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간적인 케이팝' 후기 및 멤버 모집 안내
지난 여름에 시작한 트레바리 독서 모임 '더 인간적인 케이팝'이 다섯 번째 모임을 앞두고 있다. 트레바리는 네 번의 모임을 한 시즌으로 묶기 때문에, 처음에는 지금(도) 케이팝을 기웃거리는 내게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했던 4가지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책들을 선정했다. 모임을 지속하게 되면서,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읽을 책들도 막 골라두었다.
모임을 D.I.Y. 하는 게 아니라 트레바리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진행할 때는 사전 미팅을 하는데, 지난 여름의 나는 트레바리 담당자 분께 실제로 이렇게 말했다. “케이팝 하는 분들에게 35만원은 첫콘만 가는 대신, 첫콘, 중콘, 막콘을 가실 수 있는 기회비용인데, 그 분들이 35만원을 내고 케이팝 이야기를 하러 오실까요?” 지난 몇해간 티켓플레이션을 거치며 웬만한 케이팝 콘서트 좌석 비용은 장당 19만 8천원 정도를 받기 때문에 거의 비슷한 셈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 마음 속에는, 최애가 속한 업계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위해 모임에 오신 분들에게 그분들의 최애의 콘서트에 버금가는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다.
그럼 누가 이 모임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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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번 모임은 동일한 질문으로 열었다.
“이 클럽은 ‘더 인간적인 케이팝’이라는 미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각자 현재 어떤 모양의 케이팝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본격적인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난 한 달간 즐겨 들은 음악을 소개해주세요."
이 질문에 대해 멤버 전원이 돌아가면서 답변을 하는동안, 듣는 사람들은 최근 한달간 발매됐지만 놓친 신보를 체크하거나 궁금했지만 가지 못한 공연에 대한 후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내 최애가 최근 한 달 사이에 컴백했다면 소소한 영업의 기회도 될 수 있었다. 매 번 멤버 분들이 감상하는 앨범이 크게 겹치지 않고 다채로웠고, 새삼 여름에는 케이팝 공연이 끊임없이 열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멤버들은 늘 지난 주말에 KSPO(올림픽 체조 경기장)이나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있었다. 앞서 누가 콘서트 안 가고 우리 책 읽는 모임에 와주실까? 했는데 콘서트에도 가고 여기에도 와주셨다. (묵념)
나는 이 모임의 구성원분들이 '어떤 일을 하는가' 보다 중요한 건 '일상적으로 얼마나 케이팝과 밀착해있는가' 라고 보았다. 그건 지금 꼭 누굴 좋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케이팝이 왜 이 모양인지 생각하는 일은 덕질하는 본진이 없어도 가능하다. 그래서 이 모임은 다음과 같은 분들께 열려있었는데 돌아보니 지난 4개월간 정말로 다섯가지 항목에 해당 되는 분들이 모여주셨다.
- 어떤 아이돌의 팬
- 일신상의 이유로 잠시 휴덕중인 분
- 최근 케이팝이 소비되는 방식과 산업의 흐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분
- 건강한 케이팝 산업을 고민하는 엔터 업계 종사자
- 아이돌은 잘 몰라도 요즘 케이팝이 궁금한 분
오늘의 레터에서는 4권의 책을 고를 때 특히 어떤 지점을 염두에 두었는지, 실제로 그 책을 중심으로 모임을 해보니 어떤 점이 좋았는지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리고 각각의 책에서 독서 모임을 위해 추출한 질문 리스트를 공유함으로써, 케이팝 책이 아닌 책으로 어떻게 케이팝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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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데더러 <괴물들>
그리고 캔슬 문화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아이돌의 등장과 연이은 폭로 이후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들을 계속 사랑할 것인가 vs 캔슬(불매, 보이콧)할 것인가는 지금 케이팝 팬들이 처해있는 가장 복잡한 문제 중 하나다. ‘클레어 데더러’는 문화 평론가이자 시네필, 책 벌레로서 책에는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괴물 예술가들의 레퍼런스가 담겨있다. 게다가 누군가의 엄마인 저자는 실은 스스로 괴물이라는 느낌을 오랫동안 간직해왔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점 또한 한 챕터를 할애하여 무척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클레어 데더러는 내가 쓰고 싶은 궁극의 글을 책의 꼴로 완성한 대표적인 작가이고 그런 점에서는 사실 혼자 읽어도 족한 책이었다. 그렇지만, 독서 모임 첫 책으로 선정해보니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텍스트라는 확신이 들었다.
