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3 - 2025.01.20 / 여자친구 콘서트, 어떤 어른, BBC sound of 안녕하세요. ㅎㅇ입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애플 TV+ 오리지널 드라마 <세브란스: 단절>의 두번째 시즌이 시작 되었고, 한주 내내 저의 마음은 돌연 뉴욕으로 가 있었습니다. 1월 14일에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서 <세브란스: 단절>의 팝업 프로모션을 진행했기 때문인데요. 투명한 유리 안에 4인이 마주보는 책상을 설치해놓고 그곳에 입장한 배우들이 무심한 표정으로 일을 하거나, 바닥 청소를 하는 등 극중 배경이 되는 회사 루먼 ‘단절 층’의 풍경을 한시간이 넘도록 보여주었다고 해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은 통근 시간마다 붐비는 역이고, 대도시를 교통 수단으로 오가는 많은 사람들의 업무-비업무의 경계가 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엘리베이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한 시청자가 남겨준 팝업 프로모션 후기 “끊임없는 감시를 받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드라마를 마케팅하기 위해, 사방에 있는 팬들과 함께 공공 유리 상자에서 그들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세브란스: 단절> 배우들을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천재적이다.”라는 의견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됐고요. 네, 인사가 길었지요. 과몰입 상태입니다. <세브란스: 단절> 시즌 2는 아직 한 에피소드 밖에 공개 되지 않았는데, 10주간 매주 한 회씩 뜰 예정이라고 해요. 최애 드라마와 함께 한 번 행복한 10주를 보내보겠습니다.
01. 여자친구 콘서트 <Season of Memories>
02. BBC sound of 2025
03. 김소영 에세이 <어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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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여자친구 콘서트 <Season of Memories>
#10주년 #완전체 #서울올림픽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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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쏘스뮤직
“마약이나 도박 금지. 진짜 그거 손도 대지마. 손 대는 순간 10주년이고 나발이고, 진짜 앞으로도 없고 과거도 없는 거야.”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여자친구의 유주가 ‘아이돌 인간 극장’에서 다른 멤버들을 향해 당부한다. 이 프로그램이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순간의 유혹에 휩쓸렸다가는 너무 많은 것이 폐허로 남는다. OO아, 듣고 있니?(주어 없음). 2015년 ‘유리 구슬’로 데뷔후, 2021년 ‘MAGO’를 끝으로 쏘스뮤직과의 전속계약이 만료되며 다소 갑작스럽게 그룹 활동 중단 소식을 알렸던 여자친구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완전체로 돌아왔다. ‘파워 청순’(유리 구슬-오늘부터 우리는-시간을 달려서-너 그리고 나-귀를 기울이는)과 ‘격정 아련’(밤-해야-교차로)의 매력을 나란히 견주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곡의 콘셉트가 무엇이든 여자친구의 강점은 역시 ‘칼군무’였다. 그들은 이번 공연을 위해 어느 때보다도 더욱 안무 디테일을 맞추었다고 했다.
독감 및 성대 염증으로 콘서트 직전 “가창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한 유주는 꽤 답답할 것 같았는데, 마무리 토크에서 공연에 임한 자신의 마음을 스케치북에 빼곡하게 친필로 쓰고 그걸 옆에 있는 멤버가 대신 낭독해주면서 애틋함을 더했다. 그들이 쏘스뮤직 소성진 대표를 향한 땡스투를 잊지 않고 챙길 때는 마음이 복잡해질 틈도 없이, 관객석에서는 무반응 일색이라 조금 웃음이 났다. (다들 더이상 미워할 여력도 없는 것일까?) 나는 사흘간의 공연중 ‘중콘’을 갔고 거기서 여자친구 멤버들이 꽤 의젓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다음날 ‘막콘’ 후기들을 보니 멤버들이 세상 슬퍼하고 있었다. 지난 6년간의 활동 내내 들고 나는 멤버 하나 없었던, 팀워크 좋은 여자친구가 부르는 “하나로 이어졌던 하나로 새겨졌던, 우리의 다정한 그 계절 속에 영원히 함께 할 거야”라는 노랫말이 부디 판타지가 아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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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의 스엠 파티였을까요. 편협한 스엠이었을까요. ㅎㅇ님이 말한대로 기획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바라는 게 너무 많은건 아니겠죠.. 뭔가 울적함이 묻어나는 글이라 저도 같이 마음이가 그렇네요.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삼십년이랄까요. 그냥 트위터에서 흩날리는 글로만 보면 매우 좋았던 기뻤던 느낌이었는데요. 호흡이 긴 글로 읽으니 좋았습니다!" (S)
- "원래 '주마등이 스친다'는 기분은 정말 죽음을 목전에 두거나, 인생에 있어 아주 큰 변화가 도래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 먼 일처럼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라이즈가 리메이크한 '허그' 스테이지 비디오를 보는데 저의 덕질 2n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묘한 경험을 했습니다. 영상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라이즈를 보는데 너무 반짝이고 예뻐서, 정~말 오랜만에 원곡 허그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라 혼났네요."(Fo)
- "타임라인에 흘러들어오는 짧게 편집된 영상들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상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Fe)
- "티켓팅 실패해서 가지도 못했지만... 올라오는 영상들 보면서 왜 이리 마음이 헛헛하던지요..? 하.. 정말로 쓸쓸해서 콘서트에 갔다면 후유증이 꽤 컸을 것 같아요... 선후배 커버 무대도 기대했는데 신나긴커녕 마음이 적적하기만 해요... 보아가 부른 하루의 끝은 끝까지 보지도 못했네요. 결국 어떤 시절도 다 과거가 된다는 걸 실감해서일까요... 이제 누구든 에스엠을 떠난다고 해도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한 시절이 또 가나 봅니다..."(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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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BBC sound of 2025
#BBCradio1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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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BC Radio 1
연말연시에는 각종 매체들이 뿜어내는 리스트의 세례를 받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모든 것에 무감해진다(나도 작년 연말에 뉴스레터에서 50개의 리스트를 꼽았기 때문에 할 말은 없지만). 그럼에도 지난 해부터 상당히 신뢰하게 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그건 BBC Radio 1이 주관하고 음악 업계 전문가들과 평론가들이 매 해 음악계의 유망주 5팀을 선정하는 ‘BBC sound of’다. 2024년의 우승자는 ‘더 라스트 디너 파티’, 2위는 ‘올리비아 딘’이었고, 2020년도의 우승자는 ‘핑크팬서리스’, 2위는 ‘웻 레그’였다. 이 네 팀은 내가 가장 즐겨 찾는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이 중에서 나는 운 좋게도 세 팀의 라이브를 본 적이 있는데 모두 수준급의 무대를 보여주었다.) ‘BBC sound of 2025’ 다섯 팀중에서 올해도 자주 끼고 들을 것 같은 음악계 유망주 3팀을 소개한다.
