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건 외 소설집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를 읽으며 떠오른 음악들 Podcast Episode
EP50.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아아.. 그러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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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ㅎㅇ
언젠가 마케터였다가 지금은 아닌 사람. 동류의 인간을 만났다는 기쁨을 너무 간헐적으로 느끼는 인티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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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손님. 룰
이메일 뉴스레터 솔루션 스티비 마케터. 미디어 속 엔프피를 보며 뒷걸음 치는 엔프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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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스티비 개발팀은 대량 메일 발송을 돕고, 디자인팀은 보기 좋은 뉴스레터를 위한 레이아웃을 만드는 일을 할텐데요. 룰 님은 마케팅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룰 스티비를 통해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는 발행인의 노하우를 듣는 인터뷰 시리즈 [보낸 사람:]을 만들고요. 작년에는 믹스테이프 픽션 <레슨 인 케미스트리> 편에 출연하시기도 했던 신지혜 님이 소속된 뉴그라운드 팀과 함께 여성 발행인들이 모이는 행사 <POST-WOMAN>을 마련 했어요. 가장 최근에는, 제 14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후원 부스로 참여 하기도 했고요. 이 중에서, [보낸 사람:]은 ㅎㅇ님과 함께 하고 있죠.
ㅎㅇ 제가 작년부터 인터뷰어로 참여 하고 있는데요. 애정을 가지고 임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룰 올 해도 잘 부탁드려요.
ㅎㅇ 저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저희가 일로 만난 사이이긴 하지만 오늘은 잠시 독자 자아로 돌아가보도록 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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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건, 임현석, 서고운, 이유리, 이서수, 김화진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2022, 읻다)
ㅎㅇ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 앤솔로지 소설집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입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우주 최초 MBTI 소설집이라고 해요.
룰 표지가 정말 귀여운데요. 동물 캐리커쳐가 각 유형 별로 그려져 있어요. MBTI에 약간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던 분들도 표지를 보면 '한 번 읽어볼까?'하고 생각 하시게 될 귀여움입니다.
ㅎㅇ MBTI는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책에는 6가지 유형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단편 소설이 들어 있어요. INTJ, INTP, ENTP, ENFP, INFJ, INFP 순 입니다. 연 내 나머지 유형까지 모두 다룬 두 권이 더 출간 되어, 총 3권 세트로 완성 될 예정이라고 해요.
룰 이렇게 3권이 나온다니. 사람들이 일단 자기 유형이 들어간 책은 사볼 것이니까, 진짜 똑똑한 기획이라고 생각했어요.
ㅎㅇ 편집자의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시리즈를 기획하신 편집자님은 ESTJ라고 하시더라고요.
룰 역시 'J'답게 냉철하게 계획을 세우시고, 'E'니까 섭외도 잘 해내셨나봐요.
ㅎㅇ 제가 요즘 많이 느끼는 지점인데, 원하는 사람에게 일을 제안하고 섭외를 잘 해내려면 'E' 성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나저나, 마케터시잖아요. 저는 은퇴한 마케터지만.
룰 저도 처음부터 마케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ㅎㅇ 제가 마케터로 일했을 당시를 떠올려보면, 진심으로 내 안에서 관심이 끓어오르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게 되기 마련이었어요. 요즘, MBTI가 그런 대상일텐데요. 실제로 룰 님이 마케터로 일하시면서 MBTI라는 걸 얼마나 의식하고 있으신지 궁금해요.
