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11 - 2023.3.19 / 이번호는 출판사 '포동프레스'와 함께 합니다.
•3/11(토) 이미화 《영화관에 가지 않는 날에도》를 읽고,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 '슬퍼지려 하기 전에: 우리의 이불킥, 그 다양한 킥들에 관하여'(2022.01)를 들었습니다.
•3/12(일)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 '말이 통해야 같이 살지'(2022.02)와 '돌직구와 밀린 답장'(2022.03)과 '먼 곳에 있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2022.06)와 걸어서 조직 밖으로 '반가워요! 걸조밖의 첫걸음 - 진행자 소개, 솔깃한 예고편 등'을 들었습니다.
•3/13(월) '제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카이 신보 [Rover]를 듣고, 'Rover' MV를 보고, 최정나 《월wall》을 읽었습니다.
•3/14(화) 허윤진 신곡 '피어나도록 (love you twice)'과 So!YoON!(황소윤) 신보 [Episode1: Love]를 듣고, 'Smoke Sprite(feat. RM of BTS)' MV와 요즘사 'Worker's desk: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작가 김민철의 작업실 인터뷰'를 보고, 책읽아웃 '황정은의 야심한책: 심완선 평론가의 'SF란 무엇인가?' 한마디(가 아닌 여러 마디)로 정리하기'를 들었습니다.
•3/15(수) 서한볕 《팟캐스트를 듣다가》를 읽고, 영혼의 노숙자 ''자기만의방'과 함께 하는 이상한 나라의 직장동료 제 3탄 (feat. 김보람)'을 듣고, 트와이스 'SET ME FREE' 안무연습영상을 보고, 실리카겔 신곡 'Mercurial'과 페퍼톤스 신곡 'Freshman'과 이성종 신곡 'The One'을 들었습니다.
•3/16(목) 문명특급 'BTS가 왜 성공했냐고요?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면 어떡해요... 방시혁한테 갔다가 재재한테 와서 꽤나 깊은 질문을 하고 간 CNN 앵커'를 보고, 김혜리의 필름클럽 '<소울메이트> with 전소니 배우'와 여둘톡 '<더 글로리>: 연진아, 여둘톡이야'를 듣고, 코드쿤스트 신보 [Remember Archive]와 Cosmic Boy 신보 [Can I Not ?]와 골든차일드 Y 신곡 '바람이라면'을 들었습니다.
•3/17(금) 지민 신곡 'Set Me Free Pt.2'를 듣고, 요조 《만지고 싶은 기분》을 읽고, 책읽아웃 '어떤,책임: 봄이 좋아서, 봄이 싫어서 고른 책'과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책이 밥 먹여주냐? 네, 먹여줍니다! 편집자 '에디터리'와 나눈 출판의 세계!'를 들었습니다.
•3/18(토)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다시 보고, 아즈마 히로키 《약한 연결》을 다시 읽고, 정희진의 공부 '앎의 쾌락과 약간의 통증: 소통이 불가능한 근본적인 이유'와 비혼세 '맨날 피곤한 그대에게 with 캥작가, 마포만두 작가'를 들었습니다.
•3/19(일) 여둘톡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아름다운'을 듣고, 넷플릭에서 영화 <시간은 충분해>를 보고, 넷플릭스에서 서바이벌 예능 <댄스 100>을 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tvN 예능 <서진이네>와 tving 다큐 시리즈 <케이팝 제너레이션>과 TV 도쿄 드라마 <오늘 저녁은 스키야키야>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동안 가장 좋았던 것들은 한 호 쉽니다.
