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8 - 2025.08.03 / 식탐정 허균, 이찬혁, 우즈,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01. (광고) 식탐정 허균
02. 이찬혁
03. 우즈
04.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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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빗홀ㅣ2024년 7월 30일 출간
작년 하반기의 나는 ‘이친자’로 불렸다. 한석규, 채원빈 주연의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 몰입해있었기 때문인데, 이 작품은 본래 4부작 미니 시리즈를 위해 쓰여진 2021년 MBC 극본 공모전의 우수상 수상작(<거북의 목을 노려라>, 한아영 극본)을 10부작 드라마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뿐 아니라, <옷소매 붉은 끝동>, <어쩌다 발견한 하루> 등 흥행하는 K-드라마가 될 시나리오의 떡잎을 알아본 게 바로 이 공모전이라는 사실에, 그때부터 나는 M사 심사위원들의 감을 신뢰하게 되었다. 오늘 소개할 현찬양 장편소설 <식탐정 허균> 또한 2021년 MBC 극본 공모전의 PD상 수상작이며, 드라마화가 확정됐다.
조선 시대 배경의 추리물에 미식을 곁들였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홍길동전>의 저자로 가장 잘 알려져있는 실존 인물 ‘허균’(1569~1618). 왜란으로 경복궁이 불탄 이후, 백성들이 과식과 과음을 자제하도록 각종 금지령이 내려져 뭘 해도 흥이 나지 않는 시기, 허균은 연쇄 살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탐정으로 활약하게 된다. 단,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 하지는 않고 팀을 꾸린다.
먼저, 허준 선생에게 의술을 전수받은 ‘재영’을 스카우트한다. 재영이 할 일은 이미 죽은 이의 몸을 살펴보는 것. 그런데 재영은 한동안 모종의 이유로 의료계를 떠나 있었던 데다, 모친의 삼년상을 성실하게 치른 터라 속세를 떠나 있던 중이었다. 이 경우, 아무리 뛰어난 인재로서 스카우트 되었다고 해도 관례상 이력서를 제출해야 한다면 재영은 여지없는 ‘경력단절남’일 뿐이다. 허균이 머무르는 곳은 전라도 나주목의 관청이다. 나주 하면 배, 그리고 곰탕 아닌가? 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음식 또한 ‘나주 곰탕’이다. 허균은 일단 재영을 든든히 먹이고 시작한다. 이직한 날, 첫 점심시간을 앞두고 상사가 “재영 씨는 뭘 좋아해요?”라고 하면 “전 다 잘 먹어요. 다 괜찮습니다.” 라고 답할 때처럼 데면데면한 구도가 이 소설에서도 그려진다. 재영은 뭔가를 먹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내지 않는 “이 맛도 저 맛도 잘 모르는” 인간이다.
그러나 허균이라는 인물을 구성하는 의식주 중에서는 ‘식’이 절대적이다. 허균은 까다로운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중간중간에도 꼬박꼬박 식사를 챙겨 먹으면서 재료가 얼마나 ‘이븐’하게 익었는지 말을 보태고, 절대적인 미각으로 이 메뉴에서는 뭐가 ‘킥’인지 발견한다. 그가 전라도 맛집 전문 인스타 매거진을 운영했다면 팔로워 10K는 거뜬히 모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허균은 생전에 음식평론집인 <도문대작>을 썼다.)
한 명은 미식가고 또 다른 한 명은 먹는 것 앞에서 뜨뜻미지근할 때, 팀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등장하는 건 ‘작은년’이다. 작은년은 조선 팔도에 널려 있는 식재료를 매우 잘 다루는 요리사로, 허균이 주최한 면접을 가볍게 통과하고는 허균의 허기를 책임진다. 또한, 재영이 조선 시대의 C.S.I.처럼 시체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사망 원인을 추정할 때, 허균은 호기심을 가지는 작은년을 위해 마치 요리 레시피처럼 그 과정을 설명해준다. 자기 영역의 전문가인 작은년은 ‘음식’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범죄’의 전말을 파악해나간다. 허균이 어느 양반집 부엌 주변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두고 밀가루와 쌀가루 중 무엇이 먼저 끓는 기름에 들어갔는가로 범인을 추리한다면, 작은년은 명이나물의 이파리에서 마늘맛이 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팀을 지켜낸다.