<괴물들>에는 ‘얼룩’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이는 지워지지 않는 최애의 과오를 상징한다. 그래서 나무위키의 ‘논란 및 사건사고’ 챕터 얘기부터 시작해보았다. 이게 전체 모임의 공식적인 첫 질문이었던 셈인데, 돌이켜보면 나무위키 소비방식은 각자의 덕질 스타일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리트머스지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Q1. 관심이 가는 아이돌이 생겼을 때 나무위키의 ‘논란’ 챕터를 건너 뛰나요, 아니면 꼼꼼히 읽어보나요? 논란의 목록이 하나 이상인 경우 그 사이의 경중을 파악하고자 애썼던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Q2. 이 책에서는 얼룩이 묻은 후 주로 뻔뻔하게 구는 창작자들이 나오는데요. 이와 달리, 얼룩 발생 직후 아이돌이 SNS에 ‘사과문’을 게시하는 건 케이팝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과문을 볼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나요? 혹은 무엇을 바라면서 보게 되나요? (예시: 게시 타이밍, 진정성, 잘못을 명확하게 기재하는 것, 재발 방지 대책 등등)
Q3. (직업적인 평론가, 기자가 아니더라도) 친밀한 지인이 아닌 사람들 앞에서 케이팝에 대해 말하거나 글을 써 본적이 있나요? 그럴 때 클레어 데더러 같은 고민을 해본 적이 있나요?
Q4. 4장에서 딸의 친구 ‘해나’의 이야기를 들은 저자는 “이 소녀의 목소리를 비평의 목소리로 생각하면 어떨까?” 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팬에게 성적으로 접근해 ‘캔슬’ 당한 밴드 ‘파워 보텀’의 음악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을 것이라는 해나의 말은 여러분에게 어떻게 들렸나요?
Q5. 저자는 ‘관객의 자서전’을 써보려는 시도를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 관객의 자서전을 쓴다면 어떤 키워드가 등장할 것 같나요? ‘최애’의 특징을 포착하는 키워드가 아니라, ‘팬’으로서의 나를 드러내는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Q6. 10장에서 저자는 도리스 레싱의 소설 <금색 공책>을 1) 20대에 미국 집을 떠난 호주에서 처음 읽고 2) 40대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때 다시 읽으니 전혀 다른 책 처럼 읽혔던 경험을 들려줍니다. 마찬가지로, 처음 케이팝을 좋아했을 적의 나와 지금의 나에게도 케이팝을 향한 뚜렷한 관점의 차이가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요?
Q7. 내가 완전 무결하지 않은, 모순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그래서 결국 괴물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이것이 앞으로 내가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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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유진 <바디올로지>
그리고 몸
<바디올로지>는 가슴, 얼굴, 피부, 땀, 살점 등 총 28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성 저널리스트의 시선에서 수집한 인간의 신체 각 부분, 그리고 몸과 관련된 담론들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너무나 많은 자료조사를 요하는 책으로 각주만 봐도 저자의 집념 어린 연구자적 마인드가 느껴지는데, 트레바리를 하면서 몇몇 멤버분들이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정확한 인용 출처 기재 여부를 민감하게 고려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어떤 저자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힘을 싣기 위해 어디서 들은 자료를 어물쩡 발췌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고, 우리 고등교육에서는 ‘내 글 쓸 때 인용하는 법’을 교과과목에 편성할 필요가 있다. 제발. 제발이라는 감정.)
