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여행을 떠나보는, 그러나 그 곳 역시 콘텐츠 뿐인 특별 호!
들어가기 전에 Opening comment
안녕하세요. ㅎㅇ 입니다. 이번 주 초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약속된 격리 기간이 아직 절반 이상 남아 있어서, 가볍게/심하게 앓았다 중 한 쪽에 기운 채 단정적으로 묘사하기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우선, 지난 10일의 콘텐츠 생활이 균질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을 돌아보자면 제가 번아웃과는 전혀 다른 결로 '꺼내어 쓸 수 있는 밑천이 없다'는 걸 체감하는 빈도가 잦아지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 해요. 당연히 밑이 빠지지 않은 걸 확인하고, 독에 물을 계속 리필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지만요. 인풋과 아웃풋을 각각 맞은편의 시소에 태워 무게를 엄격하게 비교하려는 건 아니고요. 관성적으로 아웃풋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진 거죠.
이번 호는 특별 호로서, 그간 <콘텐츠 로그>를 보내면서 맞이했던 총 여섯 번의 명절(설 연휴, 추석 연휴) 직전에 보내드렸던 과월호 중 일부를 보내드립니다. 이어지는 모든 내용은 발행일 기준으로 쓰여 있으니 참고삼아 읽어주시길 바라요. 그리고 구독자 분들 모두 무탈하고 즐거운 또 한 번의 연휴 맞이하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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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일방적인 짝사랑을 진행 중인 사람이 꽃잎을 떼며 중얼거리듯(사랑한다, 안 한다, 사랑한다), 주인공들이 그만둔다, 안 둔다, 그만둔다...를 말하지 않고도 실제로 꽤 많이 때려치는 퇴사 장려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가 종영되었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의 초반부에서 22년 차 하드웨어 개발자 최반석이 갑자기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게 되고, 인사팀에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건물 전체를 돌며 생일자들에게 생일 케이크를 배달하게 된 에피소드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메모를 적어두었어요.
"생일 케이크를 직원들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의 일환이지만, 어떤 케이크를 고를 것인가는 인사팀 직원이 하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생일 당사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 내에서 여러 사람이 한 조각씩 나누어 먹을 것을 고려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를테면 블루베리 쉬폰 위에 블루베리 크림을 얹고 생블루베리로 가니쉬를 얹은 ‘블루베리 only 케이크’보다는 ‘블루베리도 들어간 생크림 케이크’ 정도를 고르는 게 더 적절한 선택이 되는 이치이지요. 하지만 과일케이크가 언제나 정답일 리는 없고, 때에 따라 다양한 요소와 입맛,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복지를 담당하는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니, 같이 일하는 사람을 위한 케이크를 고르는 건, 그저 촉과 센스의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또 다른 기술 중 하나입니다. 이건, 나만 먹을 조각 케이크, 절친한 지인들에 둘러싸여 먹는 케이크와는 다른 경우의 케이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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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ver. 코멘트: 2021년 9월 12일, 2021년 추석연휴를 앞둔 83호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들 중 하나로 꼽았던 MBC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입니다. <콘텐츠 만드는 마음> 3부에 이 메모에서 출발한 글이 수록 되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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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부로 뉴스레터 발행 이래 네 번째 명절을 맞이하다보니, 그냥 연휴에 정주행하기 좋은 콘텐츠를 소개해드리는 것보다는 정주행이 쉽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콘텐츠를 모아봐야겠다 싶더라고요. 2020 연말-2021 연초에 걸쳐 갓 런칭되어 들어야할 누적회차가 적고, 지금부터 들어서 마음을 주게되면 비교적 초창기의 팬이 되실 수 있을지도 모를 5편의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하나의 곡을 중심으로 케이팝 덕후의 심금을 울리는 포인트와 MZ세대의 삶을 관통하는 간략한 사회상을 함께 짚어보는,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친구 듣똑라의 신규-독립 코너입니다. 에피소드당 20분 내외이고 언급된 곡들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플로의 기능을 십분 활용하여 바로 이어지는 플레이리스트에서 감상하실 수 있어요.
- 🔎 나원정의 배우언니
- 🗂️ 2021.01~ / 1화만 떴어요
앞서 언급한 듣똑라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크루로 종종 출연하곤했던 중앙일보 나원정 기자의 팟캐스트로, 영화 및 드라마 속 여성배우의 멋짐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첫 에피소드는 윤여정 배우 편으로 패널인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의 코멘트가 더해져 마치 영화 <미나리>의 GV를 듣고 있는 듯 했는데요. 아직까지는 차분하고도 두근두근한 기운이 전해집니다.