*3위 배리 캔트 스윔(Barry Can't Swim)와 4위 마일스 스미스(Myles Smith)에 대한 소개는 생략한다.
5위. 잉글리시 티처(English Teacher)
잉글리시 티처는 영국 리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다. ‘영어 선생님’이라는 뜻이지만 영국에서는 영어가 모국어니까, 팀명을 초월 번역하자면 ‘국어 선생님’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정규 1집 제목은 난데 없이 [This Could be Texas]다. 텍사스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곳에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본사가 있다. ‘Not Everybody Gets to Go to Space’의 가사는 일론 머스크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또한 텍사스는 2024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56.14%의 득표율을 얻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무척 짙은 지역이다. 이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인 ‘Broken Biscuits’은 텍사스로 상징되는 현대 사회를 통치하는 지도자에 대한 분노, 정부의 태만함, 그로 인한 사회적 붕괴를 노래하고 있다.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음악을 듣는데 귀가 즐겁다. 반사회적인 구호를 귀 따갑게 외친다기 보다는 망해가는 세상을 위트 있게 연주한다.
2위. 에즈라 콜렉티브(Ezra Collective)
에즈라 콜렉티브는 영국 런던 기반의 재즈 그룹으로, 2016년에 결성하고 2022년에 첫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팀을 결성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올해의 유망주로 꼽혔다니 너무 궁금하지 않은가? 드러머와 베이시스트가 친형제 사이고, 키보드, 테너 색소폰, 트럼펫이 합류한 5인조다. ‘May the Funk be With You' 라는 곡 제목처럼 펑키함이 이 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말해주는 듯 하다. 올리비아 딘이 피쳐링으로 참여한 ‘No One's Watching Me’에서는 지난해 유망주와 올해 유망주의 여유로운 무드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1위. 채플 론(chappell roan)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채플 론은 지난해 올리비아 로드리고 ‘Guts’ 월드 투어의 오프닝 무대에 섰고, 시카고 롤라팔루자에서는 역대 최대 관중을 끌어들이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그는 드랙퀸 스타일의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서서 노랫말 곳곳에서는 자신의 퀴어 정체성을 드러낸다. 신스팝과 바로크팝을 뒤섞은 ‘Good Luck, Babe!’에서는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부정하는 연인을 향해 행운을 빌어준다. 채플 론보다 시대를 더 잘 구현하는 스타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BBC sound of 2025’의 채플 론에 대한 선정평이다.
03.
김소영 <어떤 어른>
#에세이 #이웃어른 #어른의어른 #친구가있는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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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
한 때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고, 어린이를 위한 독서 교실을 운영하는 김소영 작가는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 2020)에서 신발을 신는데에 오래 걸리는 어린이, 말할 때마다 “야릇하게 틀린 표현”을 쓰는 어린이, 자기 나름의 체면이 있는 어린이들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그리고 4년만의 신작 에세이 <어떤 어른>(사계절, 2024)에서 그는 독서 교실에서 (학부모도 아니고) 어린이에게 차를 대접할 때, 받침이 있는 찻잔이나 사기로 된 머그잔에 내어준다는 자신의 오랜 습관을 전한다. 어린이는 대개 조심성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말이다. 그는 “격식을 갖추는 걸 사양하는 어린이는 여태 만나보지 못했다”는 경험에 더해, 그러니 어린이가 식당에서, 박물관에서, 공공장소에서 무언가를 깨뜨리거나 너무 큰 소리로 떠들거나 울고 불고 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른으로서 해야 하는 임무는 그런 일이 벌어질까봐 ‘노 키즈 존’을 만드는 게 아니라 “참을 만한 정도는 참는 것”이다.
게다가 실은 어른이 더 시끄럽다. 이어폰을 쓰지 않고 스마트폰 스피커의 볼륨을 잔뜩 켜두고 산책하는 많은 사람들. 혹은 대형 마트에서 일행을 부를 때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더 많은 사람들. “라면 진열대에서 왼쪽 끝의 비빔면과 오른쪽 끝의 짬뽕라면 중 뭘 살지 큰 소리로 의논하는 부부는 그들 사이에서 ’진라면 순한맛‘을 찾는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이것은 저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쇼핑하는 어른의 일상이다. 결국, <어떤 어른>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에게 없는 것을 어린이에게 줄 수 없으니,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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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wildwan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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