케이팝 아이돌이 ‘사회적으로 보기 좋은 몸을 가진 존재’로도 규정된다는 점에서, 몸 이야기는 꼭 해야만 했는데 이게 멍석을 깔아보니 좀 방대하게 느껴지는 주제였다. 단순히, 여성 아이돌은 노출을 줄이고 음악에 집중해야 한다고, 그리고 우리는 음악적 역량에 집중하는 리스너가 되야 한다고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였다. 공연, 티저, MV까지 가급적 최신 케이팝 사례를 중심으로, 아이돌의 신체가 무엇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거나 혹은 은연중에 암시되는 걸 바라볼 때 솔직하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나누었다.
특히 이 모임에서는 ‘피부 보정’에 대해 주고 받았던 말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선형적 시간대를 따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될 노화를 거스르기 위한 피부 보정 노동은 이 산업의 한 축을 받치고 있고, 나이 듦이란 어떻게 실감 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여름 SNS 타임라인과 커뮤니티를 채웠던 '워터밤 여신 권은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도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입장을 취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이번달에 창간호가 나온 잡지 <WTF>에서 정확히 이 주제로 칼럼을 쓸 기회가 있었다.
Q1. 3년 연속 워터밤의 헤드라이너인 권은비는 ‘워터밤 여신’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워터밤은 아티스트가 공공연하게 육체적 매력을 드러내는 장으로, 의상, 퍼포먼스 등이 모두 그 목적에 맞게 기획 되는데요. 최근 권은비 워터밤 직캠에 대한 반응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Q2. 올해 아이린&슬기 미니 2집 [TILT] 티저 이미지(굴과 진주), 베이비 돈 크라이의 데뷔곡 ‘F Girl’ MV 티저 영상(콘돔을 연상하는 사탕 포장지, 쏟아지는 체리 음료) 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논란이 있었습니다. 케이팝 시각물과 콘셉트에 담긴 성적 함의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요?
Q3. 나라는 사람의 얼굴 데이터는 “가장 강력한 신원 보증인 동시에 간단히 탈취할 수 있는 정보”가 되기도 합니다. 올해부터 하이브 아티스트의 일부 공연에 도입된 ‘얼굴 패스’ 입장 방식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Q4. ‘살집’ 챕터에 나오듯, 1998년 슈퍼모델 이소라의 다이어트 비디오의 열풍은 대단했습니다. 이제 아이돌들은 컴백 전 식단, 운동 등에 열중하는 모습을 자컨을 통해 보여주는데요. ‘자기 관리’의 콘텐츠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Q5. 아이돌의 티 없고 매끄러운 피부를 보여주기 위한 ‘보정 노동’은 티저 이미지와 매거진 포토그래퍼, 광고 담당자, 더 나아가 홈마들에게까지 걸쳐 있는데요. 보정이 사라진 후에도 나는 여전히 그 아이돌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Q6. 만일 몸을 잘 쓰던 아이돌이 부상으로 인해 더이상 퍼포먼스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그 때의 나는 그 멤버에게서 어떤 매력을 찾고자 노력할 것 같나요?
Q7.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더 이야기해보고 싶은 ‘몸’에 관한 키워드가 있나요? (예: 허리, 관절, 정수리, 귀, 젖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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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리오나 고댕 <거기 눈을 심어라>
그리고 시각 중심주의
세번째 모임에서는 케이팝을 지배한 시각적 과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앨범 아트워크, 뮤직비디오, 무대 세트까지 '보는 음악'으로서의 케이팝이 왜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를 봤다는 감각보다는 무언가를 놓쳤다(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느낌을 주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이 점이 동종 업계인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경쟁적인 구도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문제는 책이 너무 어려워서 멤버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했다는 점이다. 공연예술가이자 후천적 시각장애인인 M. 리오나 고댕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문화에 만연한 시각 중심주의를 살펴보고자 했는데 모두에게 도전적인 텍스트였던 것 같다. 저자는 ’봄’과 ‘보지 못함(눈멂)’의 개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그 중에서도 후자에 더욱 집중한다.