|
|
|
© 마티, 동아시아, 북하우스, 갈라파고스
•데이먼 크루코프스키 《다른 방식으로 듣기》 : 이 책의 부제인 '스트리밍과 노이즈캔슬링의 시대에'는 모든 문제의 그럴듯한 핑계거리가 되어주는 듯 합니다. 값비싼 소유보다 부담없는 경험을, 일리 있는 간섭보다는 단절을 더욱 원하는 이유에 대해 듣기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많은 것들을 말해줄 수 있을 텐데요. 저자는 디지털 세상에서 '듣기'의 본질을 6부에 걸쳐 탐구한 동명의 팟캐스트를 책으로 옮겨두고는 이렇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팟캐스트가 책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그 모든 소리를 지면에 인쇄된 단어들로 바꾸어 침묵시키는 것일까요?"(p.24)
•김희경 《에이징 솔로》 : 4인 가구였다가 1인 가구가 되었고, 다시 4인 가구에 속하게 된 저는 연례행사처럼 잘 외워지지도 않는 숫자이지만 국내 1인 가구 통계를 살펴보고는 합니다.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나가는 라이프 스타일에 만족하는지 때때로 점검하고, '그러다 고독사를 하면 너무 슬프잖아?'라는 주제 넘은 말을 들으면 놀라는 표정을 짓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죠.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싶을 때 꼭 필요한 책이 나왔습니다. 혼자 산지 20년차에 접어든 저자가 "결혼의 경험이 있건 없건 스스로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상태로 살기를 선택해 현재 그렇게 살고 있는 중년"(나이와 성별 기준으로는 40~64세 여성들)을 만나 외로움, 친밀감, 돌봄, 가족, 우정, 생계, 주거, 노후, 죽음에 대해 묻고 엮었습니다.
•배명훈 《미래과거시제》 : 지난 해 SF 덕후 선생님들(김겨울, 배명훈, 이다혜)의 팟캐스트 <빨간약 SF 클럽>을 들으면서, 동시대에 SF 작가로 사는 건 막막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무척 클 것 같다는 짐작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와 드라마, 책 전반에 걸쳐 앞 세대의 창작자들이 SF적 소재와 설정을 거의 남김없이 활용해버린 탓에, 후대의 작가들은 전혀 새롭다고 느껴지지 않는 지점부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만 할테니까요. 그런데도 때로 저를 포함한 어떤 독자들은 동시대의 작가가 그려놓은 세계 속에서 살고 싶다는 진심 어린 바람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빨간약 SF 클럽>의 호스트로 활약했던 배명훈 작가가 7년 만에 신작 소설집에서도 그런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욤 피트롱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둥근 지구를 '좋아요'가 양쪽에서 찌그러뜨리고 있는 표지를 마주한 후, 이 책의 뒷표지를 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무서운 말이 적혀 있습니다. "우리가 SNS에서 '좋아요'를 누를 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낼 때, 길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고 카페에 들러 스마트폰 결제로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실 때, 지구는 한 없이 무거워진다. 이 책은 '산뜻함'과 '무해함'으로 위장한 디지털 세계가 어떻게 실시간으로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디지털상의 데이터베이스 축적과 공유, 좋아요, 그 모든 일상적인 일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요? 다큐멘터리 PD이자 기자로 일하는 저자가 디지털 산업을 둘러싼 국가와 기업 간 싸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바라봅니다.
|
|
|
오래 전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의 목소리를 듣다가 지인과 그 목소리의 묘사를 시도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의 음악이 아닌 나레이션을 듣던 중이었고, 제가 먼저 말했죠. "루시드폴 님의 목소리는…… 엄청나게 많은 목화솜 속으로 걸어가는 느낌이지 않아?" 지인은 답했습니다. "절대로… 말실수를 할 수 없게 태어난 사람의 목소리야." 어쩐지 말할 때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에게 반하지 않기란 어려운데요. 변성기를 무탈히 지나친 남자아이 또는 외모보다 목소리에 관한 칭찬을 조금 더 자주 듣던 여자아이. 그들이 자기 성대의 쓰임을 두고 어떤 미래를 그려왔을지는 모를 일입니다. 아나운서? 성우? 아니면 팟캐스터(Podcast-er)는 어떤가요?