룰 '어떻게 이렇게까지 계속 인기 있을 수 있는가 하고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어요. DISC라든가 하는 성격 유형 검사들이 여럿 있는데 잠깐 유행하나 싶다가도 그치더라고요. MBTI는 알파벳 별로 서로 두가지를 비교하는 구성이니까 '하나만 잘 알아두면 반대 편을 이해하기 쉬워서 잘 되는 걸까?' 이런 이야기를 다른 마케터들과 나누어요. 또, 요즘 온라인에 각종 심리테스트들이 많은데, 결과지를 만들 때 MBTI를 참고하면 마케터 입장에서는 조금 수월하겠다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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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otify
ㅎㅇ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마케터들의 고민이 많은 것 같은데, 스포티파이에서도 MBTI를 차용해서 이용자의 음악 취향을 분석하고 연말 결산과 엮은 '2022 Wrapped'가 있었어요. 여기에는 스포티파이가 만든 8가지 알파벳이 있는데, 만일 이 사람이 전체 음악 감상자들 중에서 얼리어답터라고 하면 ENVC(exploration, newness, variety, commonality)가 되는 식이예요. 이 결과를 기존 이용자들이 SNS에 공유하면서 새로운 이용자를 유입하는 굉장한 마케팅.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도 이렇게 MBTI에 잠식 되어버린.
룰 제가 스포티파이 주식이 있는데요.
ㅎㅇ 아, 주식을 하십니까?
룰 근데 많이 떨어져서 갑자기 슬펐어요.
ㅎㅇ 그런 걸 엔터주라고 하죠?
룰 잘 모르겠는데….
ㅎㅇ 저는 주식을 전혀 모르니…. 얼른 소설 이야기로 넘어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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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FP 주인공이 등장하는 단편 소설
이유리 <그때는 그때 가서>
룰 주인공이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 하고 아쿠라리움에서 청소 일을 시작하게 되요. 근데 청소 일을 하는 주인공을 남자친구가 한심하게 여기다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주인공은 굉장히 행복해하면서 계속 그 일을 하는데요. 수족관 청소의 낙은 중간에 해파리를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곳에 다른 동료들이 꺼리는 김선자 씨가 있어요. 선자 씨가 청소를 하다가 잠깐 음악을 틀어놓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기 때문인데요. 주인공은 그런 선자 씨의 모습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선자 씨는 선자 씨대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주인공은 주인공대로 즐겁게 해파리를 관찰 합니다. 아니 이게 요약하려고 하니까…. 어렵네요. 저 정말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제가 ENFP라서 ENFP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것도 있겠지만, 의식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이야기예요. 오늘은 뭘 했고, 그 꽃은 뭐고, 그 해파리는 어떻게 생겼고, 그런…. 소설입니다.
ㅎㅇ 지금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은데요. 줄거리가 한 줄로 딱 떨어지게 요약되는 소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야기가 세상에는 더 많잖아요. 그런 다채로움을 잘 담고 있는 책으로 느껴졌어요.
룰 사실 저는 미디어 속에서 그려지는 ENFP가 너무 신나있고, 대화를 주도하고, 언제나 말을 잘하는 걸 보면서 '난 그정도는 아닌데? 난 ENFP가 아닌 걸까?' 라고 느꼈거든요. ENFP-입덕 부정기 같은 거였죠. 오히려 <그때는 그때 가서>의 주인공은 '다들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고?' 라는 태도로 지내는데요. 그러다가도 계속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고는 해요.
ㅎㅇ 첫 문장에 어떤 인물인지가 잘 드러나 있어요. “정우의 집을 나오면서, 나는 '머릿속이 꽃밭'이라는 말을 곱씹고 있었다.”(p.111) 주인공이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나서 떠올리는 말이죠. 그러니까, 이게 어떤 꽃이었죠?