모임 멤버들이 모두 시각장애인 당사자가 아니었기에 저자의 입장에 완벽하게 설 수 없었지만, 재미있는 건 이 책의 저자가 비-시각장애인에게 이해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너넨 말해줘도 모를 걸! 그건 같은 설명을 너무 많이 반복하다가 지쳐버린 사람이 보여주는 공동체 의식을 초월하는 태도 같은 것이다. 나는 어쩌면 이 어려운 책을 만난 의미가 한 사람의 그런 태도를 목격하는 데에 있다고도 생각했다. 독서는 누굴 이해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누굴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위해 하는 것이니까.
콜드플레이가 월드 투어 시 청각 장애인 관객을 위한 구간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리스너들 사이에서 꽤 유명해졌다. 코첼라에도 일부 무대에는 수어 통역사가 배치되어, 보컬과 랩 가사를 모두 수어로 전달한다. 그런데 케이팝은 뭘 하고 있나, 라는 질문이 들 때 즈음, 엔터 업계 종사자인 멤버 분을 통해 현재의 케이팝이 장애인 관객을 어떻게 포용하고 있는지 그 시도의 현황을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공공연하게 언론 PR 되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내가 알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또 한 번 알 수 있었다. 다만, 음악이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다는 구호를 텅 빈 것처럼 느껴지지 않게 하려면, 계속해서 이 산업이 더 많은 사각지대를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1.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에스파 ‘Rich Man’ MV와 82메이저 ‘혀끝(Stuck)’ MV를 나란히 감상해보겠습니다. 이 MV들을 보고나서 어떤 이미지나 단어가 마음에 남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요.
Q2. 이 책에 있는 "시각은 어디에나 실컷 사용된다.” 라는 말은 요즘의 케이팝을 잘 설명해주는 한문장인 듯 합니다. 케이팝에서 비주얼은 음악을 충실하게 보조해야 할까요? 아니면 두가지를 별개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나요?
Q3. 지금까지 보아왔던 케이팝 중 비주얼과 음악이 가장 잘 연결 되었다고 느꼈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티저 영상, 앨범 디자인, 음악방송 무대, 콘서트 연출 모두 포함.)
Q4. 아이유의 ‘Love wins All’을 비판하는 여러가지 맥락중에서 남자 주인공 뷔가 시각이 손상된 인물로 등장했다는 점에 집중해서 이 MV를 다시 본다면 어떤 감상이 드나요? <거기 눈을 심어라>의 저자는 이 MV를 보고 뭐라고 할 것 같나요?
Q5. “고정관념, 편향성, 차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시각장애 및 시각 손상 저널리스트의 존재가 중요할 것이다.” 라는 저자의 선언이 과연 케이팝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케이팝은 어떻게 시각 장애인/시각 손상자를 참여시킬 수 있을까요?
Q6. “보통의 비시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을 만날 기회보다 눈멂의 밈을 볼 기회가 더 많다.”라는 문장으로 오늘의 모임을 마무리해봅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달라진 게 있나요? 무엇이 더 잘 보이게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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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혼종의 나라>
그리고 혼종성(hybrid)
여름의 한복판으로부터 급 찬바람이 부는 오늘까지, 그 사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무한한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문소영은 <케데헌>을 “K컬처를 모티프로 사용함으로써 최근 디즈니식의 억지스럽고 교조적인 PC가 아니면서도 서구 백인 중심 서사를 자연스럽게 벗어났다는 찬사를 듣는다. 이것이야말로 (...) 혼종의 힘이다.” 라고 정의한다. 책에 실린 내용은 아니고, 이 책의 모체가 된 칼럼에 그렇게 나와있다.