- 🔎 항피디, 장피디의 보면 뭐하니
- 🗂️ 2020.12~ / 9-2화까지 떴어요
MBC 예능국의 항피디와 라디오국의 장피디가 PD, 작가 등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세심하게 묻고 나눕니다. 제게는 '볼륨이 큰 프로그램'(aka 인지도도 높고, 제작비의 규모도 있는 콘텐츠)에서 전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는데요. '며느라기', '톡이나 할까', '오느른' 등의 제작기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 🔎 김현민, 이주영의 인생영화, 아님 말고
- 🗂️ ~2020.09. 시즌 1 종료 / 8-2화까지 떴어요
"이기적인 월요일에는 진행자들의 인생 TMI 대방출, 이타적인 금요일에는 청취자들의 인생 고민에 맞춰 꼭 필요한 영화를 추천해드립니다! (아님 말고…)" 이번에는 이미 시즌이 종료되었지만 누적 에피소드 수가 그리 많지 않고 가볍게 들으실 수 있는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김현민 기자, 이주영 배우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근 5년간 들은 오디오 콘텐츠들 중 최고입니다.
- 🔎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
- 🗂️ 2/19(금) 창간호 발행 예정 / 팟빵 ONLY / 월 7,900원 결제 후 청취 가능
김혜리 기자가 편집장 및 진행자로서 런칭을 앞두고 있는 오디오 매거진 입니다. 현재 공개 된 매거진의 꼭지만 11개에 달하며, 전체 러닝타임은 약 16시간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기획의 말 전문을 읽어볼 수 있는 김혜리 기자의 블로그 글에 따르면, 청취자들이 한달간 천천히 나눠 듣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와 같은 구성을 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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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ver. 코멘트: 2021년 2월 10일, 2021년 설연휴를 앞둔 62호의 일회성 코너로 꾸린 '정주행이 쉬운 팟캐스트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당시, '드라마로 치면 16부작보다 5부작을 정주행하는 게 마음이 편하시죠?' 라는 기조로 누적 에피소드가 적은 오디오 콘텐츠들을 소개해드렸어요. 현재,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과 '보면 뭐하니'는 지속적으로 신규 에피소드를 업데이트 중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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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극초반의 저는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사이트에 접속조차 못할 정도로 현생에 치이다가 행사 마지막날이 되서야 겨우 아이쇼핑을 시작 했는데요. 언리미티드에디션에 꽃말이 있다면 '리미티드한 잔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냥 '책을 갖고 싶은 욕망'부터 리미티드 할 수 있다면 좋지 아니할까요?) 텀블벅을 통해 사전 펀딩에 참여했던 'FDSC vol.1' 세트와 <영화 속 샌드위치 도감>을 조금 먼저 받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9월의 어느 날 <씬의 아이들>, <장인을 찾아서: 이러다 내가 장인이 되겠네>, <가내수공업의 나날들: 굿즈는 노동을 부른다>, <너의 인스타: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볼래?>, <자책왕: 매일 자책해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기록집 100: 보고, 쓰고, 그린 100편의 공연>을 받아 보았어요. 반드시 읽을 것 같은 것들만 골랐답니다. (아아.. 그러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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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동안 산 에세이 5권과 소설 2권이에요. 저는 이 7권을 그 어느 때보다 성심성의껏 골랐거든요. '좋은 것만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편협한 마음이 가끔 들어 버리는데 9월 중순에 특히 그랬어요.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앞으로 가자는 일념으로 고른 것들이죠.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는 둘 다 조금씩 읽어봤는데 2020년 올 해의 책 안에 들어갈 강력한 후보군들이에요. 그리고 빌 헤이스의 <별빛이 떠난 거리>, 케일린 세이퍼의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 김영민의 <공부란 무엇인가>, 황정은의 <연년세세>,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특별판)까지... 제 책 택배 너무 멋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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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있을 것 같은 코너를 만들어 본 이유는 제가 늘 그랬듯 알라딘 보관함에 묵히는 시간 없이 지난 26일동안은 그저 사고 싶으면 샀기 때문이에요. 이제 마지막 언박싱은 <씨네21> 2020 추석 합본 특대호와 박막례, 김유라의 <박막례시피>, <월간 채널예스> 9월호로 잡지 또는 잡지 판형 모음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박막례시피>가 출간 되었으니 이걸 보면서 집밥을 몇 번이고 더 해먹어야 겠다는 명분이 생겼어요. <월간 채널예스>는 '코로나 시대의 출판사'라는 기획으로 제가 궁금해했던 출판사(및 출판 프리랜서) 얘기를 다 다루어주고 있고, <씨네21>은 '홈시네마 하세요?'라는 기획에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작가 인터뷰가 담겨 있어요. (다음호에는 정유미, 남주혁 배우 인터뷰가 실릴 예정이래요! 사야해!) 아니 근데, 과월호가 되는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 걸까요. 이 두권은 기어코 과월호가 되기 전에 읽을 거에요. (아아.. 그러시구나..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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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ver. 코멘트: 2020년 9월 27일, 2020년 추석연휴를 앞둔 48호에서는 별안간 온라인서점과 독립출판물페어 언리미티드에디션에서 구매한 도서 언박싱을 했습니다. 2020년 추석을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과 시작했던 분들 많으셨을텐데요. 그 때의 기록이 새록새록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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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화)에 믹스테이프 픽션으로,
9월 15일(목)에 콘텐츠 로그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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