룰 어떤 꽃인지는 나와 있지 않아요. '꽃밭'이라고 했으니까 작은 꽃은 아닐 것 같고, 코스모스일까? 작약일까? 해바라기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햄스터를 상상해요. 해바라기라면 햄스터가 좋아하겠다, 햄스터는 볼에 씨앗을 가득 담고 있으니까 그건 또 귀엽지, 하면서요. 남자친구와 헤어진 마당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진짜 내 머릿 속이 꽃밭이라는 증거인 걸까? 그래서 걔가 나한테 질린 건가? 하면서 우울해하죠. 근데 주인공이 그런 말을 들을 때 불쾌해하거나 상대가 무례하다고 느끼는 대신 그냥 웃었다고 나오잖아요.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언젠가 제가 "너는 다~ 좋잖아"라는 말을 들었던 게 떠올랐어요. 저도 주인공이랑 비슷하게 생각했거든요. 왜? 다 좋으면 안 돼? 좋다는 말이 너무 1차원적이어서 문제인가? 그럼 조금 더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 해달라는 건가? 싶었던 것 같아요.
ㅎㅇ 어떤 말을 하는게 정확할지 계속 머릿 속으로 가지를 치는 식이신가봐요. 아까 그 꽃처럼.
룰 그냥 생각의 흐름이 계속되는 것 같아요. 제가 어제 친구들이랑 설빙을 먹고 있었는데요.
ㅎㅇ 또 흐름이 이어지네요.
룰 예를 들면 이런 식이예요. 설빙에서 메뉴를 고르다가 어제 ㅎㅇ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봤던 뭔가가 생각나는 거예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다른 이슈가 있는 거죠. <더 글로리>가 어쩌고 저쩌고. 그걸 보고 있다가 '예전에 송혜교 배우가 무슨 역할을 했었지?' 라며 갑자기 네이버를 켜서 송혜교를 검색하는… 이런 느낌입니다. 머릿 속이 꽃밭이라는 말을 곱씹던 주인공이 햄스터는 씨앗을 먹으니까 귀엽지 하고 흘러가는게요.
ㅎㅇ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같은 건가요?
룰 아 이거에요. 대박. 역시 INTJ가 정리를 해준.
ㅎㅇ 재미있는 지점이네요. 그런데 우리가 MBTI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표적인 유형별 유명인사 이야기를 하게 되잖아요.
룰 이효리가 ENFP라는 사실을 같은 ENFP들이 굉장히 좋아했던 게 기억나요. 그리고 <문명특급>에 재재와 전소미가 ENFP 전용 구호를 외치는 장면도 있잖아요. 그 때 엄청나다고 생각하면서 봤거든요. 그게 미디어에 비춰지는 ENFP의 모습인 것 같아요.
ㅎㅇ 난 그 정도는 아니다 라는 말씀을 열심히 하고 있으신 것 같아요.
룰 티 났어요?
ㅎㅇ 네, 하지만 괜찮습니다. 미디어에 비친 제 유형도 정말 엉망진창이거든요. 대표적인 INTJ 유명인사 중에 일론 머스크가 있어요. 눈물 나네요.
룰 저 테슬라 주식도 있는데.
ㅎㅇ 두루두루 하시는구나.
룰 ENFP의 관심사는 넓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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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J 주인공이 등장하는 단편 소설
정대건 <디나이얼 인티제>
ㅎㅇ 다음 소설은 제목에 들어있듯 인티제(INTJ) 이야기 입니다. MBTI에 관심이 없는 '경민'이 소개팅에서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은주'를 만난 거예요. 경민이 은주 씨한테 무슨 유형과 잘 맞느냐고 물어보니까 은주 씨가 이렇게 답하죠. "두루 잘 맞아요. 그런데 INTJ만큼은 피하려고요.”(p.11) 경민이 집으로 돌아가면서 간이 테스트를 해봤더니 INTJ가 나온 거예요. 그런데도 상대가 너무 마음에 드니까 본인의 유형을 속여보려고 시도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룰 저는 경민이 INTJ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생각하기에 INTJ는 자기 성향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ㅎㅇ 이게 아이러니한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INTJ는 INTJ인 걸 부정할 상황이 거의 없는데 그만큼 상대가 마음에 든 거예요. 그래서 디나이얼을 시도하는데…. 이게 상대에게 먹혔을지 안 먹혔을지는 책을 읽어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룰 ㅎㅇ 님도 MBTI를 속이신 적이 있어요?
