶어요.
ㅎㅇ 이 모든 걸 팀원 없이 다 해내시는 게 놀랍습니다. 혼자 작업하는 게 힘들면 어떻게 그 상황을 헤쳐나가셨나요? OvB 제 머릿속에서만 둥둥 떠다니던 상상을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만들어내는 일이니까, 어찌 보면 힘든 게 당연한 거라 여기고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건 제가 덕질을 잘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라서 ‘왜 덕질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면 견딜 수 있게 되더라고요.
|
|
|
출처: OvB
ㅎㅇ 왜 덕질을 하고 있는가. 답을 찾아간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OvB 제 삶의 나침반은 샤이니예요. 마치 먼 옛날의 여행자들에게 나침반이 되어줬던 북극성처럼 멀지만 찬란히 반짝이는 빛이 제 삶이 흔들릴 때마다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오프에 갔던 기억, 그러니까 같은 공간에서 우리가 숨을 나누고 눈을 맞췄던 그 찰나의 기억이 평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더라고요. 덕질을 시작했을 땐 제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나고 있었어요. 화려하게 빛나 보이는 사람들을 저 자신과 비교했고 스스로를 심연에 가두었고요. 당시의 저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게 ‘달’이었는데요. 달은 스스로 달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태양의 빛을 반사하면 그게 가능해지잖아요. 그렇게 달빛은 누군가의 어두운 밤에 묵묵히 함께 해주기도 하고, 시인의 영감이 되기도 하고, 사랑을 부르는 다른 언어가 되어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반짝이는 빛을 내는 샤이니의 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내 힘으로 빛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그 빛을 반사해 다시 별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ㅎㅇ 이 세계관에서는 샤이니가 별이고 라희 님이 달인 거네요. OvB 스스로를 뜨겁게 불태우며 빛을 내는 그 별이 언젠가 전부 포기하고 싶다고 느낄 때, 제 달빛을 보여주면서 넌 이렇게 찬란히 빛나는 존재라고, 너의 빛 덕분에 내가 빛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잠시 빛나지 않아도 된다고, 네가 지금까지 내게 준 빛이 여기 내 안에 있다고, 덕분에 내 평생이 따뜻하다고. 그래서 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이 조금 춥고 외롭더라도 이 길 끝에서 분명 태양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어왔던 것 같아요. 곁에 있지 않아도 항상 함께 해준 반짝이는 이들 덕분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ㅎㅇ 이제 펀딩 종료일까지 단 3일이 남아있어요. 끝으로, OvB 가방의 펀딩에 참여해주신 분들과 아직 펀딩을 고민 중이신 분들에게 각각 한 말씀씩 전해주세요. OvB 일단 후원해주신 칠칠이 여러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받으셨을 때 만족하실 수 있도록 제작부터 배송까지 꼼꼼하게 해서 전달 드릴게요. OvB는 디테일이 워낙 많고 복잡한 가방이라 생산단가가 매우 높아요. 그러니, 일반 판매 예상 판매가보다 더 저렴한 펀딩에서 겟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OvB를 후원해주시는 분께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제가 직접 개발한 ‘슬로건 키링’을 증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
|
|
월요일에는 대중문화를 큐레이션 하고
목요일에는 못다 한 이야기를 보냅니다.
지금까지 5,705분의 구독자와 함께하고 있어요.
COPYRIGHT © CONTENTSLOG. ALL RIGHTS RESERVED.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