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 - 2025.06.22 / 케이팝 데몬 헌터스, 미지의 서울, 첫 여름 완주
01.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02.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03. 김금희 소설 <첫 여름,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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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tflixㅣ2025년 6월 20일 공개
저승사자 컨셉의 남돌이 아니라 찐 저승사자가 남돌을 한다. 이 설정을 그냥 지나칠 수가 있는가? 아이돌과 저승사자로 투잡을 뛰는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에서 당신의 최애는 누구인가? 당신이 사자보이즈에 입덕했다면 문자 그대로 당신의 영혼을 바쳐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는데…… 그 정도의 각오는 되었는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시작된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한국 전통 문양 ‘단청’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공연장의 바닥 패턴과 5만명에 달하는 팬들의 응원봉 물결이 일렁인다. 이 영화 속에서 현재 가장 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걸그룹 ‘헌트릭스’의 공연장은 흡사 올해 내한한 콜드플레이의 총천연색으로 가득찬 공연장보다 더 화려해보일 지경이다. 생동감 넘치는 작화와 그래픽으로 관객을 압도시키는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제작사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의 신작이라는 걸 숨길 생각이 없어보인다. 헌트릭스 멤버들은 무대에서 내려오면 사인검(Four Tiger's Evil Slayer), 곡도(Curved moon sword), 신칼(Spirit blade of Mudang)까지 각자의 맞춤 무기를 휘두르며 악령을 물리치는 임무를 수행한다. 허리춤에는 커스텀 된 노리개를 달고서. 디테일하게 한국적 요소들을 뜯어봐도 좋지만 가장 벅차는 지점은 이 영화에서 케이팝이 정말로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한다는 점이다. 케이팝이 이렇게까지 유용하게 제 쓰임을 다하는 세계관은 난생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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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ㅣ2025년 5월 24일 - 6월 29일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더는 나를 견디지 않아도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1995년 12월 3일생.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됐고, 서울의 안정적인 공기업에 근무하는 ‘미래’(박보영)에게는 아무리 봐도 “적당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게 베스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미래가 아파트 3층 베란다 난간에 오르는 이유는, 이것이 베란다에서 이불을 털다가 실수로 발을 헛디뎠다로 시작되는 병가 사유로 적절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의 철저한 계획은 두손리 본가에 살고 있던 일란성 쌍둥이 동생 ‘미지’(박보영)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흐트러진다. 낙하 직전의 미래를 향해 미지가 내민 손은 미래가 원한다고 해서 놓아지지 않는다. 잠시 후 미지가 “내가 너로 살게. 넌 나로 살아.” 라며 다시 한 번 (새끼) 손(가락)을 내밀 때, 이번에 미래는 기꺼이 자신의 손가락을 맞잡아 걸며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미지는 누구인가. “농번기 때는 다들 못 모셔가서 난리”일 정도로 두손리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에 일손을 보태지만, 엄마로부터 “보험도 없어, 연금도 없어, 저축도 없어” 라는 타박을 듣는 하루살이형 노동자다. 미지는 막연하게 상상한다. 본가에 얼굴을 코빼기도 비추지 않아도 매달 가족의 생활비와 외할머니 간병비를 꼬박꼬박 부칠 수 있을 정도로 자기 할 일을 잘 해내는 미래의 서울살이에는 분명 낭만 비슷한 게 있을거라고. 과연 그럴까. <미지의 서울>은 서울이든 두손리든 나는 비슷한 문제에 걸려 넘어지는 나를 데리고 다닐 수 밖에 없다고, 그렇게 내가 나를 견뎌야 하는 건 어디든 똑같다는 걸 알려주는 드라마다. 그러나 미지와 미래는 서로로 둔갑해 소문과 진실 사이, 시고 못난 딸기와 잡내 없는 닭내장탕 사이, 끝나버린 어제와 멀리 있는 내일 사이를 오간다. 드라마 한 화가 끝날 때마다 늘 도보로 만오천보 이상 걸은 날 발바닥의 뻐근함 비슷한 게 전해져 오는 건, 시간이 갈수록 어느 구간과 구간 사이를 멈출 생각이 없어보이는 미지와 미래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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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제ㅣ2024년 4월 28일 출간(오디오북 기준)
‘손열매’는 직업 성우지만 목소리가 깨끗하게 나오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믿었던 지인에게 돈도 떼어 먹혔다. 한 마디로 좋을 일이 하나도 없는 상황. 마치 <미지의 서울>의 주인공들처럼 손열매도 터를 옮긴다. 파주도 전주도 경주도 아닌 ‘완주’는 이야기 속 가상의 지명인데, “목표한 지점까지 다 달림”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 여름, 완주>는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들은 오디오북이다. 오디오북을 서비스하는 윌라 앱의 마이페이지에 의하면, 내가 <첫 여름, 완주>를 끝까지 다 듣는데에는 총 13시간 58분이 걸렸다. 오디오북 전체 분량의 3배 정도 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첫 여름, 완주>를 무탈히 완주하기까지 내게 도움을 준 것들은 다름 아닌 입이 심심할 때마다 깎아 먹었던 수박과 참외, 미풍으로 틀어놓고 꺼질 줄을 모르던 선풍기, 자세를 마음대로 바꿔가며 누웠던 침대다.
출판사 무제의 박정민 대표는 ‘듣는 소설’ 시리즈를 론칭한 후 이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매체 인터뷰에 응하며, 시력을 잃은 자신의 아버지를 위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시리즈 기획 의도를 들려주고 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이 “크리에이터라기보다는 투자자에 가깝다”고 했는데, <첫 여름, 완주>를 다 듣고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다음 분기의 재무제표가 그를 웃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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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wildwan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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