ㅎㅇ 제가 이 소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내 MBTI를 속일만큼 그러니까 내가 나인 걸 속일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나? 라는 거였어요. 속이려고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 어쩌면, "저 그렇게 극단적인 INTJ는 아닌데요?" 라고 말해볼 수는 있겠죠? 그래봤자 언젠가 부딪히는 빌미가 될 것 같아요. <디나이얼 인티제>에 대표적인 에피소드로, 당일치기 여행이 나와요. 저도 당일치기 여행…. 정말 어려워 하거든요. 훌쩍 떠나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계획부터가 여행이라서.
룰 그건 저도 그래요. 여행 계획은 꼼꼼히 세우는 편인데, 그래도 가서 계획이 틀어지는 것에 대해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요.
ㅎㅇ 저는 점심을 A라는 가게에서 먹기로 했는데, A를 향해 가던 중에 동행인이 갑자기 코너를 돌아서 '저기 가 볼까?'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해요.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고 해요.
룰 너무 해요.
ㅎㅇ 아까 룰 님께서 언젠가 들었던 기억에 남는 말 이야기를 해주셨잖아요. 저는 "화났어?"라는 말을 종종 들어요. 화 안 났는데.
룰 그럴 때에는 기분이 어때요?
ㅎㅇ 없어요.
룰 기분이 없을 수도 있어요?
ㅎㅇ 그런 질문을 들을 때에는 대부분 기분이 없는 상태인 것 같아요.
룰 참 서로 다르네요.
ㅎㅇ 그러게요. 근데 이렇게 대화를 끝내면 안 되죠! 우리는 너무 다르지만 MBTI라는 도구를 써서 서로를 이해하는 거죠!
룰 네 좋습니다. (웃음)
ㅎㅇ <디나니얼 인티제>에 경민의 구 여친이자 또 다른 INTJ인 '유정'이 나오잖아요. 두 사람이 일로 다시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경민이 이런 말을 해요. "성별을 떠나 동류의 인간을 만났다는 기쁨”(p.20) 저 사람에게는 많은 걸 설명하지 않아도 대화가 통하겠다라는 느낌을 INTJ로서 너무 간헐적으로 받는 것 같아서 이 표현에 공감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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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저희가 일종의 당사자성을 발휘해서 유형별 주제가를 골라 보기로 했어요. ENFP 주제곡은 어떤 노래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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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저희가 일종의 당사자성을 발휘해서 유형별 주제가를 골라 보기로 했어요. ENFP 주제곡은 어떤 노래인가요?
룰 제 선곡은 브로콜리너마저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입니다.
“친구가 내게 말을 했죠
기분은 알겠지만 시끄럽다고
음악 좀 줄일 수 없냐고
네 그러면 차라리 나갈게요"
시작하는 가사를 보면, 친구가 기분은 알겠지만 시끄럽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그런 말을 친구한테 대놓고 하지?' 하면서 놀랐는데, 노래 속 주인공이 바깥으로 나가버리잖아요.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당시에 제가 기숙사에서 친구랑 살고 있었거든요. 조금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희 둘이 MBTI가 안 맞았던 걸까 싶어요.
ㅎㅇ 이 노래에서 제가 '친구'를 맡고 있는 것 같아요. 기분은 알겠지만 시끄럽다고 말하는 사람. 근데 그동안 그 친구는 나름대로 룸메한테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몇 번만 더 참아볼까? 하며 고민을 했을 거예요.
룰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저라면 시끄럽다고 말하는 대신 제가 나가줬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분은 알겠지만"이라고 했잖아요. 그 말은 노래를 시끄럽게 듣고 있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고 있다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시끄럽게 음악을 듣고 싶은가보다…. 라는 생각까지 할 수 있었을테고요.
ㅎㅇ 그러게요. 참 성숙하지 못한 친구였네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데, 근데 이 친구는 집을 너무 좋아했던 게 아닐까요?