이 책을 골랐을 때만 해도 아직 세상에 <케데헌>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케이팝이란 무엇인가를 정의내리는 데 난감함을 겪는다는 것과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도망치고 싶다는 기분이 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저자는 지금의 한국을 '이상하고 아름다운 혼종의 나라'로 바라본다. A와 B의 짬뽕, 혹은 뒤섞임, 그런 상태에서 한 가닥을 잡아서 지금의 케이팝을 다 함께 정의해보고자 했다.
특히, 이 모임에서는 저자의 접근법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멤버들이 많았고 독후감(트레바리는 모임 이틀 전까지 400자 이상의 독후감을 써야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에 쓰여진 신랄한 멘트들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게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 건, 때로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할수록 할 말이 많아지고 그런 책이야 말로 독서모임에서 마가 뜨지 않기 좋은 구실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과연, <혼종의 나라> 모임날은 3시간 30분간의 모임 중에 쉬는시간을 단 10분 밖에 가지지 못했다.
아쉬워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뉴요커 칼럼리스트 콜린 마샬이 쓴 <한국 요약 금지>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영민이 쓴 <한국이란 무엇인가>를 추천했다. 세 권을 함께 읽으면 한국 사회의 ‘혼종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Q1. <혼종의 나라>는 언론사 문화면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모은 책입니다. 정기 연재되는 글의 특성상,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최근 가장 ‘혼종적’이라고 느꼈던 문화 콘텐츠는 무엇이었나요?
Q2. 저자는 외국 에디터 및 유학파 기자들과 오래 일하면서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익혔지만 그것이 유교적 가부장적 질서와 충돌하는 걸 보며 자라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저자가 관찰하고 정리한 ‘한국’의 모습은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왔나요?
Q3. 2장의 ‘손절’ 파트를 참고하여 각자의 탈덕 경험을 이야기 나누어보아요. 관계를 이야기하는 용어인 손절-절연-의절은 각각 경제적-불교적-유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돌을 그만 좋아하기로 결심할 때 나는 ‘매몰비용’을 고려하는 사람인가요? 혹은 나는 무엇을 가장 신경쓰면서 덕질의 중단을 결정하나요?
Q4. 4장의 ‘올림픽 중계와 BTS’ 파트에서 저자는 케이팝 팬덤이 그룹을 “향유하고 지지하는 새로운 방식은 그 자체로 기존의 서구중심적, 일방적 세계화와 다른 대안적 세계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발견했던 ‘대안적 세계화’란 무엇일까요? 케이팝 팬덤은 무엇이 그렇게 다른 걸까요?
Q5. 7장의 ‘영화관 보다 미술관?’ 파트에서는 영화관이 케이팝 팬의 모임 장소가 되고 있는 현상을 짚습니다. 프로모션 필름 단독 공개, 공연 실황 영화 상영, 한정 굿즈 증정까지, 여러 시도를 보이고 있는 영화관을 향해 케이팝 팬으로서 기대하거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Q6. 3장의 ‘전문가의 죽음’ 파트에서는 지구에 곧 닥칠 재앙을 예고하는 과학자의 말을 접하고 갈라지는 대중의 반응을 영화 <돈 룩 업>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분열하고 뒤섞이고 확장하는 세계에서, 이제 믿을만한 전문가를 찾는 건 가장 까다로운 과제가 되었는데요. 여러분이 어떤 분야에서든 신뢰하는/검증된 전문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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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인간적인 케이팝’ 독서 모임은 현재 다음 멤버를 모집중이다. 매 월 두 번째 수요일 저녁 7시부터 함께하며, 앞으로는 이런 책을 읽어나갈 예정! 자세히 보기
2025년 11월 박지영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2025년 12월 제프 트위디 <한 곡 쓰기의 기술>
2026년 1월 목정원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2026년 2월 단요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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