돈, 원한, 치정.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자꾸만 사람이 죽을 때, 젠더부터 종사하는 업계까지 모든 게 전혀 다른 세 사람의 팀플레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입맛이 싹 돈다. 저는 말했습니다. 절대로 끼니를 건너뛰고 읽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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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이찬혁 '비비드라라러브 + 멸종위기사랑' (열린 음악회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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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ㅣ2025년 8월 3일 공개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사람들 중에서 지금 가장 절대 다수로부터 너그러이 받아들여지는 사람. 2025년 여름의 이찬혁을 그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생방송에서 노래를 부르며 삭발 하던 3년 전부터 이미 절대 다수가 이찬혁의 퍼포먼스에 스며들어왔고, 이번에는 노래를 부르다가 팔굽혀펴기를 해버린다. 정규 2집의 활동곡 ‘비비드라라러브’와 ‘멸종위기사랑’의 MV는 상징으로 가득차 있고, 사랑이 있으면 있는대로 또 없으면 없는대로 문제적인 삶을 상상하게 만들 정도로 심상한 노랫말을 가졌다. 다만, 무대를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워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AKMU’의 오빠, 프로젝트 그룹 ‘이찬혁비디오’의 키맨, 3인조 밴드 ‘BABO’에서 가면을 쓴 자를 지나, 솔로 ‘이찬혁’이 보여주는 8분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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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우즈 'Smashing Concrete Visuali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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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ODZㅣ2025년 7월 29일 공개
드라우닝 파 vs 암네시아 파. 두 사람 이상이 만나면 마른 안주를 가운데 놓고 맥주를 영원히 리필하며 논쟁할 수 있는 주제일 것이다. 아이유 외에 뮤지션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담엔터테인먼트에 소속 되었고, 지난해 군복 입은 락스타로서 역주행의 신화를 쓴, 우즈의 코어는 어디에 깃들어 있는가. 제대한 우즈가 9월 컴백을 앞두고 우선 ‘smashing concrete’ 비주얼라이저 비디오부터 공개했다. 점멸하는 조명과 어지러운 앵글 속에서, 삽살개 같은 머릿결이 흔들린다. 돌아온 락스타가 온 몸으로 말한다. 단전부터 차오르는 에너지로 당장은 무너뜨리기 불가능해 보이는 관념적 벽들을 함께 부수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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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테ㅣ2025년 5월 14일 출간
극장을 빠져나올 때마다 자꾸만 출생 연도를 확인하게 되는 톰 크루즈가, 올 해 요원 에단 헌트으로서의 여정에 진짜 최종 안녕을 고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 톰 크루즈는 심해로 나선다.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가 알려주는 것처럼, “바닷속으로 충분히 깊이 들어가면 바다의 압력이 그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뭐든지 짜부라뜨린다.” 그리고 “인간의 다공성 폐는 수축하기 시작한다.” 위대한 에단 헌트 또한 다공성 폐를 가진 한낱 인간인데, 그가 잠수함에 딸린 거의 모든 문을 열어보는 수중 시퀀스를 보는동안 관객은 바다를 구체적으로 두려워하게 됐을 것이다.
사브리나 임블러의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대형 반려동물 체인점에서 금붕어를 구매하려는 어른 손님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막아서고 싶었던 사브리나의 13세 시절을 돌이켜보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을 걸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그는 바다가 인접한 동네에 살면서 공기 중에 소금기 뿐 아니라 희미한 바다 쓰레기 냄새가 실려오던 걸 성장기의 풍경으로 기억한다. 이후, 동네를 떠나고, 직장을 구하고, 틴더를 깔고, 새로운 커뮤니티에 속하고, 아는 얼굴의 부고를 듣는 날들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바다에서 사는 생물들의 지식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자신의 다이어트와 알을 품는 내내 굶은 엄마 문어를 나란히 두고, 자신이 망쳐버린 인간 관계의 여파와 죽음 이후에 역설적으로 바다 생태계를 먹여 살리는 고래 낙하를 견준다.
사브리나는 클럽에서 춤을 출 때도, 환각성 물질을 먹을 때도, 그리고 사랑에 빠진 순간에도, 언제 어디서든 해양 생물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묘사할 준비가 된 과학 저널리스트다. 잘 쓴 글에 동원할 그럴듯한 비유를 찾기 위해 바다로 간 것도 아니고, 나와 물고기의 연결고리를 강박적으로 찾아내는 것도 아닌, 그런 함정에 끝까지 빠지지 않은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게다가, 물 속에서의 자신을 상상하기 위해 불을 끄고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는 대목에서는 나는 살아볼 수 없는 생활인으로서의 기세까지 전해졌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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