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3일, 고시엔 우승 확정 직후의 교토국제고
2024년 기준으로, 교토 국제고의 전교생은 190명입니다. 남학생은 68명인데, 그 중 61명이 야구부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요. 거의 90퍼센트에 달하는 거죠. 현재 야구부 구성원으로는 재일교포, 3세, 일본인, 한국인 유학생이 고루 섞여 있고요. 창단 직후 패배의 쓴맛을 보았던 교토 국제고가 고시엔에 처음 진출한 건 2021년의 고시엔 4강이에요. 그로부터 3년이 흘러 2024년, 간토다이이치고를 상대로 우승을 차지했고요. 106회 고시엔 역사상 국제계 고등학교의 우승은 최초로 있는 일이라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지금까지 교토 국제고 야구부를 이끌어온 감독 ‘고마키 노리츠구'에 관한 이야기들도 함께 알려졌는데요. 은행원 출신이었던 고마키는 지인 소개로 틈틈이 고교 야구를 도와주다가 2007년부터 약 17년째 감독 생활 중이에요. 감독으로 부임 당시 24세였는데 어느덧 마흔이 넘은 거죠. 그는 왜 이렇게 오래 한 팀에 있는 걸까요? 바로, 한국인 유학생 선수 ‘신성현’(2009년에 일본 프로야구에 입단, 이후 고양 원더스, 한화 이글스, 두산 베어스에서 뜀)과의 만남이 고마키 감독의 경력을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신성현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지도자가 더 많은 것을 끌어내야 한다는 걸 느꼈다”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고마키 감독 관련한 스토리 중 가장 놀라운 건 바로 이것이에요. 바로, 고마키가 앞서 이야기했던 0:34 스코어 경기에서 당시 교토 국제고를 꺾고 승리한 상대 팀(세이쇼 고등학교) 야구부 소속 1학년 선수였다는 사실입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각본 없는 드라마란 이런 것이구나 싶죠.
그래서 고시엔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한성윤 KBS 스포츠 기자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싱긋, 2022)을 다수 참고하였습니다.
‘고시엔’은 효고 현 아침저녁 시에 있는 야구장 이름이에요. 원래는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인데, ‘전국고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장소이기 때문에 이 대회 자체를 고시엔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고시엔은 일본의 각 도도부현 47개를 대표하는 49개의 학교가 출전하는 전국 규모의 대회인데요. 학교 수가 다른 지역 대비 월등히 많은 도쿄와 홋카이도에서만 두 팀씩, 나머지 45개의 현에서는 한 팀씩 출전이 가능합니다.현재, 일본에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는 3,890개예요. 그러니까 이 학교들이 각 현의 지역 대회인 예선에서 1등을 해야만, 그 지역의 대표로 전국 대회인 고시엔에 나갈 수 있고요. 고시엔 우승을 이야기하기 전에, 고시엔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하극상 야구 소년> 또한 극 중 고교 야구부인 에츠잔 고등학교가 고시엔에서 우승하는 내용이 아니라 고시엔의 출전 자격을 주는 ‘미에 현 지역 대회’에서 우승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이렇게 고시엔은 땅을 밟는 것부터가 그들에게는 엄청난 영광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기에서 패배한 팀은 구장의 흙을 퍼가는 전통이 있어요. <하극상 야구 소년>에서도 에츠잔 고등학교 야구부를 위해 야구장을 지어준 지역의 유지 ‘이누즈카’가 고시엔에 쓰이는 흙과 똑같은 흙을 사왔다고 자랑하듯 말하는 대사가 있거든요. 물론, 주변에서는 “사기당한 거 아니에요?”라고 묻지만요.
고시엔은 사이렌 소리로 그 시작을 알리는데요. 즉,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건 일본의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소리라고도 할 수 있어요. 고시엔이 끝나면 여름의 끝이 왔다는 걸 알 수 있고요. <하극상 야구 소년>의 1화 오프닝 또한 이런 나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여름은 해마다 찾아오지만 단 한 번의 여름이 있다.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름. 에츠잔 고등학교 야구부에게 그것은 2018년 여름이었다.”
일본 고교 야구만의 독특한 특징들
<하극상 야구 소년>을 보며 가장 신기했던 건 ‘전령’의 존재입니다. 일본 고교 야구에서는 감독이나 코치가 직접 선수들에게 전술을 전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있던 후보 선수를 대신 내보내서 자신들의 말을 그대로 전하도록 해요. 전령은 통신 수단이 없던 과거, 전쟁 중에 소식을 전하던 병사를 의미하는데요. 전령의 장점은 후보 선수들도 고시엔의 그라운드를 밟아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무엇보다, 감독이 직접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고교 야구는 오롯이 학생들이 해내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하고요.
‘여자 매니저’ 또한 일본 고교 야구의 독특한 특징인데요. 매니저는 야구 이외의 모든 걸 담당한다고 보시면 되어요. 연습 전 경기장 청소, 감독이나 코치를 위한 음료 준비, 선수단 주먹밥 준비, 연습 경기 때 장내 아나운서 역할까지요. 또한, 중학교 야구부 출신의 매니저는 펑고(수비연습)를 담당하기도 해요. 일본에서 여자 고등학생은 고시엔에 출전할 수 없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야구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극상 야구 소년>에는 여자 매니저 캐릭터가 없어요. 부장 ‘야마즈미’(쿠로키 하루)가 여자라서 야구부에 들어가지 못했던 학창 시절 이야기를 언급하는 극 중 장면은, 야구가 남학생들만의 축제라는 걸 짚고 넘어가는 지점입니다. 다만, 희소식은 고시엔이 2021년부터 ‘고시엔 고등학교 여자야구 전국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2023년 기준으로 일본 고등학교 여자 야구부는 총 60개라고 합니다. 앞으로 더 이 기세를 더 몰아갈 수 있다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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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극상 야구 소년>의 주요 포인트
ㅎㅇ 저는 야구 덕질을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내가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인데 <하극상 야구 소년>을 보는 게 괜찮을까’ 라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아요. 먼저, 아다치 미츠루 야구 만화 <H2>(1992-1999, 전 34권)를 보며 대강의 야구 게임 규칙을 습득할 수 있었고요. 이 만화의 엔딩을 보고 나서 TBS 드라마 <하극상 야구 소년>(2023, 10부작)을 보았고, 이게 재미 있어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2019, 16부작)까지 몰아 봤어요. 총정리하자면, 야구의 룰을 몰라도 가장 보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건 <스토브리그>고요. 그다음이 <하극상 야구 소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