저는 1년 반 전부터 팟캐스트를 기획 및 제작하면서 제가 가진 고유한 말버릇을 알게 됐고(‘굉장히'라는 단어를 굉장히 자주 이야기 한다거나), 대화 중 마가 뜨는 순간의 의미를 알게 됐고, 두 사람 이상의 오디오가 물릴 때 무조건 그들의 케미스트리가 좋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녹음실에서 말하고 집에서 오디오 파일을 편집할 때마다 ‘듣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의식하는 말하기’를 잘 해내는 게 얼마나 기묘한 목표인지 생각해보고는 하는데요. 최근의 처세술은 '일단 되는대로 말하자, 편집의 힘을 (나중에 강력하게) 빌리자' 입니다. 물론 시간을 내어 출연해주시는 게스트들을 향해 "그냥 저희 둘이 차 마시면서 편하게 이야기 하듯 자유롭게 이야기 해주시면 되어요"라는 말과 함께 매 번 녹음을 시작하는데요. "편하게"와 "자유롭게"만큼 명확하지 않은 업무 상대의 디렉션이 또 어디 있을까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팟캐스터로 지낸 시간보다는 청취자로 살아온 시간이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깁니다. 마침 저와 꼭 닮은 궤적을 가졌지만, 저보다 훨씬 너그럽고 성실한 10년차 팟캐스트 덕후가 있어요. 《팟캐스트를 듣다가》의 서한볕 작가는 "같은 그쵸가 하나도 없다"(p.17)며 도서 팟캐스트 진행자 A의 말투에 담긴 다양한 감정을 분류하고, 또 다른 도서 팟캐스트 진행자 B와 게스트 C가 "1:21:50~1:29:23 구간에서 말 잇기 놀이 하듯 거의 한목소리로 대화한다"(p.68)고 하며 공감을 기반으로 깊어지는 대화의 모양을 짚어냅니다. 한편, "풀벌레 소리와 어울리는 잔잔한 목소리"(p.237)를 가진 식물 팟캐스트 진행자 D가 목소리의 질감과는 다소 대비되는 따끔한 가르침을 전해주는 데에 매료 되기도 하고요.
|
|
|
서한볕 《팟캐스트를 듣다가》(포동프레스, 2023)
저자는 자신의 책이 "돌이켜보니 내키는 대로 뭉개고 던지다 토마토 범벅이 되는,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라 토마티나' 같은 글쓰기"(p.192)의 결과라고 했지만, 이 책은 평소에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사람이라면 쓸 수 없는 종류의 글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남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던 중에 자신의 이야기가 우연히 바깥으로 삐져나왔고, 그러다보니 막을 새 없이 터져나온 것이라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
|
|
"대중문화는 그저 대중문화일 뿐이니 그냥 즐겨.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
나는 더 이상 이런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대중문화는 그냥 대중문화가 아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만화, 공연, 음반, 잡지, 책, 이 모든 게 가치관에 뿌리내린다. 나무 한 그루에 튄 불티가 숲 전체를 태우기도 한다. 그러니 엄한 눈길로 나무를 살펴야 한다." (p.68)
|
|
|
이렇듯 이 책은 총 14개의 팟캐스트를 향한 러브레터이자 <키노>, <씨네21>, <프리미어>같은 영화 잡지를 창간호부터 사 모으고 비디오·책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시간을 지내 온 이의 대중문화 감상 기록이기도 합니다.
|
|
|
팟캐스트 듣기를 각별히 좋아하시는 분들, 혹은 변해가는 가치관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콘텐츠를 보고 듣는게 어렵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세요. 아래 버튼을 통해 이벤트에 응모해주신 분들 중 구독자 총 10분께 도서를 증정합니다.
|
|
|
© CJ ENM, A24, NETFLIX
•3/22(수)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영화 <파벨만스>가 극장에서 개봉합니다. 8mm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담기 위해 열중하던 소년 '새미'를 등장시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제까지 대부분의 제 영화는 경험에 비추어 만들었지만, 이 영화는 제가 가진 기억 그 자체입니다."라고 전했는데요. 영화 제목 'Fabelmans'는 '우화(fable)'와 '남자(man)'를 조합한 스필버그만의 언어유희라고 하네요. (러닝타임 151분)
•3/24(금)에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마르셀, 신발 신은 조개>가 넷플릭스에서 공개 됩니다. 포스터와 스틸컷이 모두 귀여워서 참을 수 없는 이 영화는 작은 조개(소라) 껍데기와 영화감독의 우정을 보여줍니다. 올 해 오스카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부문에 오르기도 했던 이 작품은 로튼 토마토 지수 98%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러닝타임 90분)
•3/31(금)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 <길복순>이 공개 됩니다. 청부살인 업계의 전설적인 킬러이자 누군가의 엄마인 '길복순'으로는 전도연 배우가 분합니다. 섬세한 감정 연기와 액션을 선보이는 그는 길복순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모순된 삶 속에서 딸의 성장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인물"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도연 배우 외에도 이솜, 설경구, 구교환 배우가 출연하고, 변성현 감독이 연출 합니다. (러닝타임 147분)
|
|
|
2. <콘텐츠 로그>의 4주년을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 후원으로도 다정한 마음 보태주신 구독자 분들께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
|
|
|