룰 아니면 시끄러운 음악을 너무 자주 들었나?
"슬픈 노랠 부르면서
혼자서 달리는 자정의 공원
그 여름날 밤 가로등 그 불빛아래
잊을 수도 없는 춤을 춰"
ㅎㅇ 주인공은 결국 자정에 바깥으로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달리고 춤을 춘다고 하죠. 그런 모습에서 ENFP를 보신 걸까요?
룰 그렇다기 보다는,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를 문다는 점 때문에 골랐어요. 집에 남아 있는 친구에게 이입했다가, 밖에서 춤을 추는 인물에게 이입했다가, 춤을 추는 와중에도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는 걸 보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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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INTJ 주제곡은 이찬혁의 '장례희망' 입니다. '장래희망'이 아니고 장례식의 '장례'라는 점을 유의깊게 보아주세요. 먼저, 이찬혁 솔로 1집 [ERROR]를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는데요. 1번 트랙 '목격담'에서는 노래 속 이찬혁이 교통사고를 당한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악뮤 걔잖아 TV, 악동 걔잖아 뮤지션"이라면서 웅성거린다는 게 이 곡의 내용이에요. 그 후로 이찬혁이 죽음을 맞이 하는 순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게 11번 트랙 '장례희망'까지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앨범의 스토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있어요.
'장례희망'은 노래 속 이찬혁이 희망하는 자신의 장례식 풍경을 담고 있는 곡이에요. 생각해보면, 장례식이라는 게 내가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내가 원하는 사람만 초대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소위 '내 사람'이라 불렀던 사람들이 오지 않을 수도 있고,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먼 일가 친척들이 올 수도 있어요. 전 이런 점이 너무 무섭다고 생각했거든요.
룰 저는 '내가 주인공인데 정작 내가 없다니?' 라고 생각했는데.
ㅎㅇ 그럴 수도 있군요. 정말 인간은 다양합니다.
“아는 얼굴 다 모였네 여기에
한 공간에 다 있는 게 신기해
모르는 사람이 계속 우는데
누군지 기억이 안 나 미안해"
ㅎㅇ 저 이런 생각 자주하거든요. 잘 알고 있다고 여기지 않았던 사람이 나와 관련된 일로 시간과 마음을 써주는 상황에서, 서로 생각하는 관계의 온도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될 때요.
룰 ''이 사람이 나를 이만큼이나 생각하고 있었다고?'가 되면 좀 당황스러운 거죠.
ㅎㅇ 근데 이 노래가 아주 홀리하게 가스펠 st로 시작되고 중간에 '할렐루야' 구간이 있어요. 저는 그렇게 성스러운 구간 말고 1절과 2절을 중심으로 가사를 보면서 INTJ의 사고방식 같다고 느꼈어요. 본인이 어떤 삶을 살았든 장례식이라는 이벤트에 찾아준 모두에게 아쉬움 따위의 여지 없이 잘 진행과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걸 바라는 마음이요. 모든 걸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룰 "왜냐면 난 천국에 있기 때문에"라는 가사가 있더라고요. 이렇게 자신이 천국에 갈 거라고 확신을 하는 게 들으면서 신기했어요.
ㅎㅇ 맞아요. 그런 게 전제 되어 있죠.
룰 이찬혁도 INTJ일까요?
ㅎㅇ 저도 궁금했는데 일부러 안 찾아봤어요.
룰 갑자기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ㅎㅇ 아마 찾아보면 나오기야 하겠지만, 본인을 MBTI로 설명하는 걸 싫어할 것 같아요.
룰 그러실 것 같아요.
ㅎㅇ 맞아요. 진짜 그러실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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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시간: 54분
이번 호는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의 2023년 1월 10일자 에피소드를 재가공 했습니다. 풀버전을 오디오는 여기서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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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2분의 구독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2/1(수) 콘텐츠 로그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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